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의 30년
[해외기고]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의 30년
  • 김 블라디미르 나우모비치(전 우즈벡 ‘프라우다 보스토카’ 기자)
  • 승인 2022.05.09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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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한국교육원
우즈베키스탄 한국교육원

기념일은 단지 그날을 축하하는 날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걸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날이다.

30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 교육’의 모습은 어땠을까? 우즈베키스탄 한국교육원 30주년 창립 기념일(2022년 5월 27일)을 앞두고 우즈베키스탄 한국어 교육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본다. 우즈베키스탄, ‘프라우다 보스토카’ 기자로 활동한 필자는 고려인한국어교사협회 회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1980년대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고려 말’을 가르치는 몇몇 학교밖에 없었다. 하지만 타슈켄트사범대학교가 1985년 한국어 문학과를 개설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어 교육이라는 나무가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해외에 있는 동포들까지 신경 쓰기 어려웠다. 하지만 50만 명 이상 해외동포가 거주하고 있는 CIS에 한국교육원을 개설하는 것을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자 한국은 CIS에 한국교육원을 설립하기로 마음먹고, 첫 번째 프로젝트 지역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정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곧바로 수많은 어려움에 빠졌다. 1990년대 초 구소련의 국가들이 독립을 이루었고, 독립 초기의 많은 국가가 그렇듯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한국교육원을 챙겨줄 만큼 여유가 없었다.

더욱이 우즈베키스탄에는 대한민국 대사관도 없었다. 따라서 초대 안재식 원장과 자원봉사자들은 알아서 번역가를 찾고,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사무실을 임대해야 했다.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문화협회는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당시 이들에게도 교육기관을 설립해 본 경험이 없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은 타슈켄트 예술박물관의 반지하 공간에서 1992년 9월 1일 첫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학생 30명이 첫 학기 수업을 들었다. 최 스베틀라나, 박 갈리나, 김 이리나 등 당시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아는 현지 고려인 동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고려인들은 훗날 한국교육원의 중추가 됐다.

교육원은 이후 5년간 임대공간들을 전전한 뒤, 한 공장의 기숙사 건물을 인수할 수 있었다. 물론 교육 환경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긴 힘들었다. 이때 대우, 삼성, 엘지 등과 같은 대기업들이 CIS에 진출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수십, 수백여 개의 한-우즈벡 합작 기업들은 한국어 통역직원들을 필요로 했고, 한국어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전통 등을 모르고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교육원은 설립 초기부터 한국의 노래와 춤, 전통 놀이, 전통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해 학생들을 지도해 오고 있다. 교육원은 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한국영화, 김치 축제와 여름 캠프 등을 열고 있다.

한국어 교육이라는 나무를 키워야 한다는 뜻이 모아져 오늘 현재 우즈베키스탄 전역의 고려문화협회 지회에는 40개가 넘는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있다. 한국어 교실이 설치된 중등학교는 40개고, 한국어학과를 설치한 대학은 16개다. 이 가운데 6개 대학은 대한민국의 유수 대학이 설립한 우즈베키스탄 분교다.

다가오는 우즈베키스탄 한국교육원 30주년 창립 기념일은 단순히 한국교육원만의 날이 아니다. 한국어로 맺어진 우즈베키스탄인과 고려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기념일이다.

필자소개
김 블라디미르 나우모비치 작가는 구소련 우즈베키스탄의 관영 신문 ‘프라우다 보스토카’의 기자로 재직했으며, 은퇴 후 한국에서도 발간된 자전적 에세이 <멀리서 떠나온 사람들(ушедшие вдаль)>, 구한말부터 연해주 이주와 강제이주를 거쳐 이곳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들의 모습을 담은 대하소설 <김가네(Кимы)> 1, 2부를 완간했으며 현재 3편을 집필하고 있다.(번역: 정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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