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③] 세균과 바이러스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③] 세균과 바이러스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05.15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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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병에 걸린 담뱃잎[사진=위키백과]
모자이크병에 걸린 담뱃잎[사진=위키백과]

러시아의 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Dmitri Ivanovsky)는 1892년, 담배 모자이크병을 연구하던 중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모자이크병은 담뱃잎의 성장을 방해하는 병인데 이 병에 걸린 담뱃잎은 모양이 모자이크처럼 변했다. 그는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에 걸린 잎에서 짜낸 즙을 세균 여과기에 걸러보았으나 어떠한 병원성 세균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당대의 슈퍼스타 파스퇴르와 코흐의 ‘미생물 병원체설’에 위배되는 것이다. 당시 어떤 병이 생기면 당연히 병원균이 있다고 생각할 때이다. 세균이라면 당연히 여과지에 걸러져야 하는데 세균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그는 자신이 사용한 여과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세균 여과기에 걸러지지 않을 만큼 작은 물질’이 존재할지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그가 계속하여 세균을 걸러내고 남은 여과액을 싱싱한 담뱃잎에 발랐더니 며칠 뒤 담뱃잎에 여기저기 반점이 생기지만 그 작은 것이 무엇인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바노프스키의 실험이 알려지자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마티누스 바이엘링(Martinus Beijerinck)도 1880년부터 담뱃잎에 발생하는 모자이크병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도 1895년 모자이크병에 감염된 잎에서 얻어낸 추출물을 박테리아도 걸러낼 수 있는 촘촘한 필터로 걸러보았지만 병원체는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모자이크병은 계속 발견되었다. 특히 끓여서 여과해도 모자이크병은 여전했다.

바이엘링은 파스퇴르 역시 광견병을 연구하면서 병원체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실험을 계속하여 여과액 속에 액체형의 전염성 병원체가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898년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공개하면서 담배모자이크병의 원인은 극도로 작은 미생물이라고 밝히면서 이 미생물을 ‘액상 전염성 바이러스(contagium vivium fluidum)’라고 명명했다. 바이러스(virus)는 독이라는 뜻이다.

세균은 보통 세포 크기만한 것에서부터 아주 작은 것까지 다양하다. 크기는 직경이 보통 2마이크로미터 정도이며 가장 작은 세균으로는 직경이 0.4마이크로미터 정도다. 이 정도의 크기가 생물체로서 독립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대사 기구를 갖는 최소한의 부피이다.

바이러스가 이바노프스키의 여과지에 걸러지지 않았던 이유는 크기가 세균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의 경우 27nm(1nm는 10억 분의 1m)에 불과하다. 코로나19를 일으킨 SARS-CoV-2라는 바이러스의 크기가 약 120nm다. 이들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지 않으면 관찰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작은 것은 스스로 살아가기에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숙주에 기생하면서 살아간다. 그들이 자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살아있는 세포이다. 동물세포에서 기생하면 동물 바이러스, 식물세포에서 살아가면 식물 바이러스, 미생물에 살면 파지(phage)라고 부른다.

크기가 비교적 큰 병원균들은 그 여분의 공간에 자신의 복제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를 저장하는데 인간들은 항생제 등을 이용하여 이들을 박멸할 수 있다. 세균을 바이러스보다 비교적 퇴치하기 쉬운 이유는 세균이 인체의 세포와 많이 다르므로 이들만 공격하는 약물을 만들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질병이 치료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큰 특징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인 기능 즉 스스로 복제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는 숙주에 감염된 후 숙주의 복제 시스템을 활용해 증식한다. 이것이 바이러스의 단점이자 장점이라 볼 수 있다.

바이러스는 몇 개의 단백질을 사용해 모든 종류의 모양으로 조립되면서 공기, 물, 토양, 물방울을 통해 숙주 사이를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 인간의 세포는 약 2만 개의 단백질을 사용하는 데 비해 크기가 작은 SARS-CoV-2는 단백질을 33개만 사용한다.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은 것은 바이러스가 숙주의 기관을 이용해 인체 세포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많이 사용하므로 약물로 표적 공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말은 바이러스 제거를 목표로 하되 인체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는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바이러스는 엄청나게 다양한 돌연변이를 빠르게 양산하므로 맞춤형 치료와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효력을 잃기 십상이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고 자주 업데이트되는 백신, 그리고 공공보건의 오랜 대응에도 불구하고 독감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모자이크병에 걸린 담뱃잎[사진=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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