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01] 불고기
[아! 대한민국-201] 불고기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1.10.30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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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지금은 지극히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고기는 아무나 먹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쉽게 삼겹살이나 불고기 등을 맘 놓고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무래도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삼겹살을 이제는 더 널리, 더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쇠고기를 불판에 얹어 구워 먹는 불고기야말로 더 먼저 한국인에 어울리는 식문화라 할 수 있다.

불고기의 원조로 볼 수 있는 것이, 삼국시대 때 제사 또는 잔치에 먹었던 양념 통돼지구이로 추정되는 맥적, 고려와 조선시대 궁중에서 먹은 양념 꼬치구이였던 설야멱, 조선시대 궁중요리로 넓적하게 저며 구운 쇠고기 너비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점에서 불고기의 연원은 이렇게 길다.

일반인은 감히 먹을 수조차 없었던 너비아니를 비롯한 궁중요리가 세상에 널리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04년에 생긴 요릿집, 명월관을 통해서였다. 이렇게 선을 뵌 불고기는 이어 식도원, 국일관, 고려관, 천향원, 춘경원, 장춘원, 창서원, 태서관 등의 요릿집이 생겨나면서 점점 퍼져 나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서민음식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돈푼깨나 있는 사람들이 먹고 대접하는 고급 요리였다.

그러나 1930년대 말쯤에는 불고기가 너비아니의 별칭 내지 속칭으로서 널리 알려졌다. 1938년 박향림이 부른 『오빠는 풍각쟁이』라는 노래의 가사에 나온다. “오빠는 풍각쟁이야 머, 오빠는 심술쟁이야 머/ 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뺏어먹는거 난 몰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고/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오빠는 욕심쟁이 오빠는 심술쟁이 오빠는 깍쟁이야.”

해방 후 1946년 경에 석쇠에 구워서 내는 불고기 전문점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한일백화점 식당, 남산 등에서 순 평양식 불고기를 팔더니 이내 한일관, 우래옥, 옥돌집 등이 등장한다. 종로 한일관은 1957년 불고기를 주 메뉴로 팔기 시작하더니, 10년 만에 명동에다 5층짜리 사옥을 지어 자리를 옮겼다. 불고기로 떼돈을 번 것이다.

초기에는 석쇠 불고기와 육수 불고기가 공존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가 불고기라 부르는 음식은 파, 버섯 등 채소와 함께 황동 불고기 판에 자작한 육수와 함께 끓여내는 쇠고기 요리를 가리킨다. 불판에 고기를 굽는 것과 고기를 전골로 끓이는 것을 결합한 형태다. 전문점에서 쓰는 원형 불고기 판을 보면 가운데가 완만하게 솟아 있고, 거기에 뾰족한 구멍이 ㅤㄸㅡㅀ려 있다. 가장자리는 둥글게 패여 국물이 고이게 되어 있다. 국물에 냉면을 말아먹거나, 밥에 국물을 넣어 비벼 먹거나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구워 먹는 불고기에서 육수 불고기로 대세가 기울게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의 일이다. 석쇠 불고기는 등심, 안심, 꽃심, 갈빗살 등 육질이 좋은 특수부위 좋은 고기만을 써야 하기 때문에 대중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다 전쟁을 겪으면서 식자재가 부족하고, 육질 좋은 특수부위는 한계가 있다 보니, 다소 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이용해도 무리가 없고, 각종 채소를 곁들여 양을 늘리기 좋은 육수 불고기 조리법이 일반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불고기는 한국인의 국민요리가 되었고, bulgogi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음식으로 정착한 것이다. 불고기라는 말만 들어도 한국인의 입에서는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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