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성 칼럼] 구(舊) 통일교에 얽힌 기억들… 일본 내 대학에서 친(親)원리 반(反)원리 갈려
[정대성 칼럼] 구(舊) 통일교에 얽힌 기억들… 일본 내 대학에서 친(親)원리 반(反)원리 갈려
  • 정대성 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0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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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구(舊) 통일교에 대한 보도가 열을 띠고 있다. 유명 유튜버들도 다들 한 번씩은 구 통일교에 언급하고 지나간다. 한국 보도기관들은 그렇게까지는 아니나, 일본통 유튜버들은 떠들썩하다.

구(舊) 통일교는 2013년 이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신자 수는 대한민국에 30만 명, 일본에 60만 명, 필리핀에 12만 명, 콩고민주공화국에 11만 명, 태국에 10만 명, 미국에 10만 명 정도다. 2015년 기준 한국을 제외한 해외신도는 300만 명이라고 한다.

구 통일교는 필자가 동경 대학생, 대학원생이었던 시절, 영감상법 등으로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비판받았다. 개인적인 추억들도 있다.

먼저 밝혀 두지만, 필자는 구 통일교도 아니며, 친(親) 통일교도 아니다. 오사카에서 기독교 선교사로 있던 이모를 따라, 어렸을 때 교회에 놀러 간 적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 친구 따라 교회를 다닌 적도 있다. 그때 호승심에서 청년회에서 얄미운 질문들을 많이 하고, 문학청년 티를 내면서 기독교 공부에 빠져서 홀로 성경을 정독할 정도로 신학 공부를 한 경험도 있다. 당시 또 우리 집에 여호와의 증인들이 찾아와서 일부러 토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서, 필자는 기독교 관련 논리에 대해 면역력이 있었다.

지금 일본 방송을 보면, 동경대학 출신 대학교수들 가운데 구 통일교 신자였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도 보인다. 거기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일본 명문대에 원리 연구회라는 이름의 통일교 관계자들이 공공연하게 서클 등록을 해서 활동하고 있었다. 필자도 캠퍼스에서 한두 번 권유당한 게 아니었다.

반대로, 필자의 일본인 친구들은 반원리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캠퍼스 안에서 몇십 명의 원리파와 반원리파가 몸싸움하는 장면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 반원리파 선두에 선 필자의 일본인 친구가 “통일교는 와세다대학에서 나가라!”라고 외치는 것도 봤다.

필자는 대학 졸업 후 2년여 동경대 대학원 연구생으로 동경대 코마바 캠퍼스나 혼고 캠퍼스에 수업을 받으러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난 일본인 대학원생 중에 아주 신실하고 상냥한 친구가 있었다. 동경대로 출강하던 고 나미키 마히토 교수의 한국 근대사 수업에서 함께 공부했는데,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통치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반성하는 태도를 간직한 친구였다.

어느 정도 친해지자, 그 친구는 필자를 어떤 파티에 초대했다. 필자는 이에 응해 코마바 캠퍼스 바로 옆에 있는 카페바로 갔다. 거기에는 부유층으로 보이는 선남선녀들이 모여있었다. 자기소개를 들어보니, 남자들은 의사, 변호사 등 이른바 ‘사’ 자가 붙은 엘리트들이었다.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얌전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었지만, 필자는 익숙지 않아서 중간에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그 친구가 고백하기를, 사실 그 모임 참가자들은 다 통일교 신자들이었다고 한다. 그때 필자는 그 친구가 통일교 신자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와세다대학에서 반원리 활동을 하던 친구는 현재 동경대 교수로 재직 중이고, 동경대에서 만난 통일교 신자 친구는 현재 와세다대 교수로 있다. 전자 친구는 공산주의적 연대운동을 이해할 만큼 좌익적 성향이 있어서 반공단체 승공연합과 연결된 구 통일교에 대해 반감을 품었던 것 같다. 또 후자 친구는 근대일본의 조선통치를 반성하는 심리가 강해서 일본의 제국주의 통치를 일본인의 원죄처럼 추궁하는 구 통일교 논리를 받아들인 것 같았다. 아무튼 이제 와 생각건대, 기구한 인연이 재미나게 느껴진다.

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몇 분들은 간접적으로나마 구 통일교와 아는 사이였다. 어떤 분의 별장에 놀러 가서 하룻밤 잔 적이 있었는데, 그 별장 동네에 맨 위의 제일 좋은 자리에 가장 크고 아담한 집이 문선명 총재의 별장이라 들었다. 그리고 그 동네에는 시집온 통일교도 일본인 여성들이 많이 살았다. 동네 카페에서도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렇듯 필자는 구 통일교를 피상적으로밖에 체험하지 못했다.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도 해서 사실 좋은 인상은 별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의 그런 인식을 바꿔버리는 경험이 한 번 있었다. 필자가 수원에 있는 한 극단의 의뢰로 뮤지컬 대본을 부탁받았을 때였다. 제암리 교회 사건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었다.

필자는 대본에 당시 수원에 실제로 살았던 양심적 일본인 교사, 양심적 일본인 선교사를 취재하거나 자료들을 수집해서 하나의 상상적 인물을 형상화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경기도문화재단의 지원금 심사에서 떨어졌다.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뮤지컬 공연은 여러모로 고생을 겪게 되었다. 필자가 일본에서 전문 연출가와 배우들을 초청한 비용 탓도 있었다.

일본 신극의 아버지라 불리던 무라야마 토모요시의 제자 벌인 인나미라는 연출가가 일본 명문 극단 민예의 주연급 남배우에게 필자가 그려놓은 양심적 일본 지식인 역할을 연기하도록 지도했다. 일본 군인 역할에 동경예술좌 배우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의 출연은 거의 봉사활동 수준이 돼 버렸다. 게다가, 공연에 관한 홍보도 전혀 되지 않았다. 화성시 문화담당 부서에서 협조해주기로 돼 있었으나, 공연 날 뚜껑을 열어보니 관객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홍보해준 매체가 ‘크리스천 투데이’라는 기독교 매체였다. 관객은 그 신문을 통해 공연 일시를 안 구 통일교 신도들이었다. 대부분이 아주머니들이었다. 이들은 공연 후, 눈물을 흘리면서 필자에게 다가와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렇게 양심적 일본인을 그려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라면서…. 그 부인들에게 필자가 “통일교 분들인가요?”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했다. 우스운 얘기지만, 필자가 통일교에 대해 처음으로 좋은 인상을 받은 순간이었다. 경기도문화재단이나 화성시 문화담당보다 지성적인 분들이라고.

그렇다고 여기서 구 통일교를 두둔하고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베 전 총리 저격범의 동기 진술에 구 통일교가 언급되면서 일부에서 구 통일교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나오고 있어서, 일방적으로 비판 일색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심지어 음모론적 시각에서 그 조직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도 하지만, 근대 한일 간의 불행한 역사, 아픈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온라인에서 폭넓고 날카롭게 한일관계, 음모론 등을 파헤치고 있는 유튜버의 한 사람이 김정민 박사다. 필자는 그가 지적하는 얘기들에도 상당히 동감한다. 구 통일교에 대해서도 거의 정확하게 짚은 것 같다. 최근에 방송된 ‘재일동포에 의한 일본식민통치’ 1, 2편을 보면 자세하게 나온다.

하지만, ‘재일동포에 의한’이라고 한 것은 어폐가 있다는 생각이다. 통치하는 유력한 수단의 하나로서 재일동포를 이용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뜻이지, 재일동포가 주체적인 능력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이 자본 투자해서 제작해 한국에서 대히트를 치고 있는 드라마 ‘파친코’에 그려진 것처럼, 재일동포가 역사의 피해자인 것은 본질에서 맞다. 고 카지무라 히데키 교수의 본질론이 자꾸 생각나고 때로는 그립다.

정대성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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