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건 모스크바한인회장 “한국 정수기도 수입 안 돼… 대러 수출규제 품목 크게 늘어”
권순건 모스크바한인회장 “한국 정수기도 수입 안 돼… 대러 수출규제 품목 크게 늘어”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3.09.11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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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건 모스크바한인회장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러시아로 들어오지 못하는 한국 상품이 750개가 넘습니다. 전쟁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 정수기도 수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순건 모스크바한인회장은 9월 8일 <월드코리안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6월 11대 모스크바한인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알파루스 로지스틱스’라는 물류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모스크바 중소기업협의회장으로 3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지난 4월 24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러시아·벨라루스 수출통제 품목 확대를 위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 개정안으로 대러 수출통제 품목이 57개에서 798개로 확대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러시아에 들어오지 못하는 한국 상품이 10배나 늘어난 겁니다. 반도체와 기계 부품이 대러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됩니다. 심지어 정수기 필터도 전쟁 물품에 쓰일 수 있다며 수출통제 품목으로 지정했죠.”

권순건 한인회장은 2004년 주재원으로 모스크바로 갔고, 5년 뒤에 물류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원단과 부품을 비롯해 각종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데, 유럽으로 돌아오는 선박 길이 막혀 최근에는 한국 물품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철도나 중국을 거쳐 오고 있다.

“우리 회사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정도 떨어졌으니까요.”

권순건 한인회장(가운데)과 모스크바한인회 임원들이 최근 이도훈 주러시아한국대사(왼쪽 7번째)와 간담회를 가졌다.
권순건 한인회장(가운데)과 모스크바한인회 임원들이 최근 이도훈 주러시아한국대사(왼쪽 7번째)와 간담회를 가졌다.

권 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대러시아 수출통제 정책으로 중국 회사들이 어부지리 이익을 얻고 있다”고 꼬집었다. “저가의 중국 상품들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어렵게 일군 판매망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에 따르면 모스크바 한인사회는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인회가 설립된 2001년에는 한인 수가 7~8천 명이었는데 코로나 전에는 약 3~5천 명으로, 그리고 지금은 1,500명으로 줄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스크바한인회는 연례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3.1절 기념식, 8.15 광복절 기념식을 열고 가을에 한가위 전통문화 축제를 개최한다. 연말에는 송년회를 열어 단합을 다지고 있다.

“오는 9월 30일 2023 한가위 전통문화 축제를 엽니다. 교민, 고려인 동포들 그리고 자녀들이 함께하는 행사인데요, 전통놀이, 붓글씨, 비석 치기 등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겁니다.”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 “러시아는 한국에 상당히 호의적인데, 한국 언론은 너무나 러시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러시아는 비자 연장을 비롯해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에 대해서 차별적인 정책을 쓰고 있지 않으며, 수산물 수입금지 정책도 예외로 한국을 제외해 주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교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냐는 질문에는 “전자제품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감자를 비롯한 생필품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다. 드론 공격 소식이 있긴 하지만 모스크바에서는 전쟁에 대한 위협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지난 8월 15일 개최한 광복절 기념식
지난 8월 15일 개최한 광복절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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