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외공관 운영실태 보고서 분석 ①] “지각 70% 넘어도 근무성실”… 온정주의 평가 만연
[감사원 재외공관 운영실태 보고서 분석 ①] “지각 70% 넘어도 근무성실”… 온정주의 평가 만연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4.02.21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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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뉴욕총영사관 주재관들은 전 항목 최고등급
주일대사관은 218일 근무일 중 150일 지각해도 ‘근무성실’ 평가

주일본한국대사관은 1년간 지각한 비율이 70%에 가까운 주재관한테 근무실태평가에서 ‘성실성’ 등 전 항목에서 최고·차상위 등급을 줬다. 주뉴욕총영사관은 외무공무원을 제외한 주재관 6명 모두에게 전 항목 최고등급을 줬다. “자신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재관들의 업무실적을 잘 모른다”는 이유였다. 2021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 당시 주중국 대사관 주재관은 중국 정부의 관련 규제 공고가 나왔음에도 중요성을 잘 몰라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현지 한인기업의 민원이 들어와서야 심각성을 알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월드코리안신문은 감사원의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주]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주일대사관의 관세관 A씨는 2023년 6월 감사일 기준 직전 1년간 출근기록이 확인된 근무일 218일 중 150일(68.8%)을 지각했고, 발송 전문 117건 중 108건(92.3%)이 통상적 업무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실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A씨는 2022년 ‘성실성’ ‘전략적 사고’ 등 전 항목에서 최고·차상위 등급을 받았다.

감사원이 2월 20일 발표한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과 7월 주일대사관, 주중대사관, 상하이총영사관, 칭다오총영사관, 오사카총영사관, 호치민총영사관, 뉴욕총영사관, 주헝가리대사관 등 8개 재외공관에 대해 감사를 했다.

재외공관 수는 지난해 8월 현재 188개다. 대사관이 116개, 총영사관이 46개, 대표부가 5개, 분관 및 출장소가 21개다. 이 중 8개 재외공관이 지난해 감사대상이었다. 대상 기간은 2022년 한해의 업무였다. 감사는 재외공관의 기업활동 지원과 재외국민 보호 업무, 공관운영의 적절성에 초점을 맞췄다.

2023년 8월 기준 재외공관 인력은 5천367명. 외교부 공무원이 1천449명, 주재관이 354명, 파견관이 75명, 행정직원이 3천489명이다. 이중 주재관들의 활동과 그들에 대한 재외공관장의 근무실태 평가가 주된 감사 내용이었다.

감사보고서에 소개된 근무실태 평가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와 하반기 주일본대사관 등 14개 공관 소속 주재관 67명(하반기는 66명) 중 8개 평가항목에서 최고등급인 E 또는 차상위 등급인 S를 받은 주재관이 90%를 넘었다. 2022년 하반기에는 무려 100%가 E 혹은 S 등급을 받았다.

반면 8개 평가항목 중 1개라도 최하 등급인 C나 차하위 등급인 B를 받은 주재관은 상반기 1명(1.5%)뿐이었고, 하반기에는 전혀 없었다. 이처럼 재외공관들은 소속 주재관들에게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

주일대사관은 근무 태도나 실적에 비해 과다한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주일대사관의 관세관은 2022년 한 해 동안 공관 출입시스템상 확인된 출근기록이 근무일 212일 중 150일(68.8%)을 지각했다.

그리고 그가 발송한 전문 117건 중 108건은 일본 세관의 마약 관련 보고서를 단순 요약해 전달한 것이고, 국민 및 기업지원 실적 총 14건 중 12건은 유선 등을 통해 단순 정보제공 또는 타 기관 이첩 건으로 특별한 실적이 없는데도 성실성 등 전 항목에서 2022년 상반기 S, 하반기 E 등급을 받았다. 주일대사가 눈을 감고 높은 등급으로 준 셈이다. 감사원은 이를 형식적 온정적 평가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주재관 근무실태 평가항목은 8가지다.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조정통합력, 리더십, 교섭력, 전략적 사고, 고객 수혜자 지향이 있고, 태도 평가로 조직헌신도, 협조성, 성실성이 있다.

또한 뉴욕총영사관은 2022년 하반기 근무실태 평가 당시 김의환 총영사가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재관들의 업무실적을 잘 모른다는 사유로 모든 주재관에게 만점인 E등급을 줬다.

감사원은 근무실태보고서 서식이 기획력 및 창의력, 조직헌신도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고, 간단한 종합의견과 점수만 기재돼 있어 구체적으로 주재관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또 평가항목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주재관의 업무량, 업무 난이도 중 업무 수행 실적을 어떤 항목에 어느 정도로 평가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재외공관의 근무실태 평가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면서, “직상급자(평가자)보다 주재관의 업무를 더 알기 어려운 재외공관장(확인자)이 상대적으로 주재관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주재관 67명에 대한 평가에서 직상급자(평가자)와 재외공관장(확인자)의 평가결과가 상이한 항목은 2022년 상반기에 총 109개인데, 이중 89개 항목에서, 하반기의 경우 총 124개 중 11개 항목에서 평가자보다 확인자(재외공관장)가 더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기활동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간 큰 주재관도 있었다. 감사보고서는 “매 반기 정기활동 보고서 제출대상 주재관의 8.4%에서 18.2%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외교부는 유선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제출을 독촉하고 있으나 미제출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배 째라’ 식 주재관에 대해 외교부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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