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시카고한인문화회관에 300-350석 극장 만든다
[탐방] 시카고한인문화회관에 300-350석 극장 만든다
  • 시카고=이종환 기자
  • 승인 2022.04.0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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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는 조선 공예품도 전시… 연간 10만명 오가는 문화 교육 중심

(시카고=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회칠한 기와지붕 돌담 뒤로 한국식 정자가 보인다. 네 기둥을 가진 훤칠한 이 정자 또한 기와로 지붕을 이었다.

안쪽의 널찍한 뜰 한켠에는 돌하루방도 보인다. 돌하루방은 지금은 제주도가 반출을 금지해 섬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의 한쌍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이민온 듯했다.

이같은 전경의 시카고한인문화회관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초였다. 회관은 시카고의 한인밀집지 글렌뷰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었다.

기자는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린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통합총회에 참석한 후 시카고를 들렀다. 시카고의 첫날은 시카고한인회장 및 임원단과 만나고, 이튿날 시카고한인문화화관을 방문했다. 문화회관 방문에는 이 회관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장기남 전 시카고한인회장이 동행했다.

서울대 문리대 64학번인 강회장은 시카고한인회장 시절 한인사회 숙원사업인 문화회관 건립을 마무리지었다.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먼저 10만불을 쾌척했고, 인근 산을 돌며 캔 총 1천여뿌리의 산삼을 기금마련의 윤활유로 사용하는 바람에 '심마니'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오늘은 토요일이어서 파킹롯이 많이 비었어요. 평일에는 차들도 가득해요.”

회관에서 만난 강정희 시카고한인문화회관 이사장이 “연간 10만명이 오가는 곳”이라고 소개를 했다. 강 이사장은 1960년대 미국에 유학으로 건너온 엘리트 1세대다.

장기남 전 시카고한인회장(왼쪽)과 강정희 시카고한인문화회관 이사장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에 건너와서 내로라하는 식품회사 연구실에 근무하기도 했으며, 박사학위를 받은 퍼듀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기도 했다. 남편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시카고로 유학했던 강수상 박사로, 시카고의 한 학회에서 만난 게 인연이 돼 결혼했다고 한다.

“강정희 이사장님은 무척 독보적인 분입니다. 이분을 이사장님으로 모신 게 큰 행운입니다. 초대이사장이신 강영희 이사장님의 친 손윗언니이신데, 두 자매분이 한인문화회관을 위해 정말 헌신적인 봉사를 하셨고, 또 하고 계십니다.”

장기남 전 시카고한인회장이 강정희 이사장과 강영희 전 이사장에 대해 소개를 했다. 강영희 전 이사장은 한인문화회관 건물 구입부터 시작해 지금으로 오는 기초를 닦는 데 큰 힘을 쏟았고, 지난해 신임이사장에 취임한 강정희 현 이사장은 “이제 꽃을 피우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장 회장의 소개였다.

“우리 문화회관의 당면 현안은 300-35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컨서트홀을 만든 것입니다. 공연도 하고, 행사도 할 수 있는 극장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강 이사장은 “컨서트홀 만들 기금이 문제였는데, 성금으로 대부분 해결됐다”고 말했다. 장기남 회장은 강정희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홀 건립 기금문제가 빠르게 풀렸다고 소개했다. 강 이사장의 지인인 BISCO사 서병인 서민숙 부부가 150만불을 기부하는 등 기부자가 잇따랐다고 했다. 또 미 연방정부 그랜트(지원금)도 60만불을 받기로 해서 공연장 건립기금을 대부분 확보했다는 얘기였다.

강 이사장은 “건물 3개의 공간을 터서 컨서트홀을 만들 것”이라면서 “극장이 만들어지면 다양한 공연과 행사들을 진행해, 문화회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카고한인문화회관은 3만2천 스퀘어피트 부지에, 건물면적만 7천스퀘어피트에 이른다. 이 널찍한 공간을 현재 뮤지엄 갤러리와 도서관, 문화활동 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도 3대가 있다.

강 이사장과 장기남 회장을 따라 갤러리로 가자, 복도에는 시카고 한인사회 역사도 전시돼 있었다.

“1882=조선과 미국 수교, 미국에 온 첫 한인들, 1903=하와이 사탕수수밭, 첫 미국 이민, 1910년대 말엽=첫 시카고 한인사회, 1960년대 말엽=첫 시카고 한인거리, 클락 스트리트, 1990년대=한인 주종사업 세탁업…”

이런 내용의 타이틀에 사진 및 설명이 든 연대기가 깔끔하게 전시돼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 벽에는 한인 및 한국 입양동포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도 전시돼 있었다.

“넓은 세계인 미국에 오길 잘했다”(이주호), “생명 다할 때까지 춤을 출 것”(은방초), “시카고 연극단체가 다시 활성화 되기를”(김정교)… 이런 내용과 함께 이력을 정리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어서는 입양동포 제시카 정 보링, 타네카 해월 제닝스, 메리사 리치윅 씨의 사진과 말을 소개한 포스터들도 전시돼 있었다.

“여기는 조선 후기 공예품을 전시한 갤러리입니다. 기증품으로 모두 꾸몄어요.”

강 이사장이 널찍한 갤러리의 소장품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설명했다. 병풍 앞에 보료가 깔려있고, 서안(책상)과 궤가 있는 전형적인 사대부 거실 모습도 만들어져 있고, 그 옆으로는 신랑 신부 예복과 혼례상도 전시돼 있었다.

한켠에는 전통가마가 있고, 양반이 쓰던 갓도 전시돼 있었다. 또 다양한 백자와 분청자기, 청자기 술병과 항아리 등도 보기 좋게 배치돼 조선의 도자기 미학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얼마 전 장롱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저 장롱은 교민인 배은숙씨가 3대째 가보로 전해오던 것을 문화회관에 기증한 것입니다.”

강정희 이사장과 장기남 이사장은 “전시된 물품들이 대부분 이처럼 기증받은 것”이라면서 “아마 여기 있는 물건을 팔면 그 값이 문화회관 값보다 더 나갈 것”이라고 자랑했다.

갤러리를 빠져나가자 교실들이 나왔다. 문화회관은 풍물 무용 판소리 가야금 동양화 댄스 탁구 바둑교실에다 코딩 음악 영어 수학 교실까지 개설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학교 구실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건물 밖으로 나가자 넓은 뜰이 펼쳐지고, 한켠에 한국식 정자가 서 있었다.

“시카고와 부산시가 자매결연도시입니다. 마침 시카고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부산시가 기념물로 한국식 정자를 기증한다고 해서 시카고 시를 설득해 여기에 세운 것입니다.”

장기남 회장이 ‘부산정’이라고 이름 붙인 정자의 내력을 소개했다.

“저것은 1960년대 미국으로 들어온 제주도 돌하루방입니다. 교민 이흥종박사가 기증한 것인데, 미국에서는 여기 한군데 밖에 없어요. 이젠 한국에서 못 나오잖아요.”

강정희 이사장은 “이곳에 컨스트홀까지 만들어지면, 우리 교민들과 2세 청소년들은 물론 미국의 현지인들도 많이 올 수 있다”면서 “그때면 우리 문화를 배우고 또 알리는 곳으로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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