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㊿] 뇌파는 다르다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㊿] 뇌파는 다르다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6.25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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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를 연구하는 한 방향으로 추진된 뇌파의 연구는 그야말로 상상치 못하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초보적이나마 인간의 뇌파를 이용하여 기계를 움직이는 데 성공하자 연구자들은 이를 활용하면 영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 Computer Interface)이다. 설명에 따라 BCI 대신 BMI(Brain Machine Interface)을 쓰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BCI로 통일한다. BCI는 어떤 동작을 상상할 때 발생하는 사람의 뇌파(뇌에서 나오는 일종의 전기신호)를 컴퓨터에 보내면, 컴퓨터가 이를 컴퓨터나 로봇이 알아들 수 있는 기계적인 명령어로 바꾸어 전달하는 것이다.

BCI에는 세 가지 접근방법이 있다. 첫째는 특정 부위 신경세포(뉴런)의 전기적 신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전극이나 반도체 칩을 심어 뉴런의 신호를 포착한다. 둘째는 뇌의 활동 상태에 따라 주파수가 다르게 발생하는 뇌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먼저 머리에 띠처럼 두른 장치로 뇌파를 모은다. 이 뇌파를 컴퓨터로 보내면 컴퓨터가 뇌파를 분석해 적절한 반응을 일으킨다.

컴퓨터가 사람의 마음을 읽어서 스스로 작동하는 셈이다. 셋째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fMRI) 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fMRI는 어떤 생각을 할 때 뇌 안에서 피가 몰리는 영역의 영상을 보여준다. 사람을 fMRI 장치에 눕혀놓고 뇌의 영상을 촬영하여 이 자료로 로봇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중에서 첫째와 둘째 방법은 구식이 될 정도로 과학자들을 고무시켰다. 우선 첫 번째 방법을 보자. 1998년 3월 미국 신경과학자 필립 케네디가 최초로 BCI 장치를 선보였다.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목 아랫부분이 완전히 마비된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BCI 장치 한 개를 이식했다.

환자는 눈꺼풀을 깜빡거리는 것으로 겨우 자기 뜻을 나타낼 뿐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였다. 케네디의 BCI 장치는 미세전극이 한 개인데 사람 뇌에는 운동 제어에 관련된 신경세포가 수백만 개 이상이다. 그러므로 한 개의 전극으로 신호를 포착해 몸 일부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엉뚱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케네디와 환자의 끈질긴 노력 끝에 생각하는 것만으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케네디는 사람 뇌에 이식된 미세전극이 뉴런의 신호를 받아 컴퓨터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손 대신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BCI 실험에 최초로 성공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2003년 6월 니코렐리스와 채핀은 붉은털원숭이의 뇌에 700개의 미세전극을 이식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2004년 이들은 32개의 전극으로 사람 뇌의 활동을 분석하여 신체 마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BCI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2004년 9월 미국 신경과학자 존 도너휴는 뇌에 이식하는 반도체 칩인 브레인게이트(BrainGate)를 개발했다.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전극 100개로 구성된 이 장치는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25세 청년의 운동피질에 1㎜ 깊이로 심어졌다.

9개월이 지나서 이 환자는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여 전자우편을 보내고 게임도 즐기고, 텔레비전을 켜서 채널을 바꾸거나 볼륨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또 자신의 로봇 팔, 곧 의수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뇌졸중을 겪은 환자는 멀쩡히 생각하는 뇌와 아무 문제 없는 몸을 가지고 있지만, 뇌의 명령을 몸으로 전달하는 ‘연락 체계’가 고장 나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뇌가 명령을 내리면 이 명령이 척수를 지나 신경을 타고 몸의 각 근육으로 전해져야 하는데, 이 경로가 손상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도너휴 박사는 뇌 신호를 로봇 팔에 전달하기 위해 몸의 움직임을 주관하는 뇌의 운동중추 부위에 작은 알약 크기의 칩을 이식했다. 정수리 바로 아래 있는 운동중추에 삽입된, 96개의 가느다란 전극이 박힌 센서는 뇌 신경세포의 반응을 측정해 컴퓨터에 전달한다.

2008년 5월 미국 신경과학자 앤드루 슈워츠는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음식을 집어 먹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원숭이 두 마리 뇌의 운동피질에 머리카락 굵기의 탐침을 꽂고 이것으로 측정한 신경신호를 컴퓨터로 보내서 로봇 팔을 움직여 꼬챙이에 꽂혀 있는 과일 조각을 뽑아 자기 입으로 집어넣게 했다. 전신마비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혼자서 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는 기술도 실현되었다.

더 획기적인 기술은 2012년에 선보였다. 두 아이의 엄마인 캐시 허친슨 부인은 1996년 정원을 가꾸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42세였던 허친슨 부인은 그 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살았다. 팔다리를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는데 팔다리가 마비된 지 15년 만인 2012년 허친슨 부인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물병을 든 다음 빨대로 커피를 마셨다. 뇌에 이식한 특수 센서로 뇌 신경세포의 신호를 컴퓨터에 전달해, 뇌와 몸 사이의 끊어진 연결 고리를 다시 이은 결과였다.

운동중추에는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가 있지만, 기본이 되는 100여 개 세포의 신호만 포착하면 어떤 동작일지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다는 것이 키포인트다. 과거에도 마비 환자의 뇌 신호로 휠체어를 움직이거나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지만, 허친슨 부인의 경우는 실제로 로봇 팔을 움직여 자신의 힘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이 다르다.

허치슨 부인은 로봇 팔을 움직이기 위해 5년에 걸친 훈련을 거쳤다. 한편 밥 빌레트 씨도 뇌졸중 환자인데 5개월 훈련 뒤 식탁 위 물건을 집는 것 같은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여 이 기술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예시했다.

이 기술의 단점은 뇌의 신호를 무선 통신이 아니라 전선을 사용해 거대한 특수 컴퓨터로 전달되기 때문에 환자가 연구실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다는 점이지만 공상으로만 생각하던 이 분야의 첫걸음이 성공적이라는 것은 수많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들 기술을 수많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계속 연구 중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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