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일한인 문헌자료 연구관리 절실하다
[기고] 재일한인 문헌자료 연구관리 절실하다
  • 이경규(동의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 승인 2023.11.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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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동의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이경규(동의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는 재외동포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특히 재일동포들의 기여는 주목할 만하다. 재일동포 모국 공헌에 관한 기록을 한국 역사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재일동포들은 1948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에게 대회 유니폼과 여비를 지원했다. 한국전쟁 때는 조국을 구하고자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했다. 또 한국의 근대화 개발 시대에는 최초의 공단인 구로공단 탄생에도 크게 기여했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100억엔을 한국 정부에 기부하기도 했다.

일본에 있는 10개 재외공관 부지와 건물을 기증했고, 신한은행을 설립했으며, 새마을운동을 후원하고, 제주도 감귤 묘목을 보내고 전국 나무심기에도 적극 동참했다. 모국 발전에 적극적으로 공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일동포의 이러한 모국 공헌에 대한 평가와 인식이 소홀해 못내 아쉽다.

재일동포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열도로 건너가 힘들고,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며 살아야 했다. 해방 이후에는 온갖 차별을 견뎌내면서 일본 사회에 자이니치(在日)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에 이들 재일동포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필자는 최근 <해방이후 재일한인 마이너리티 미디어 해제 및 기사명 색인> 시리즈를 발간하고,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공존의 방식을 찾아온 재일한인 사회와 문화의 변천에 주목한 것이다. 이 과정을 재일한인 신문 잡지 매체를 통해 분석하고자 했다.

이어 지금은 <해방이후 재일한인 외교문서 해제집> 시리즈 발간과 데이터 베이스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후속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재일한인 관련 국가기록물 및 민간기록물에 대한 자료수집과 분석을 하는 이 두 프로젝트는 재일한인 사회와 문화의 변천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기초자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조사・발굴된 자료들을 토대로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해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재일한인 역사의 전체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화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필자는 이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두 가지 절실한 사안에 대해 제언하고 싶다.

하나는 재일한인 관련 문헌 및 자료의 대규모 디지털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재일한인 관련 연구 주제가 더욱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지면서 인문학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일한인 관련 문학이나 역사학의 관점에서 다루어진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인 연구만으로는 대규모 디지털화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과거 재외동포재단을 비롯해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이 지원하는 집단연구 지원사업이 있으나 수주 경쟁 방식으로는 이들 연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시스템이 갖추어질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

또 하나는 재일한인들의 구술사 연구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연구에서 구술사(Oral History)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재일한인 1세・2세의 경우에는 조선인 차별문제를 비롯해, 북송문제나 유골봉환, 법적지위, 제주 4.3사건 등 역사적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구술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일동포사회는 이제 3세・4세 중심의 사회가 되었다. 재일동포의 새로운 주류들은 더 이상 국적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일본에 살며 양쪽의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국제인의 집단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정체성이 날로 변화해가는 이들 재일한인 3세・4세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관점의 구술사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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