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한국에서 잊혀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해외기고] 한국에서 잊혀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 승인 2021.09.01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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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모스크바대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김원일(모스크바대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제6회 동방경제포럼이 9월2일부터 4일까지 일정으로 개최된다. 동방경제포럼은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외국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개최해 오고 있는 포럼 형식을 갖춘 대규모 국제회의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지만 지난해 포럼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최소됐다.

하지만 올해엔 러시아정부의 행사 재개 의지로 포럼이 개최된다. 러시아정부는 팬데믹 상황임을 감안해 행사참가자를 예년의 약 절반인 약 4천명 수준으로 줄이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행사 참가가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변화하는 세계 속, 극동의 새로운 가능성’이란 모토를 내걸은 올해 포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종 분야별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예년과 다름없이 행사참석자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도 준비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재집권 이후 신동방정책을 러시아의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채택했다. 아시아태평양국가와의 관계강화와 러시아극동지역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오고 있다. 그는 매년 9월 초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블라디보스토크 행사장에 빠짐없이 참석해 행사 전반을 직접 챙겨오고 있다. 그는 행사 기간 중 행사장에 계속 머물며 행사 참가국 정부, 기업대표단 등과 만나 정력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2015년 처음 시작된 동방경제포럼은 그동안 발전돼 왔다. 동방경제포럼은 단순히 경제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동북아 지역의 정치, 외교 분야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이젠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양한 지역적, 공통적 현안들을 함께 포괄해 논의하고 있다.

동방경제포럼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다. 2016년 9월 개최된 제2회 동방경제포럼엔 당시 한국 박근혜 대통령, 일본 아베 총리 등 국가수반 급이 직접 참석했다. 경제포럼이 각국 정상들이 참석해 지역현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2017년 9월에 개최된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 몽골의 바툴가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2018년 행사에는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이 그리고 2019년엔 인도의 모디 총리가 주빈으로 참석하는 등 여러 정상급 국가지도자들과 각국 외교부, 경제부 장관들도 참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당시 아베 일본 총리는 2016년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포럼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도 2017년 이후엔 매년 꾸준히 크고 작은 경제대표단을 행사장에 파견해 오고 있다.

2019년 5차 동방경제포럼 당시, 행사장엔 65개국 약 9천명에 이르는 참석자들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성황을 이루었다. 일본과 중국의 참가자가 가장 많았고 한국, 인도 그리고 몽골, 미국, 영국, 싱가포르, 베트남이 상당수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러시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행사 기간 중 약 523억달러 규모의 270개의 협약이 체결됐다고 한다. 약 1,200명 이르는 각국 언론인이 몰려, 취재 열기 역시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신북방정책’을 새로운 한국정부 국가발전전략으로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 러시아와 함께 철도, 전력, 가스, 북극항로, 수산, 농업, 조선, 항만, 산업단지 등 9개 사업영역을 과감하게 추진해 나아가겠다고 선언하고 이것을 ‘9-브릿지(Bridge)’로 이름 붙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 자신을 대신해 이낙연 국무총리를 파견해 푸틴 대통령에게 방한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한러 양국은 푸틴 대통령의 답방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 등으로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문재인 정부는 지난 임기 동안 블라디보스토크 경제포럼을 한러 관계 발전과 경제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계기로 잘 활용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엔 행사 개최를 바로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한국 정부는 동방경제포럼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고, 한국언론에서도 동방경제포럼에 대한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우선 코로나 상황의 지속으로 한국 대표단의 행사 참석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국면의 지속과 북한 문제가 한러 협력사업 실현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행사 직접 참석, 2018년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행사 참석 그리고 2019년 홍남기 부총리 행사 참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행사에 참석하는 한국 대표의 격이 점차 낮아졌고 행사 참석인원이 감소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에 일본은 매년 아베 총리를 대표로 하여 중국과 서로 1위를 다투며 경쟁하듯이 행사에 대규모 인원을 파견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며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 러시아 정책, 대 유라시아 정책 역시 과거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용두사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적지 않은 의구심이 들곤 했다.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복잡성은 많은 부분이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 지경학적 복잡성에 원인을 두고 있다. 이것은 해결이 쉽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감당해 나가야 하는 것이 한국의 역사적 숙명이다. 자주 이야기되고 있듯이 유라시아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특히 유라시아국가들의 리더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한국의 중장기적 국가이익에 매우 부합된다. 그리고 미국 혹은 중국, 한쪽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는 국가 방향이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후 남북러 삼각협력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 이것은 한국경제에 재도약의 기회가 됨과 동시에 동북아 지역의 정치적 안정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동방경제포럼은 동북아에서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데 매우 유리한 공간을 제공해 오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국가이익 실현을 위한 장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제라도 한국 정부와 언론에서 동방경제포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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