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광저우 옛 조계지 사미엔(沙面)… 아편전쟁 발발의 현장
[탐방] 광저우 옛 조계지 사미엔(沙面)… 아편전쟁 발발의 현장
  • 광저우=이종환 기자
  • 승인 2023.12.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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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전 한인회장이 동행… 우리말 소개에 친근감 들어
‘사미엔(沙面), 서제(西堤) 관광구’ 안내판

(광저우=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조계지였다는 기록은 적어 놓지 않았네요. 알리기 싫었을까요?”

광저우 주강(珠江) 연안에 있는 사미엔(沙面)을 동행한 이민재 전 광저우한국인상공회장이 안내문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샤미엔은 아편전쟁이 시작된 곳으로, 청나라가 이 전쟁에서 패하고 서구열강에 조계지로 내놓은 5군데 중의 하나다.

과거 조계지에는 ‘사미엔(沙面), 서제(西堤) 관광구’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문은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의 세 나라 말로 있었다.

“광주시 사면 서제 관광구는 주강 강변에 위치하고, 사면도, 광주 서제 연선 및 광주문화공원 3대 핵심지역으로 구성된 면적이 0.39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관광구로서 과거에는 주강 ‘서뚝 10킬로’의 시작점, 옛 광주성의 상업문화 중심이었습니다…”

어설픈 우리말로 소개된 이 안내문을 낯선 광동 땅에서 접하니 친근감이 밀려들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기 때문일까? 큰 글씨로 쓴 안내판의 제목에는 ‘광저우시 모래판, 서제 관광지 전경 안내도’라고 우리말로 써놓았다.

“구글 번역기로 돌려서 한 것 같아요.” 이민재 회장이 ‘사면’을 모래판으로 번역해 놓은 것을 가리키면서 말을 덧붙였다. 지명을 뜻으로 번역하는 것은 AI 번역기의 흔한 오류다. 사면은 모래판, 서제는 서쪽 뚝을 뜻한다.

주변은 과거 조계지의 모습대로 붉은 벽돌로 된 유럽풍의 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길을 따라가자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틱톡 같은 SNS용 영상물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주강 강변에 이르자 백조호텔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강변에 연한 이 호텔은 광저우시 영빈관으로 사용된다. 과거 홍콩반환 직전 광저우를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도 이곳에 머물렀다.

강변은 사람들로 붐볐다.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낚시를 하는 사람도 보였고, 타지에서 관광을 온 듯한 형색의 사람들도 많았다. 강물 속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 두셋도 보였다.

이민재 전 광저우한국인상공회장

“여기에서 중국 차를 싣고, 아편을 내려놓다가 중국과 영국 간에 전쟁이 일어난 거군요.”

이렇게 말하자 이민재 회장은 “저쪽에 과거의 세관 건물이 남아 있다”면서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아편전쟁은 1842년에 발발한다. 청나라의 강경한 관료 임칙서가 아편을 실은 영국 배를 불태우자, 영국이 원정군을 이끌고 청나라에 전쟁포고를 했다. 영국의 근대식 함포 앞에 청나라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청나라는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고, 광저우 샤먼 푸저우 닝보 상하이 등 5개 지역을 개항해 조계지로 할양했다.

“한국은 이 같은 조차지가 없잖아요.” 이민재 회장이 유럽풍의 조계지를 안내하면서, 이렇게 얘기했을 때 과거 인천 차이나타운과 일본인 거주지역은 조계지라고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임오군란 전후로 청나라군이 있었던 용산 일대는 청일전쟁 이후 일본군, 일본 패망 후에는 미군 부대로 활용되다가 지금은 용산가족공원으로 바뀌어 있다. 과거 몽골침략 때 몽골군이 주둔했던 안동과 진도에는 몽골군이 중동지역에서 가져온 증류주 문화가 흔적으로 남아있다.

임진왜란 7년 전쟁 때 왜병들은 한반도 여러 지역에 성을 쌓고 굶주림 속에 전쟁을 버텼다. 울산 학성이나 부산 창원 등에도 왜성이 남아있다. 이런 것도 따지면 중국 내의 조계지와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얘기를 나누며, 우리는 백조호텔을 둘러보고 과거 조계지를 빠져나왔다.

백조호텔

참고로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왜성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왜성은 임진왜란 시기 군수 물자를 보관하고 보급로를 확보하는 거점 역할을 한 성곽이다. 일본이 축성을 결정하게 된 것은 1593년 2월 이후 서울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부터였다. 도요토미가 남해 연안에 성곽을 축성하여 각기 무기와 식량 등을 충분히 확보하여 장기적인 방어전에 임할 것을 지시한 데서 유래된다. 일단 성곽이 축성되고 나면 강화 교섭 중에 수비병을 제외한 병력을 일본 본토로 철수시켜 최소 병력으로 주둔을 지속할 수 있으며, 본토로부터 조선에 대한 보급도 그만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진왜란 강화 기간 동안 축성된 왜성의 범위는 침략의 거점인 부산 본영을 중심으로 동은 서생포, 서는 거제도까지 각 성곽이 연결, 제휴하는 형태로 방어선을 형성하였다. 왜성은 대체적으로 동일한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조선에서 축조하였던 성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충북 괴산이 고향인 이민재 회장은 1989년 진로그룹 기조실에 근무할 당시 중국에 파견돼 북경에서 해남까지 각지를 돌며 근무했다. 그후 2000년 독립해 광저우에서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법률 세무 등을 돕는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가 경영하는 회사 직원은 16명으로, 컨설팅 회사로는 직원수가 적지 않다.

이 회장은 한인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광저우한국인상공회 수석부회장을 6년간 지낸 후 제23대, 24대 회장을 지냈다.  특히 2012년 광저우한국학교 설립 때 양국 정부 인허가 및 모금에도 앞장서 교민자녀 교육에 적극 기여했다.

그는 화남지역의 광저우 심천 동관 혜주 불산으로 이뤄진 화남연합회장도 지냈다. 광저우에 진출한 기업 주재원 등으로 이뤄진 30여 명 규모의 삼월회에도 창립 때부터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삼월회는 매월 셋째 주 월요일 모임을 갖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져 2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12월 13일 광저우 건국호텔에서 열린 ‘광저우한국인상공회 2023 송년의 밤’에 참여해 2만 위안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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