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의 한 장르이다. trot는 영어로 ‘빠르게 걷다’, ‘바쁜 걸음으로 걷다’는 뜻이다. 말(馬)의 네 가지 보법(步法)으로 평보(walk), 속보(trot), 구보(canter), 습보(gallop)에서 따온 말이다. 트로트라는 이름은 20세기 초에 유행한 미국 사교댄스의 연주 리듬인 ‘폭스트로트’에서 나왔다. 1930년대 당시 일본에서 그들의 고유민속음악에 폭스 트로트를 접목한 ‘엔카’가 유행했고, 그로부터 한국의 대중가요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트로트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일부에서는 식민지 시대에 식민지 한국의 비탄정서를 노린 일본이 퍼뜨린 것이며, 당연히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왜색시비가 일고, ‘뽕짝’이라는 비하적 표현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엔카의 원류는 한국으로, 특히 영남 쪽 민요에 기원을 두고, 한국 자체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유력한 반론도 있다.
1920년대에도 트로트가 존재했지만, 트로트가 국내 무대에서 대중음악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은 1930년 이후의 일이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 고복수의 ‘타향살이’ 등이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전통민요와 대비되는 대중가요의 시작을 알렸고, 해방 후 현인 등의 ‘굳세어라 금순아’ 등의 노래로 트로트가 한국인의 주류 음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정통 트로트는 형식적으로 ‘레’와 ‘솔’이 빠진 ‘라시도미파’라는 독특한 단조 5음계를 사용한다. 엔카 역시 이 5음계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특유의 비애가 느껴지며, 느리고 서정적인 사랑 노래를 아우르는 ‘발라드’ 등 다른 장르와 차별화된다. 발라드가 영국의 무도곡을 가리키는 단어로 훗날 로맨틱한 가사의 민요를 통칭하게 됐지만, 트로트는 정형화된 리듬에 강약의 박자를 가미하고 ‘꺾기’ 등 고유한 창법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로서 견고한 위상을 구축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엘레지의 여왕’으로 일컬어진 이미자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당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는 앨범 10만장이 팔려 음악이 하나의 산업으로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에 등장한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 구도는 트로트의 위력을 더욱 키웠다. 남진은 1967년 ‘가슴 아프게’로, 나훈아는 1969년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 엄청난 인기를 거두면서 슬픈 트로트의 전성기를 이룬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면서, 록과 포크 등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트로트는 급속히 위축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트로트의 생명력은 끈질겨서 1975년 조용필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성공한 데 이어,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는 주현미, 현철,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등이 등장하여 명맥을 이었다.
무엇보다 트로트는 5분 이내의 짧은 곡으로, 인생과 사랑, 한(恨)과 흥, 환희와 애수 등을 사람들의 가슴 속에 파고들어 그 노래를 나름대로 새겨듣게 하는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한국민의 시대 상황과 어울리면서, 한국의 주류 음악, 국민 장르로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