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내 마음에 평화의 채널을
[해외기고] 내 마음에 평화의 채널을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0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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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햇살이 커튼 사이로 흘러들면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게 해준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먼저 바친다. 이마에서 가슴으로 성호를 그으며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화살기도를 하늘로 쏘아 보낸다. 아무리 바쁜 하느님이라도 에둘러 아침 인사를 날려 보내면 ‘마음의 평화’라는 선물을 보내 줄 것 같아서다. 마음이라는 것이 가슴 안에 있는데 변화무쌍해서 하루에도 사계절을 다 겪으며 지내는 날도 있다. 그렇듯 대하기가 어려운 마음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서 이런 말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이 말의 깊은 의미는 마음의 변덕과 조절의 힘듦이 아니라 머리(지식)로 아는 것과 가슴(감성)으로 깨달아 실천하는 것의 차이를 뜻함이다. 모든 말이나 행동은 나에게서 벗어나기 전에 잠시 가슴 안에 담아 놓았다가 다시 끄집어낸다면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없을 텐데. ‘머리(지식)로 앎 + 가슴(감성)으로 깨달음= 손발에서 완성(실천)’ 이라는 그럴듯한 이론 공식이 만들어진다.

프랑스에서 세계적인 명상센터를 세운 베트남 출신의 승려 탁 닛한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이라는 저서에서 ‘사람의 마음의 채널’에 대한 멋진 풀이를 해놓았다. “마음은 수천 개의 채널이 있는 텔레비전과 같다. 그리하여 우리가 선택하는 채널대로 순간순간의 우리가 존재하게 된다. 분노를 켜면 우리 자신이 분노가 되고 평화와 기쁨을 켜면 우리 자신이 평화와 기쁨이 된다.”

우리는 매일 매일의 삶을 어떤 채널에 맞추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진다. 분노와 미움의 채널에 있는 걸까? 그러면 빨리 채널을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평화와 기쁨, 그리고 감사가 머물고 있는 채널일까? 그렇다면 거기에 채널을 고정시켜서 실컷 즐기며 감상해보는 것이 좋겠다. 만족스러울 만큼 감상하고 나서 또 다른 채널로 이동하면 사랑과 나눔이라는 가르침이 있는 채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채널을 고정시켜서, 사랑에 더하기 열정(Love + Passion)을, 나눔에서 빼기 위선(Sharing – Hypocrisy)이라는 공식을 우리들의 삶에 적용시키면 더 오랜 시간 감상하고 싶은 채널이 될 수 있다. 그런 채널을 찾아서 꼭 붙들고 살아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진정한 보람과 기쁨 그리고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거라는 알려준다. 오늘부터 마음의 채널을 어느 곳에 고정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한 번쯤은 가져봐야 할 듯싶다. 그리고 기쁨채널과 행복채널을 찾을 수 있을는지 지금 리모컨을 작동시켜야 할 시간이 되었다.

다가오는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하고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요즘의 나날들이다. 앞으로 내게 주어질 시간들이 이미 주어진 시간보다 더 짧을 것이라는 조급함 때문이다. 내일이라는 시간이 늘 나에게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세상을 사는 동안에 그저 최선을 다해서 나머지의 삶을 스스로 후회하지 않도록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지니며 살게 된다.

“고통은 씨를 뿌리는 일이고 갈망은 꽃을 피우는 일이며 눈물은 열매를 맺게 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금의 삶 앞에서 좀 더 겸손해지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죄에 해당한다는데 고통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면 “한 걸음만 더 걸어 보세요”라는 위로의 말을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 우리의 삶도 가끔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또 다른 행복채널의 사랑스러운 삶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감을 가져보기도 한다. 삶을 기대한다는 것은 나를 위해서 베풀며 사는 시간이 되어줄 수도 있음이다.

몇 년 전, 퀸즐랜드 대학교에서는 티베트에서 온 달라이 라마의 제자들이 자기들의 전통의식을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을 공연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내 영혼이 티베트의 깊은 산 속에 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심오한 악기 소리에 심신이 가라앉는 느낌의 전율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들은 14대 달라이 라마의 말씀을 전하려 세계를 떠돌고 있다면서 호주사람들이 자기들을 기억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들이 살아가야 하며 발을 내디뎌야 하는 땅을 빼앗긴 채 오랜 세월을 떠돌고 있는 그들에게 연민의 정이 생겨났다.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달라이 라마를 힘으로 억누르는 자들에 대한 거부감도 생겼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자유가 빨리 찾아와서 순례의 길이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마음에 담아 보았다.

사람들은 한 걸음씩만 더 양보한다면 지혜롭게 해결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점차 잊으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내 곁에 혹은 내 뒤에 누가 서 있는지를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사는 세상이 된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깃든다. 우리는 귀한 것과 값진 것들이 내 앞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살고 있지만, 정작은 눈을 가리고 귀를 닫은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계의 복잡함이 점차 단순해지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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