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국익에 우선하는 정치는 없다
[이영승의 붓을 따라] 국익에 우선하는 정치는 없다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3.06.26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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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에는 여야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 국익(國益) 앞에 여야가 어찌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나라도 과연 그럴까? 작금의 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그렇게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선린(善隣)은 이웃 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말하는데 자고로 외교의 기본이 되어왔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20세기 초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과 친선을 도모하고자 선린외교를 강화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를 예로 들 필요도 없다. 개인 간에도 친구나 이웃과 불화하면 서로가 불편하고 불행해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외교 문제를 정파의 이해에 따라 국내 정치에 악용하고 있으니 미래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걱정이다.

조선 초기 명재상 신숙주가 임종을 맞자 성종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원컨대 우리나라는 일본과 화친을 잃지 마옵소서(願國家毋與日本失和)”라고 했다. 성종이 그 말에 감동해 부제학 이형원과 서장관 김흔에게 일본과 화친에 힘쓰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임란 후 서애 류성룡은 징비록 첫머리에 일본과 화친하라는 신숙주의 유언을 수록했다. 그 의미가 무엇일까? 이는 자신의 일본관과 임진왜란 원인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음이 틀림없다.

서애는 임란 원인을 조선이 1479년(성종 10년)부터 100여 년간 신숙주의 유언과 달리 일본에 사신을 보내지 않는 등 화친을 하지 않음으로써 일본 정세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침략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그리고 임란의 책임은 분명 조선을 침략한 일본에 있지만, 침략의 조짐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비하지 못한 조선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애는 징비록 서문에 ‘임란 발발원인을 분석·반성하고 앞날의 환란에 경계·대비하기 위해 책을 저술한다’라고 집필 이유를 밝혔으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외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 이슈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문제에 대해 우리 정치권의 대응은 어떤가? 야당은 세상이 당장 무너질 듯이 반일 감정을 부추겨 정쟁으로 삼으며, ‘오염수’를 ‘핵 폐수’라고까지 지칭하며 국민을 현혹한다. 평생을 전력산업에 종사했던 사람으로 말하건대 이 표현은 fact(입증할 수 있는 사실)가 아니며 너무도 무책임한 말이다. 그로 인해 국내 수산업계의 피해도 막대하며, 우리나라도 30여 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전 중인데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 문제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결정에 따르고 산적한 민생문제에 매진할 일이다. 어차피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여야정치인들도 모를 리 없으며, 국민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속셈임을 다 알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는 더 가관이다. 지금의 국제 정세는 G2 중심의 신 냉전체제로 진입한 지 오래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두 진영에 양다리를 걸칠 입장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중국은 우리나라를 아직도 조선 시대의 속국인 양 취급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제지하려는 의지도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는 미국에 치우치지 말고 중립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중국은 우리를 무시하는 전략으로 격에 안 맞는 국장급을 대사로 파견했다. 이도 자존심 상하는데 그자가 우리나라 의전 서열 여덟 번째 제1야당 대표를 자기 관저로 불러 수하 대하듯 상대국 내정문제를 비난했으며, 야당 대표는 이에 말 한마디 제지하지 못하고 15분간이나 다소곳이 경청했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우리나라 국내 정치를 갈라치기 위해 뚜렷한 현안과 명분도 없이 야당 의원 12명을 자국 경비로 초청했다. 중국의 처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교라는 이름으로 이에 호응한 의원들은 또 어찌 된 일인가. 이것이 과연 국민 정서에 부합되며, 국익에 무슨 보탬이 될까? 이는 자당의 정치적 이해득실 앞에는 국익도 안중에 없다는 뜻이 아닌가!

세간에 ‘우리나라는 정치만 삼류’라는 말이 회자 되고 있다. 정치만 달라지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국민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정치’라는 말도 떠돈다. 가슴 아픈 이 말을 정치인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치인을 선택한 사람은 국민이니 그 책임은 내게도 있다. 누구를 원망하랴!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국민의 자격으로 정치인에게 이 한마디는 해야겠다. ‘국익에 우선하는 정치는 없다’라고. 그리고 정쟁은 하더라도 국익을 해치는 일만은 제발 자제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신숙주: 21세 등과 후 중앙부서 요직을 두루 거쳐 능력이 출중함. 세조 성종 양대 영의정. 공신 4회 책봉. 일본과 중국의 외교사절단에 서장관(書狀官)으로 파견된 경험으로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 저술. 국제 정세와 안목이 뛰어난 당대 최고의 외교가.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부회장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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