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의 의미와 과제
[기고]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의 의미와 과제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 승인 2023.08.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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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간 교류도 강화해야… 박진 외교장관의 활약에 주목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한중수교 31주년을 맞은 8월 24일,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중국 정부(문화여유부)가 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은 올해 1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라 태국, 인도네시아 등 20개국에 대한 단체여행 빗장을 풀었고, 3월에는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 40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추가로 허용했다. 한국은 3차로, 미국, 일본 등 세계 78개국과 함께 허용 국가 명단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비자 신청 외국인에 대한 지문 채취도 연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이번 한국 단체여행 허용은 사드보복으로 인해 막혔던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6년여 만에 자유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3월 중국은 ‘명시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사실상 금지했고, 여행사들의 단체 상품 판매가 일제히 중단되면서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객은 끊어졌다. 그 후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한국 단체관광이 다시 시작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한 자국민 단체관광이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수교 이후 한중 양국 간 인적교류는 급속하게 증가했다. 한국 국민들의 중국 방문 열기가 고조됐고, 중국 국민들의 한국 방문도 크게 늘어나 2013년부터는 방한 중국인이 방중 한국인 수를 추월(방한 중국인 432만 명, 방중 한국인 396만 명)했다. 한중 간 인적교류 규모가 2014년에 최초로 1,000만 명(약 1,030만 명)을 돌파했다. 양국은 여러 차례 각각 ‘중국 관광의 해’와 ‘한국 관광의 해’로 지정하여 양국 간 인적교류에 박차를 가했다. 2019년에도 양국 간 인적교류는 1,037만 명으로 1,000만 명을 상회했다.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2017년 주 1,051회에서 2018년에는 주 1,138회로 증가하고, 2019년에는 주 1,260회 운항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부터 인적교류가 급감하여 몇 년 동안 인적교류 회복은 요원했다.

이제 팬데믹이 종식되고 단체관광도 풀려 한중 양국 간 활발한 인적교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적교류는 양국 간 각종 교류의 기초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문교류 등 여타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간 양국 정부는 여러 계기에 이 같은 점을 강조해 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은 금년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가진 회담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인적교류 확대,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 실질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제 다시 한중관계 호혜협력의 공동인식을 넓혀나가야 하며, 협력의 공통분모를 확대하고 실질 협력을 증진시켜 새로운 관계 발전의 모멘텀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첫째,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수혜를 함께 나누는 상호보완적 이익공동체, 평등하고 호혜적인 양국 관계 지속, 상대국의 경제적 발전과 안보에 대한 이해와 존중, 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협력의 청사진 등 한중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지탱해온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지난 자카르타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개최된 박진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의 회담에서 양국은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특히,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군자의 길을 추구하고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로 했다. 화이부동은 작년 8월 칭다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장관이 제안했는데, 왕이 위원이 화답함으로써 앞으로 한중관계 발전의 키워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지방정부 간 교류와 문화교류의 활성화, 인문유대 및 공공외교 강화 등을 통해 양국 간 호혜적 협력을 확대하고 상생과 발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 청소년, 학술, 대학 간 교류, 관광교류, 지방간 교류 등 다양한 형태의 인적교류는 민간교류의 근간이고 양국 관계발전의 밑바탕이 된다. 먼저, 문화교류의 모멘텀을 다시 살려야 한다. 양국 간에 문화콘텐츠 교류가 활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인문유대 강화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양국 국민 간 상호이해와 유대감을 심화시켜야 한다. 양국 관계의 장기적, 안정적 발전의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양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아갈 청소년들 간의 교류 사업을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양국 국민 정서에 여론 주도층이 미치는 영향이 큼을 감안하여 언론인, 파워 블로거, 유력 유투버 등에 대한 공공외교를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지방간 교류도 매우 중요하다. 지방은 이념이나 가치적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리고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 지방정부를 통하는 게 훨씬 지속 가능하며 중앙정부 간 협력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마침 코로나 19 여파로 중단됐던 3여년 만에 한중 페리도 재개되는 등 지방간 교류를 위한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셋째, 한중 지도자 간의 상호방문 외교가 재개돼야 한다. 양국 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정상외교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동안 양측은 여러 차례 정상외교 등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명했다. 특히, 작년 11월 발리에서 개최된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했다.​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조속히 이루어져 새로운 관계 발전의 큰 기회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오늘같이 복잡한 국제정세 아래서는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인내와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자칫 경색될 수도 있는 한중관계를 잘 관리하려는 양국정부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한미일 정상은 8월 18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지역 내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지목해 명시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중국 측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지정학적 다툼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등 반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8월 21일 연합뉴스 TV에 출연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회담이 이뤄진 직후에 서울과 베이징에 있는 외교채널을 통해 이번 회담의 의미에 대해 “중국 측에 소상하게 설명해 준 바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중국과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를 가져가길 원한다”며 “그것은 상호존중과 상호 호혜적 기반에 바탕을 두고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중국과는 앞으로 소통을 통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어느 특정한 국가를 배제하거나 특정 세력을 겨냥해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월 22일 브리핑에서 한국 외교당국이 한미일 3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중국 측에 회담 내용을 설명해왔다는 점을 확인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의 ‘성숙하고 건강한 한중관계’ 관련 언급에 주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측이 박 장관이 한중관계를 언급한 대목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한중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중요한 협력 동반자이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관계 속에서 교류하고 협력해 왔으며 양국 관계는 수많은 사람의 열정으로 다져져 왔다. 우리는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이어갈 책임이 있다. 양국은 교류와 협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진정한 우호국가라면 국민 간 교류협력 촉진은 의무 사항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역사를 돌아보면서 선현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기반으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필자소개
주중국대사관 서기관, 외교부 서남아태평양과장, 주상하이 부총영사, 주시안총영사 역임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일대일로(一帶一路)>,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 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 정책>, <대전환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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