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숙 방콕한인토요학교 교장, “월세부담 허덕, 한국학교와도 결별”
권은숙 방콕한인토요학교 교장, “월세부담 허덕, 한국학교와도 결별”
  • 방콕=이종환 기자
  • 승인 2024.03.0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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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한 한국국제학교 교실 사용 못해

교민사회 기부받을 수 있는 ‘법인화’ 모색 중
권은숙 방콕한인토요학교 교장

(방콕=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예년처럼 오는 4월 첫 주에 졸업식을 갖습니다. 입학식은 4월 20일 열립니다.”

방콕에서 만난 권은숙 방콕한인토요학교 교장이 향후 학사일정을 소개했다. 권 교장을 만난 것은 3월 7일 저녁 8시였다. 그는 3월 6일과 7일 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을 치르는 일을 관리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기자가 귀국하는 공항에서 만남이 겨우 성사됐다.

“현지학교 교실 15개를 토요일만 빌려서 사용합니다. 3월달 교실 임차료만 9만바트(우리돈 340만원 상당)입니다. 한국국제학교 교실을 빌려서 사용할 때는 한 달 임차료가 2만5천바트(우리돈 94만원 상당)에 불과했는데, 임차료 부담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방콕한국토요학교는 1965년 개교했다. 한인사회 자녀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주말학교였다. 그 후 교민사회가 커지고 한인 자녀들도 늘어나면서 교육부 교과과정을 따르는 전일제 한국국제학교가 설립됐다. 2001년이었다. 한국국제학교를 만들 때 권은숙 교장도 당시 모금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해외에 한국학교가 세워지려면 교민들이 학교 건립기금을 먼저 모아야 한다. 전체 건립비용의 절반을 교민사회가 모으고 나면, 우리 정부가 50%에 상당하는 매칭펀드 자금을 지원해 학교가 건립된다. 방콕한국국제학교도 이렇게 들어섰다. 그런 점에서 방콕한인토요학교는 방콕한국국제학교가 탄생하는 모체인 셈이다.

“그후 한인토요학교는 토요일이면 한국국제학교 교실을 빌려 수업해왔습니다. 한국국제학교는 교육부가 지원하는 학교여서 결산 계정이 달랐기 때문에, 한인토요학교에서 임차료를 지불하고 교실을 사용했어요. 초기에는 교육부에서 파견된 한국국제학교 교장이 한인토요학교 교장도 겸하기도 했으나, 나중에는 한인회장이나 부회장이 교장을 맡았습니다. 교실 사용료는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해서, 한국국제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한인 자녀들에게 토요일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방콕한국국제학교가 2020년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학교가 너무 멀어서 교민들의 이용도가 떨어지고 학생 수가 늘지 않자, 보다 통학이 편리한 곳으로 현지 학교를 임차해 옮긴 것이다. 특단의 조치였다.

“한국국제학교가 옮겨가면서 우리 한인토요학교도 당연히 같이 가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한국국제학교가 현지 학교와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에 ‘재임대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국제학교 교실을 한인토요학교가 사용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권 교장은 “한국국제학교가 현지 학교를 빌리면서 어떻게 해서 한인토요학교를 함께 사용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계약했는지 구체적인 협의과정은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학교가 떠난 후에도 토요학교는 한동안 옮기지 않고 옛 한국국제학교 건물에서 수업을 계속했다. 하지만 토요학교도 학생들이 통학하기 쉬운 곳을 찾아야만 했다. 결국 코로나가 끝난 2022년 12월 한인토요학교도 교통 편한 곳으로 이전했다. 현재 한인토요학교 학생 수는 180명. 옛 한국국제학교를 떠나 통학이 쉬워지면서 학생 수는 2배가 늘었다. 학생들이 늘자 토요학교 선생님도 18명으로 늘었다.

“유치부 2개 반, 초등 1학년 2개 반, 초등 2학년부터 중3까지는 각기 한 개 반씩을 운영해요. 다문화가정이 늘어나서 이들 자녀에게 한글집중교육을 시키려고 다문화반도 새로 개설했습니다. 매주 수업을 위해 교실 14개, 교무실 1개 등 15개 교실을 사용합니다.”

임차료는 한 개 교실당 하루 1천500바트(우리돈 5만7천원 상당)로 계약했다. 월세가 아니라 날짜 수로 계산했다. 토요일만 문을 여는 학교이다 보니, 토요일이 많은 달은 임차료가 많고, 적은 달은 줄어든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임차료 전체 부담은 3배 넘게 증가했다.

“학생들 학비는 그동안 한 학기에 6천바트(22만6천원)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학교 운영 부담이 커서 오는 4월부터는 1만바트(37만7천원)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학비로 운영해야 하거든요.”

교실 비용이 많아지고 봉사하는 선생님들 수고비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인상이라고 권 교장은 덧붙였다.

그는 “토요학교의 어려움을 알고 주한 태국대사관에서 총영사님이 열심히 도와주려 하고 있지만, 재정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면서, “교민사회의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토요학교를 법인화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권은숙 교장은 1995년 6월 주재원 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 태국에 와서, 2002년부터 토요학교에 참여했다. 방콕한인토요학교 행정원, 교사를 거쳐, 교감으로 6년여를 지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자녀 둘 모두 한인토요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2018년도 방콕한인토요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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