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수 거성P&P 사장, “자연분해되는 농업용 멀칭비닐 개발했어요”
변재수 거성P&P 사장, “자연분해되는 농업용 멀칭비닐 개발했어요”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4.02.16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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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 한길 걸어온 포장필름 제조전문가
변재수 거성P&P 사장

(영천=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공장 정문을 들어서자 지게차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한켠에는 포장 필름 제조용 원재료들이 쌓여있고, 창고에는 출하되는 제품들도 적재돼 있었다. 하나당 1톤은 돼 보이는 출하 제품들에는 납품되는 회사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모두 알만한 이름의 회사들이었다.

경북 영천 청통면에 있는 거성P&P를 방문한 것은 2월 6일이었다. 설 직전이라 제품 출하가 뜸할 것 같은데도, 공장 안에서는 서 있는 기계 없이 모두 가동되고 있었다.

“이것은 새로 개발한 농업용 멀칭 필름 생산 공정입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재료를 사용해 만듭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토양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됩니다.”

석유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최근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가 개발된 것이다.

“먼저 개발된 생분해 플라스틱은 봉투, 빨대, 트레이 등과 같은 용도에 사용됐는데, 자연 토양 환경에서는 분해속도가 느려서 농업용 멀칭 필름으로는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이를 개선해서 자연 토양 환경에서도 분해되는 소재가 최근 나와 농업용 멀칭필름 시장에 적용되고 있어요. 막 시작 단계입니다.”

그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가격이 비싼 원재료여서 0.01mm~0.02mm 정도로 얇게 만들고, 고속으로 생산한다”고 말했다.

그의 공장에서 만드는 블로운 필름은 우선 펠렛(pellet)이라는 작은 알갱이를 열을 이용해서 녹인 다음 금형을 통해서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공기를 불어 넣어 풍선형태로 만든 후 냉각과 동시에 당기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다.

팰렛은 작은 알갱이다. 이를 녹여서 다시 포장지 같은 얇은 필름으로 만드는 공정을 거성P&P에서 성공시켰다고 변 사장은 소개했다.

“기존의 폴리에틸렌이라고 하는 플라스틱 소재와 비교해 열에 의해 녹는 성질이나 냉각되는 성질이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얇아지면서 생기는 변화도 있어서 금형의 설계와 성형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한 제품입니다.”

그는 “포장용 필름이 3단계 발전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처음 단계는 석유화학 소재를 쓰는 복합필름 사용단계다.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플라스틱 포장지들이다. 이 제품은 내구성을 주기 위해 서로 다른 소재를 결합시켜 합지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소재가 다르다 보니 재활용에도 문제가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2단계는 재활용이 쉬운 단일소재 필름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시작된 제3단계가 자연분해 소재를 사용한 포장지 필름이다.

“5년 전 우리 공장에서 단일 소재를 개발해 특허를 냈습니다. 기존의 복합재질에 비해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필름은 쿠팡이나 CJ 택배에서 쓰는 아이스팩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분해되는 새로운 필름 소재가 개발됐다고 한다.

“마늘이나 양파 고추 등 많은 농산물들이 이른바 비닐로 밭고랑을 덧씌운 후에 모종을 심습니다. 잡초가 함께 자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을 농업용 멀칭필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비닐은 자연분해되지 않아 환경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오래 햇볕에 노출되면 분해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땅속에 남는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이 비닐을 수거하는 게 큰일이었다. 농촌이 고령화되고 일손이 딸리면서 수거작업도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수거해도 또 이를 모아서 폐기 또는 재활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새로 개발된 멀칭필름은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겨울에 필름을 덮어 모종을 하고 수확할 때면 필름이 자연분해돼 수거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 필름을 환영한다는 것이 변 사장의 설명이었다. 지자체가 수거 및 폐기비용 대신 자연분해 필름을 사용하도록 보조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같은 제도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분해 소재로 만든 팰릿을 필름으로 만드는 공정도 까다롭습니다. 이를 제조하는 노하우를 우리 공장에서 개발했어요.”

변 사장은 이 공정을 개발한 후 환경부에 인정을 신청했다. 영천의 거성P&P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마침 세종시의 환경부에서 나와 공정을 체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환경부의 인정서는 노하우를 갖는 제조공장별로 발급된다고 한다.

이렇게 밝히는 변재수 사장은 “이 필름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농업용으로 대거 사용될 수 있다”면서, 해외시장 진출의 의지도 밝혔다. 오는 5월 호주 등지를 방문해서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농업용 분야뿐만 아니라 식품 포장용으로 사용될 블로운 필름도 개발 중이다.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이라고 알려진 PLA(Polylactic Acid) 소재를 이용한다. 이또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PLA도 천연물에서 유래한 고분자이고, 사용 후 폐기되는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됩니다. 그래서 완전히 환경친화적입니다. 그러나, PLA는 블로운 필름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성형성이 좋지 못한 데다 제조된 필름의 유연성도 떨어져 식품 포장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웠어요. 제조를 위한 설비도 고가여서 대중화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도 그는 도전했다. 그동안 축적해왔던 노하우가 있어서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PLA의 성형상의 단점과 유연성 개선을 위해 재료를 개발업체와 협업으로 이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최적화된 생산 조건을 찾아냈고, 현재 상업화의 목전에 와 있다. 이는 세계 최초의 개발이라고 한다.

변재수 사장은 군대를 제대하고부터 포장용 필름개발 유통사업의 한 우물을 파왔다. 경산 자인에서 누이와 함께 거성하이팩이라는 공장을 세워 포장용 필름 제조 유통을 시작했고, 이어 2014년에는 영천에 거성P&P라는 독자 공장도 만들었다.

“과거 제주월동무 포장지를 거의 90% 우리 공장에서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월동무 포장지가 종이박스로 바뀌게 되면서, 단일소재 포장필름을 개발하고 나아가 이번에 자연분해성 멀칭필름까지 개발했어요. 위기를 맞아 새로운 기회를 찾은 거지요.”

그는 “해외 한인동포들이 자연분해되는 이 필름을 해외 현지 시장에 많이 보급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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