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주 한인 교회의 역할과 미래②
[기고] 미주 한인 교회의 역할과 미래②
  • 문은배 목사(스포켄 한인장로교회 담임)
  • 승인 2023.08.22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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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으로 발간된 <미주한인 동포사회의 발전과 도전 1923-2023>에 실린 글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을 조명한 글로, 한인사회의 변화가 교회에 미치는 영향도 소개하고 있다.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문은배 목사(스포켄 한인장로교회 담임)
문은배 목사(스포켄 한인장로교회 담임)

미주 한인교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희망적이라기보다는 비관적이다. 이미 미주 한인교회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비신자의 교회 유입은 이루어지지 않고 기존의 신자들마저 한국교회의 소위 ‘가나안 신도’의 트렌드를 따라 교회를 떠나는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또 한인사회의 세대 간의 차이와 괴리감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젊은 세대가 사라진 교회의 공동화 현상은 한국과 미주지역에서 빠르게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고령화는 비단 교회만의 이슈가 아니다. 세계적인 저출산율과 더불어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인 상태로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고령화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한국은 저출산율이 전세계 224개국 가운데 219위에 기록될 만큼 초저출산 국가이다. 이러한 세계적 동향과 함께 한인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이 급감하고 다음 세대가 충원되지 않은 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는 이민 교회의 앞날을 무척 암울하게 한다.

시대 환경의 변화도 중요한 변수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비종교화, 세속화의 거센 물결에 휘말리고 있다. 포스트 모던 사회의 상대주의적 다원주의적 가치는 한인들의 정신세계와 실제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화생물학의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는 성경의 가르침을 시대에 뒤떨어진 케케묵은 것으로 여기고 있고, 여러 사회적 논란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는 교회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혁명으로 과거 신적 영역이었던 초지능성, 초연결성, 미래 예측 가능성을 실현하려고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구축할 미래 사회와 그에 따른 깊고 광범위한 변화는 그나마 교회에 남아있는 젊은이들을 복음의 가치에서 멀어지게 하고, 그들에게 심각한 영적인 혼란을 줄 수 있다

이제 이러한 현실 가운데 교회는 한인사회에서 그 정체성과 역할과 사명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먼저 미래의 이민 교회는 교회의 본질에 천착하여야 한다. 과거의 이민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치열하게 추구하기보다는 이민자의 필요에 부응키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이 그 시대의 필요였고 이민 교회가 감당할 역할이기도 했지만 그러한 경향은 교회를 교회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도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교회 역시 갈수록 세속화되고 이민자들의 다양한 욕구들이 충돌하는 현장이 됨으로써 교회는 종교적 구원을 위해 교회를 찾는 이민자들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교회가 좀 더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회복해야 한다. 좀 더 순수한 종교적 신앙적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다변화되고 급속하게 변화되는 세상 가운데서 사람들의 영적 도덕적 갈망을 채워줄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하고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좀 더 신성한 초월적 가치를 제시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케 하며 진정한 위로와 치유와 안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과거에 이민 교회가 감당해야 했던 기능들이 분화되어 해체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교회는 교회의 본연의 본질과 사명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미래의 한인교회는 대내외적으로 한인사회 통합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한인 1세대가 노령화되고 2/3세대가 한인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함에 따라 한인사회에서 세대 간의 거리와 괴리감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사실 미국 주류사회에 동화되고 편입된 한인 2/3세대는 한인만을 위한 교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모색하기 위해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인종적 언어적으로 동질화된 한인교회와 같은 곳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는 한인들만을 위한 한인교회의 존재 이유 및 가치는 점점 약해져 갈 것이다.

이민 1세대가 점점 사라져가는 미래의 한인교회를 상상해 보라. 분명 현재와 같은 한인 교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제 변화될 미래를 대비해 교회 역시 체질 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미래 한인교회는 모든 세대가 어울리고 소통하며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대 통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인교회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1세 한국어권이 2세 영어권의 사역을 지원하거나 독립된 한인 영어권 교회가 시도되기도 하였지만 그러한 형태는 과도기적 모델로 세대 통합을 위해서는 2/3세대를 고려한 교회의 좀 더 과감한 체질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교회의 한인사회의 세대간 통합을 위한 노력은 많은 한계를 드러냈는데도, 생각해 보면 교회만큼 세대 간 통합을 위한 좋은 기반은 없다. 교회는 그 본질상 모든 형태의 벽을 허무는 소통과 상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어권 교회 사역자와 지도자 발굴 그리고 지원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교회의 조직을 구성하고 사역을 할 때도 2, 3세 중심으로 적극 개편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갈수록 언어적 문화적 상이성으로 인해 세대 간의 괴리감이 심화되는 한인사회에 있어 적극적인 세대 통합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미래 한인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며 사명이다. 또한 교회가 대외적으로는 한인 이민사회의 중요한 구성체로서 그 역할을 바로 감당해야 한다. 미래 한인 회가 당면한 문제를 다른 한인사회 구성체와 같이 고민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와이 이민으로 시작된 한인 이민교회는 그동안 한인 이민자들 속에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그들이 가는 곳마다 동행했다. 초기 한인교회는 종교적 기능 외에도 한인 이민자들의 다양한 필요를 채워주는 구심점의 역할을 감당하며 한인사회를 견인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한인교회의 영향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쇠퇴와 맥을 같이하는 영적 도덕적 선도력의 상실로 인한 교인 수의 감소, 이민사회의 다변화와 분화에 따른 이민 교회 역할의 변화, 이민 트렌드 변화로 인한 이민자 수 급감, 그리고 2/3세대 중심으로 이민 사회 변화 등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한인사회에서 좀 더 책임 있고 영향력 있는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교회의 본질 회복, 교회의 사회적 책임의 자각과 실천, 그리고 이민 사회 세대 간, 구성체 간의 통합을 위한 노력에 있다고 본다. 교회는 교회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 한인 이민교회의 존재의미를 다시 묻게 되는 이 시점에서 교회는 한인사회의 핵심적 구성체로서 그 위상을 바로 세우고 교회에 맡겨진 역할과 사명을 바로 감당함으로 한인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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