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탐욕 근절과 평화
[대림칼럼] 탐욕 근절과 평화
  • 허련화(중국 서남민족대학교 한국어학과 부교수)
  • 승인 2024.02.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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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태평하지 못하다. 코로나의 여파로 세계화도 주춤해지고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세를 보이는 데다 분쟁이 끊임없고 전쟁까지 터져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첫 1년간 두 나라에서 각각 41만 명, 73만 4천 명의 군인을 전쟁에 투입했고 그중 전사자 숫자는 각각 1만8천 명, 15만7천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가자 지역의 3개월간 누적 사망자 수는 2만2600명으로 집계됐으며 그중 대다수가 여성과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에 이렇게 공공연하게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다니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인류가 지혜롭게 평화를 유지할 능력이 없거나 악의적으로 평화를 파괴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유엔 5개 기구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3년 세계 식량 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다양한 위기가 속출하고 있으며 2019년 6억 1,300만 명이던 기아 인구가 2023년에는 약 7억 3,500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 순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니 많이 먹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떠든 일들이 부끄럽다.

사실 현재 인류가 이룬 문명이나 생산력으로 봐서 모든 사람, 모든 국가들이 힘을 합친다면 자연적인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배불리 먹고 따숩고 행복하게 사는 대동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대동세계는커녕 점점 더 심각한 경쟁과 분쟁으로 치달으며 약육강식의 모양새를 드러내려고 한다. 자연적인 재난과 인위적인 재난이 겹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세계 여러 나라는 서로 도와가면서 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진영을 가르고 편들기를 하고 경제 제재의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상대방을 누르고 혹은 막다른 코너에 몰아넣고 자기가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고 극단적인 방법과 수단도 불사하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면서 절대적 빈곤을 퇴치하고 급속한 속도로 산업화, 도시화를 이루었다. 따라서 우리 개개인은 전에는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던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를 누리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에 정비례하는 행복감을 얻은 것은 아니며 우리의 사회 역시 고령화와 저출산,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이렇듯이 개인으로부터 사회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제와 위기가 속출하게 된 데는 그만큼 복잡한 원인이 있겠으나 나의 부족한 생각으로는 인간의 탐욕이 그중에 크게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탐욕의 사전적 의미는 첫째,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 둘째, ‘십악의 하나.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갖고 싶어 하고 또 구하는 마음을 이른다’로 되어 있다. 중국어로 ‘贪心’의 뜻을 찾아보니 ‘욕망이 커서 만족을 모른다’로 나온다.

욕망은 인간이 타고난 본성이다. <맹자>에도 ‘식색성야 (食、色,性也)’라는 말이 있다.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간단하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식’은 먹는 음식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주에 필요한 물질적인 것을 두루 일컫는 것이고 ‘색’ 역시 성적인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기관을 만족시키는 정신적인 것을 두루 가리킨다.

인간이 욕망을 타고났을진대 욕망이 없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것에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더 좋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있었기에 오늘날 인류 문명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 역시 동전의 양면처럼 적당한 욕망은 사회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지나친 탐욕은 개인이나 사회 또는 인류 전체에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종교적으로도 인간의 탐욕은 특히 근절해야 할 죄악으로 보고 있다. 불교에서는 수행정진하는데 장애가 되는 근본적인 세 가지의 번뇌를 탐(貪), 진(嗔), 치(癡)의 3독이라고 하고, 이를 불선근(不善根)이라고 하는데 탐욕은 바로 그중의 탐(貪)에 해당한다. 기독교에서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식욕, 색욕을 칠죄종 또는 인간의 7대 죄악이라고 규정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탐(貪)이 기독교에서는 탐욕, 식욕, 색욕으로 더 구체화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슬람교에서는 죄악을 규정하기 보다는 8대 금기를 설정하여 인간들이 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경계한다. 즉 음식, 복장, 위생 및 성, 혼인, 장례, 상업, 교제, 정신생활 등 8개 방면에서 일련의 구체적인 금기 사항을 명시함으로써 사람들이 죄를 짓지 못하게끔 방지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슬람교의 재계(齋戒)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조건에 부합되는 모든 이슬람교도들은 약 한 달 동안 재계를 행해야 한다. 낮에는 식사와 물이 금지되며, 한 달간 성행위도 할 수 없고 모든 언행을 바르게 하면서 근신해야 한다. 이런 재계는 인간들이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게끔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을 한다.

인간의 욕망은 그야말로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권력, 재물, 명예, 미식, 미색, 장수, 놀음에 대한 욕망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이중 어떤 것에 대한 욕망이든지 지나치게 팽창되면 자신을 훼멸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지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모든 사회는 법률, 종교, 도덕, 윤리, 관습 등으로 인간의 탐욕을 통제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자꾸만 잡혀 나오는 부패 관료들을 떠올리면 그 점을 알 수 있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 ‘아홉 가진 놈이 하나 가진 놈 부러워한다’는 우리말 속담이 보여주듯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탐욕은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크게는 민족이나 국가도 탐욕을 부릴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때의 독일이나 일본을 떠올리면 한 국가의 탐욕이 가져오는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탐욕의 폐해에 대해서 <팔만대장경>에는 “전부를 취하면, 전부를 잃는다”고 씌어 있고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탐욕은 일체를 얻고자 욕심내어서 도리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말을 남겼다.

탐욕을 버리면 세상이 넓어지고 내 마음도 평온해져서 모든 일에 이기적이지 않고 다른 사람도 배려할 수 있게 된다. 고대 로마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도록 힘써라. 곧바로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과 아울러 행복을 얻을 것이다”고 했다고 한다. 정판교(鄭板桥)가 한 말 ‘밑지는 것이 복이다(吃亏是福)’에는 중국식 삶의 지혜가 가득 들어있다. 필자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의 경이로웠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모든 이들이 탐욕의 폐해에 대해 인식하고 나의 욕심을 채우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줄 알 때 그 사회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며 따라서 나도 그 덕택을 입을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가치 평가 기준도 물질적인 부보다는 사회와 인간 삶에 대한 기여를 높이 평가했으면 좋겠다. 지구촌 전체가 인간과 인간이 서로 협력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대동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필자소개
허련화(許蓮花)/ 중국 서남민족대학교 한국어학과 부교수, 연변작가협회 회원
중국 연변대학 문학학사, 문학석사, 서울대학교 문학박사
저서 <김동리 소설 연구>(민족출판사)
역저 <장난감 도시>(절강대학교출판사), <중국 창족 신화와 전설>(역락)
국가사회과학기금 중화학술외역 프로젝트 <인류학의 글로벌 의식과 학술적 자각> 수행 
시, 수필, 평론 수십 편 발표
<천지> 신인문학상, 제6회 재외동포문학 가작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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