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공태 전 재일민단 중앙단장, “재일동포사회, 뿌리 흔들려서는 안돼”
오공태 전 재일민단 중앙단장, “재일동포사회, 뿌리 흔들려서는 안돼”
  • 동경=이종환 기자
  • 승인 2022.08.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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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과 한인회, 혼란사태 빠른 수습이 절실”
오공태 전 재일민단 중앙단장

(동경=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동경 치요다구에 있는 히비야공원은 1903년에 조성된 일본 최초의 서양식 정원이다. 독일과 일본의 정원 양식을 섞어 만들었다. 에도시대에는 다이묘(영주)들의 근거지였고, 메이지시대에는 군대 연병장으로 사용됐다.

이 공원을 찾은 것은 오공태 전 재일민단 중앙단장과 만나는 약속 때문이었다. 공원에 인접한 제국호텔 커피숍에서 오 전 단장을 만나기로 해서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공원 경내를 가로질러야 했던 것이다.

공원은 8월의 태양 아래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경내에는 일본식 정원, 독일식 화단, 분수대와 야외음악당, 도서관, 공회당 등이 있다. 화단에는 사계절 꽃을 볼 수 있으며, 3,200그루의 나무가 우거진 숲을 이룬다.

히비야공원은 재일민단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재일민단은 1946년 10월 3일 이 공원 안에 있는 히비야공회당에서 창립대회를 치르면서 출범했다. 그 후 재일민단은 해마다 이 공회당에서 8.15 경축 기념행사를 성대히 개최해왔다.

한일 양국정부가 공동개최해온 한일축제한마당도 이 공원에서 열려왔다. 우리의 경복궁 같은 일본의 황궁과 이웃해 있어서 상징성이 컸다. 하지만 민단의 광복절 행사는 2016년 이 공회당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다른 곳에서 개최해야만 했다.

“예전에는 광복절 기념식에 수천 명이 참석했습니다. 일본 여야 정치인들도 많이 참석했어요.”

오공태 전 단장의 말이다. 그를 만난 것은 8월 19일이었다. 오 전 중앙단장은 2012년 2월 제52차 정기중앙대회에서 중앙단장으로 선출돼, 2기 6년간 재일민단을 이끌었다. 중앙단장 퇴임 후 일시 민단중앙 상임고문을 맡기도 했다.

“어제와 오늘 요코하마에서 재일한국인교육자협회 정기총회(제58회)가 열렸습니다. 제57회 재일한국인교육연구대회도 함께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오 전 단장은 현재 동경한국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8월 18-19일 신요코하마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이 대회는 동경한국학교 주관으로 열렸다.

“동경한국학교와 오사카 건국학교, 금강학교, 교토국제학교가 돌아가면서 이 행사를 주관합니다. 내년에는 금강학교 주관으로 오사카에서 열립니다.”

매년 열려왔던 이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이번에는 3년 만에 열렸다고 그는 소개했다. 올해 참석자 수는 150명. 일본 내 5개의 한국학교와 15개 한국교육원, 132개 한글학교, 200여 개 민족학급에서 활동하는 교육자들이 참가하는 행사다.

민단이 창립대회를 열었던 히비야공회당

“민단중앙이 지난해 중앙단장 선거를 둘러싸고 혼란을 겪고 있어요. 최근에는 재일본한국인연합회도 회장선거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들었어요.”

오 전 단장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배여 있었다. 재일본한국인연합회는 1988년 한국 정부의 여행자유화 조치를 전후해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만든 단체다. 흔히 ‘한인회’라고 부른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강점기부터 살아온 재일동포들과 구분해 이들을 ‘뉴커머(신정주자)’라고 부른다. 신정주자들은 2001년 5월 동경에서 재일본한국인연합회를 창립해 독자적인 활동을 해왔다. 동경에서 이 단체가 출범한 이후 오사카와 큐슈, 나고야 등지에서도 속속 한인회들이 들어섰다. 하지만 민단에 비해 조직과 활동은 아직 미약한 상태이다.

“한인회는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민단은 줄어들고 있어요. 멀리 보면 신정주자들이 민단을 떠맡아야 할 시기가 오리라고 봅니다. 한인회는 이를 위해 비전을 세우고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

오 전 단장은 이렇게 소개하며, “하지만 민단은 한인회가 갖지 못한 많은 재산이 있다”고 역설했다. 재일동포사회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신용조합이 곳곳에 있고, 또 2세들을 위한 장학회도 오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민단이 소유한 건물들도 일본 전역에 퍼져 있다.

“이런 민단의 재산을 한인회가 바로 이어받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민단에 참여해 민단 동포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민단의 문은 열려 있어요. 이미 신정주자들이 지방단장을 맡는 경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인회가 민단을 바로 ‘접수’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게 오 전 단장의 조언이었다.

“한인회가 이번 어려움을 슬기롭게 해결했으면 합니다. 민단중앙이 선거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회까지 비슷한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해요. 한인회 혼란을 수습할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민단중앙은 지난해 이래 큰 내홍을 겪고 있다. 혼란이 지속되면서 이번 동경의 광복절 행사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여건이 중앙단장이 경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자 김춘식 중앙감찰위원장을 포함한 20명 가까운 인사들이 항의 퇴장했던 것이다.

민단중앙감찰위원회는 지난해 중앙단장 선거 이후 혼란과 지난 오사카에서의 중앙대회 진행 책임을 물어 최근 여건이 중앙단장을 직위해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상태에서 여 중앙단장이 광복절 기념식에 와서 경축사를 하자, 항의표시로 집단 퇴장했다는 것이다.

히비야 공원

동경의 광복절 기념식은 민단중앙이 주최하고, 동경지방본부가 주관한다. 민단 지방본부들에서도 제각기 광복절 행사를 개최한다. 이 때문에 동경에서 열리는 중앙행사에는 동경의 민단 각 지부들만 참석한다. 이 기념식에는 일본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해왔다. 한국에서도 한일의원연맹 등 정치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해온 게 관례였다.

하지만 올해 광복절 행사에는 한국은 물론 일본 정치인들도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광복절에 집단퇴장 등 소란이 일어날 것을 예상해 초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경지방본부는 여 단장의 불참을 앞서 호소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과거에도 5.17사태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당시 하병옥 중앙단장이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려고 하자, 지단장들이 항의해 집단퇴장했어요.”

‘5.17사태’란 2006년 하병옥 중앙단장 때 일어난 일을 말한다. 당시 하 단장은 민단 내부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화합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 지방참정권 요구와 탈북자 지원 문제를 전면 포기하라는 조총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민단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하 단장은 사태 5개월 만에 사퇴했다.

“민단이 할 일이 많습니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재일동포들의 생활을 보호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공공외교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현재 한일 간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강제징용 등에 대해서도 민단이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민단은 중앙의 혼란사태로 이런 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공태 전 중앙단장은 아베 전총리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통일교 논란에도 민단이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당국이 통일교 문제 조사를 핑계로 민단 지방조직을 사찰하는 등 민단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에 대해서도 민단이 대응책을 적극 강구해야 하는데, 최근의 혼란사태로 속수무책인 것이 안타깝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오 전 중앙단장은 “하지만 일본에서 동포사회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면서, “민단이든 한인회든 동포사회의 단합과 발전, 공생을 위해 멀리 내다보면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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