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미 공군사관학교… 미소 우주경쟁의 산물?
[탐방]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미 공군사관학교… 미소 우주경쟁의 산물?
  • 콜로라도 스프링스=이종환 기자
  • 승인 2022.04.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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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총연 덴버 총회 때 방문… 한국 공군사관학교보다 뒤늦게 개교

(콜로라도 스프링스=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미 공군사관학교가 만들어진 것은 미소 우주경쟁이 계기가 된 게 아니었을까?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미 공군사관학교를 둘러보면서 우연히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미 공군사관학교를 찾은 것은 콜라라도 덴버에서 열린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통합총회에 참여했을 때였다. 마침 국승구 미추총연 공동회장이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미 공군사관학교도 있고, ‘신들의 정원’이라는 명승지도 있다고 소개해서 행사를 앞두고 둘러봤다.

“저 건물이 유명한 커데츠 채플(cadet chapel)입니다.”

덴버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미 공군사관학교 경내에 접어들었을 때 차를 운전하며 안내를 자청했던 최영재 수석이 앞쪽을 가리켰다.

1976년 미국으로 건너온 최영재 수석은 민주평통 덴버협의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왼쪽 사진은 미 공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나온 커데츠 채플(cadet chapel).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공사 중(오른쪽)이었다.
왼쪽 사진은 미 공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나온 커데츠 채플(cadet chapel).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공사 중(오른쪽)이었다.

커데츠 채플은 사관생도들이 채플수업이나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건물이다. 개신교, 유대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 신자가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기할 것은 이 건물의 독특한 외관이다. 철제 프레임에 알루미늄을 부착한 얇은 판들을 아코디언처럼 접어 붙여 세웠는데, 건물 높이가 40m다. 이 때문에 공군사관학교 부근에 들어서면 단연 눈에 띄는 랜드마크 건물이다.

차를 세워놓고 커데츠 채플이 보이는 곳으로 가자, 아래쪽으로 생도들이 활동하는 거대한 운동장과 학교 건물이 나타났다.

“아래가 생도들이 생활하는 커데츠 지역”이라고 안내한 ‘명예의 벽’에서 생도들의 활동공간을 아래로 조망할 수 있었다. 마침 우리 일행이 방문했을 때는 생도후보 학부모들의 학교 견학이 있었는지, 일반인들이 떼 지어 운동장 안을 이동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훔치지 않으며, 속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을 참지도 않는다.”

‘명예의 벽’에는 이런 글귀도 크게 붙어 있었다. 웨스트포인트의 미 육군사관학교가 ‘의무(duty), 명예(honor), 국가(country)’라는 짧지만 묵직한 모토를 가진 데 비하면,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미 공군사관학교의 모토는 ‘커테츠 채플’에서 읽는 성경의 한 구절 같았다.

커테츠 채플은 평소에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돼, 연간 이곳을 찾는 사람 수가 2백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일행이 방문했을 때는 코로나로 인해 출입도 쉽지 않았지만, 커테츠 채플이 보수공사에 들어가 실내 입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커테츠 채플을 보면, 전투기나 우주 비행선을 포개놓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월터 네취(Walter Netsch)라는 유명건축가의 디자인이다.

미 공군사관학교는 1954년에 개교했다. 1949년 설립된 우리나라 공군사관학교보다도 5년이나 뒤진다. 미 육사는 1802년, 미 해군사관학교가 1845년에 개교한 데 비하면 100년도 지나서 문을 열었다.

미 공군이 육군으로부터 독립한 것은 1947년이다. 미국은 2차대전이 끝나면서 대대적인 군부대 축소에 들어갔다. 특히 해군과 해병대, 해군항공대 등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이 때문에 해군에서 대대적인 항명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1954년 공군사관학교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문을 열었다. 생도들은 4년 교육과정을 마치면 미 공군 혹은 미 우주군 소위로 임관한다.

초반에는 교육 커리큘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생도 복장이나 교수진 선발도 어려웠던 등 혼란투성이였다고 한다. 심지어 1955년 첫 입학 때는 덴버의 공군기지에서 입학선서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소란을 겪으면서 왜 공군사관학교를 만들었을까? 육군은 자체 육군항공대를 보유하고 있고, 해군은 자체 해군항공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굳이 공군으로 독립시키고, 공군을 이끌어갈 공군사관학교를 만든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바로 미소 우주경쟁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커데츠 채플을 보면서 떠올렸던 것이다. 육군항공대나 해군항공대로 우주비행사를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문 때문이다.

미 공군사관학교를 빠져나오는 길에 패러글라이딩이 이어지고, 작은 비행기들이 나는 비행장을 지났다. 공군사관학교 학생들이 실습훈련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태권도가 실전에 강한 것은 수련을 하면서 많이 맞아봐서”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공군사관학생들도 패러글라이딩과 경비행기 같은 것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단련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찾은 곳은 ‘신들의 정원’이라는 곳이었다. 눈과 비, 바람에 씻긴 바위들이 기묘한 모습을 이루고 있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신들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서 잡신인 것 같아요”라고 앨버커키에서 온 박순삼 초대 뉴멕시코 한인회장이 안내판을 보면서 풀이를 하자, 강남중 전 버지니아 한인회장이 “예리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안내를 했던 최영재 회장은 “그럼 귀신들의 정원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면서, 신들의 정원을 한 바퀴 돌면서 바람의 신, 눈의 신, 비의 신들이 조각한 작품들을 골고루 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날 오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도 공연한 곳으로 유명한 ‘레드락스’도 돌아보았다. 붉은 바위 지형을 이용한 노천음악공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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