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53]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비엔나 필하모닉스 공연
[홍미희의 음악여행-53]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비엔나 필하모닉스 공연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3.12.21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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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WCN의 초청 공연… ‘보헤미안 랩소디’로 유명한 악단

(서울=월드코리안신문) 홍미희 기자

필하모닉스는 7명으로 이루어진 중주단이다. 악기의 구성은 가장 기본적인 바이올린1, 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 현악4중주에 피아노, 여기까지는 클래식하고 일반적인 구성의 5중주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콘트라베이스와 클라리넷을 더했다. 베이스와 클라리넷이 들어간 것을 보면서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라도 좀 하려고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베이스는 재즈를 연주할 때 제맛이 나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긴 의자위에 앉거나 서서 현을 손으로 퉁, 퉁 튕기는 모습은 재즈악단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다.

이 앙상블의 이름인 필하모닉스는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들이 모여서 만든 그룹이다. 리더는 빈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 다니엘 오텐자머인데 그의 아버지도 빈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이었고 동생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이다. 콧대 높은 현악기를 제치고 이 앙상블의 리더를 클라리넷이 맡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실력을 짐작하게 한다.

다른 멤버로는 베를린필의 악장인 노아 벤딕스-발를레, 그리고 역시 베를린 필하모닉의 첼로 단원인 스테판이 있다. 내 뒷자리에 앉아 있던 친절한 어떤 남편은 옆자리에 앉은 자신의 부인에게 필하모닉스 단원들의 실력을 설명하다 뭔가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악장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에 바이올린 하는 사람이 많지? 그중에 제일 앞에 앉아 있고 제일 잘하는 사람이야. 그런 수석들이 모여서 만든 그룹이라고. 빈필이랑 베를린 필의.”

이렇다 보니 멤버들 중 “첼로는 수석이 아닌데?”라고 물을 수 있지만 이 남자의 비밀은 다른 곳에 있다. 그는 뛰어난 편곡자다. 그리고 비엔나 폭스오퍼의 악장인 세바스티안 귀틀러도 작곡에 능하다. 또 다른 멤버로는 붉은 양복을 입고 연주하는 비올리스트 틸로 페히너와 빈 필하모닉의 베이스 수석인 외딘 라츠, 피아노의 크리스토프 트락슬러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하모닉스가 유명해진 것은 이들이 연주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연주한 이 곡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들어본 보헤미안 랩소디의 처음은 바흐의 평균율이었다. 구노가 바흐를 오마주하면서 아베마리아에서 저음부에 계속 반주로 사용하면서 작곡했던 것이 연상되었다. 평균율의 가락이 지나고 나서 익숙한 음이 들렸다.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아름답고 장중하고 때로는 얄밉도록 가볍고 화려한 랩소디였다.

정확하게 7시 32분에 단원들이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하고 바로 클라리넷으로 시작된 이들의 음악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우습게도 바이올린과 첼로의 활 털이 끊어져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지? 이제 시작인데 벌써 활 털이 벌써 끊어지나? 나 같은 경우 활 털이 하나라도 끊어지면 바로 정리해 버리는 타입이라 그냥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의 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이어 마음속에서 리허설을 바로 전에 했나? 아님 아주 퍼포먼스가 많은 음악인가? 등등 많은 생각이 스쳤다.

짧은 첫 곡을 끝내고 이어 본인들은 클래식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연주한다며 퀸의 Don't Stop Me Now 등을 이어 연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2바이올린을 담당하는 세바스티안은 활로 바이올린 두드리기, 악기의 등을 긁기, 두드리기, 입으로 나팔불기, 노래하기 등 다양하고 귀여운 퍼포먼스와 함께 음악의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첼리스트 콘츠와 리더인 클라리넷 연주자 다니엘은 4살 때부터 같은 동네 친구였고 다른 단원들끼리도 최소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했다니 이 팀의 결속력과 동질감은 짐작할 만하다. 어떤 곡을 연주할 때 가장 일반적인 것은 악보에 있는 대로 작곡자의 원래 의도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처럼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면 그때 중요한 것은 편곡자다.

그런데 이 그룹에는 이미 첼리스트 콘츠와 바이올리니스트 세바스티안이라는 뛰어난 편곡자이자 작곡가가 있다. 이들은 당연히 자신의 장점과 단점까지도 명확하게 알고 있어 곡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매력이 좀더 살아나는지 각 개인의 실력이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들은 악기를 전공하고 있어 그 악기 자체의 특징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연주자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곡을 만든다. 그래서 이번 연주에도 각 악기가 하나하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여 곡을 선정했다. 제1바이올린은 고음을 하모닉스와 함께 새소리를 내면서 연주하기도 하고 클라리넷은 저러다 목에 핏줄이 터지는 거 아냐 싶도록 화려하게 그의 실력을 살려주고, 첼로와 비올라는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연주했다. 또 악기에 변화를 주어 클라리넷이 피아노를 같이 연주하기도 하고 첼로 대신 멜로디온과 리코더, 타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수준 높은 이들의 음악이 지향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기는 조금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이들이 주제로 삼아 연주했던 음악들인 차이콥스키, 드뷔시, 슈베르트, 쇼팽 등은 우리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경우에도 미완성 교향곡 앞부분 2마디 정도가 잠시 들렸을 뿐이었다. 다른 곡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시 주제가 연주되었을 뿐 오마주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작곡이나 편곡 대신 개조(recompos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이 마음 써서 길게 준비한 곡도 있었다. 첼리스트인 콘츠가 리코더로 연주한 아리랑이었다.

이렇게 뛰어난 편곡자가 팀 안에 있을 때의 장점과 단점은 분명히 있다. 장점은 앞에서 말한 대로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 대화를 통해 팀이 원하는 대로 곡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아무리 변화를 꾀한다 해도 자신들 특유의 색을 벗어나기는 어렵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이들이 연주하는 클래식음악을 바탕으로 한 재즈, 팝, 스윙, 등 경계가 사라진 음악은 경쾌하고 화려했다. 이어 앵콜곡으로 연주된 펠리스나비다는 단원 전체가 활을 쓰지 않고 모두가 현을 손으로 뜯어서 연주하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단원 한 명 한 명의 연주 실력이 엄청났던 이들은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무대를 마쳤다.

이날 공연은 비엔나에서 활동하는 WCN(월드 컬쳐 네트워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WCN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으로 있는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의 부인 송효숙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다. 이런 관계로 1천여명의 청중이 참여한 이날 공연에는 해외 각지역에서 활동하며 일시 한국을 방문한 월드옥타 회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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