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기] 유럽총연의 몰타 문화탐방… 십자군 전쟁의 잔상을 보다
[동행기] 유럽총연의 몰타 문화탐방… 십자군 전쟁의 잔상을 보다
  • 몰타=이종환 기자
  • 승인 2024.03.29 0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십자군 전쟁에 간 기사단의 마지막 거점
뒤늦게 세운 성당들과 종교재판소도 보존돼
시계 두개가 걸린 임디나 성당 앞에서
시계 두개가 걸린 임디나 성당 앞에서

(몰타=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성당 외벽에 시계 두 개가 보이지요? 하나는 시간이 맞고 하나는 틀립니다.”

몰타 섬의 임디나 성당 앞에서 한국인 가이드가 소개를 했다.

“미사 때 악마가 와서 방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두 개의 시계를 붙였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어느 시계가 올바른 시간을 가르치는 것인지 아는 거지요.”

가이드의 설명에 모두들 성당 벽의 시계들을 올려다보았다. 악마를 헷갈리게 만든 임디나 성당의 이 같은 묘수에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성당을 끼고 골목을 들어가자 건물 사이로 좁은 벽이 나타났다. 가이드는 또 건물의 방범용 창살에 대해 설명했다. 창살은 항아리처럼 아래쪽이 볼록하게 나와 있었다.

“몰타에는 사람들을 납치해서 노예로 파는 해적들이 출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문을 열지 않고 누가 밖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얼굴만 내밀 수 있는 방범 창살을 붙였다는 거지요.”

해적 확인용 방범창
해적 확인용 방범창

가이드는 23년 전 어학연수를 와서 현지인과 결혼해 몰타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몰타에 대한 이해도 높고, 설명에 열정도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더 알고 가도록 하려는 듯했다.

몰타는 성당의 천국이었다. 인구 50여만 명에 크기는 제주도의 6분의 1, 강화도만 한 크기였다. 하지만 성당 수는 200여 개가 넘는다고 했다. 사도 바울이 압송되다 난파했다는 전설도 남아 있는 곳이었다.

몰타 섬 관광에 나선 것은 유럽총연 총회와 차세대 한국어 웅변대회를 마친 이튿날이었다. 이날 관광은 오전 관광과 종일 관광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행사를 마치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이날 오전에는 임디나성당 주변과 발레타 성을 방문했다. 발레타는 짧게는 ‘몰타기사단’이라고 부르는 ‘성 요한 기사단’이 만든 성이다.

발레타성 위에서
발레타성 위에서

몰타기사단의 얘기는 중세 십자군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99년 제1차 십자군전쟁 당시 예루살렘에서 조직된 구호기사단이 전신이다. 성지와 순례자 보호를 위해 군사조직으로 만들어진 기사단은 1187년 예루살렘이 함락되자 키프로스를 거쳐 로도스 섬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하지만 오스만터키가 일어나 로도스를 점령하자 1530년 몰타에 자리를 잡으면서 몰타기사단으로 불렸다.

그 후 몰타기사단은 1798년 나폴레옹 군대에 항복했고, 몰타가 영국에 넘어가면서 1834년 로마로 본거지를 옮겨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령 몰타는 1964년 독립했다. 영국령의 경험 때문에 현지에서는 말타(Malta)라고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영국식의 몰타로 통용되고 있다.

몰타기사단이 세웠던 발레타 성을 둘러본 후에는 성 건너편 항구에 있는 종교재판소를 찾았다. 종교재판소는 몰타기사단이 이 섬을 지배하던 200여 년간 가톨릭식 재판이 이뤄지던 곳이었다. 유적지로 일반에 공개되는 이곳에는 과거 고문을 하던 도구들과 재판기록들도 남아 있고, 재판 기간 죄수를 가두던 감옥도 보존돼 있었다. 종교의 이름으로 고문과 악형이 저질러지던 시기였다.

다음날인 3월 25일은 절벽의 경치로 유명한 고조 섬을 찾았다. 고조 섬은 몰타 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었다.

고조섬의 밀밭
고조섬의 밀밭

페리호를 타고 20분가량을 가서 다시 버스에 올라 절벽 경치로 유명한 해안을 찾았다. 절벽 부근의 바닷물은 코발트 빛으로 독특한 매력을 풍겼다.

고조 섬은 몰타 섬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세워진 돌담이 매력적이었다. 섬에 흔한 석회암을 가져다 집도 짓고, 담도 세우고, 들녘에도 바람을 막는 담들도 만들었다. 현무암의 검은 색깔이 노란 석회암 색깔로 바뀌었을 뿐, 마치 제주도 돌담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들녘에는 곳곳에 밀밭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노란색 작은 꽃들이 핀 국화밭들도 보였다. 꽃들도 농업용으로 재배하는 듯했다. 가이드는 몰타가 감자로 유명하며 넓은 잎 선인장도 특산물이라고 소개했다.

고조 섬 중심부에는 높은 곳에 성채가 서 있고 주변에 도시가 형성돼 있었다. 일행은 절벽 경치로 유명한 곳을 찾아 작은 배를 타고 해안가 동굴과 해변의 경치를 둘러본 후 기적으로 유명한 성당과 고조 중심부의 성채로 향했다.

몰타를 둘러본 느낌을 정리하면 무엇이라고 할까? 해변가 풍경과 바다도 인상적이고, 밀밭과 선인장, 석회암으로 만든 성곽과 집들, 돌담도 손꼽을 만하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수많은 성당과 가톨릭의 문화유산, 몰타기사단의 흔적도 잊기 어려울 듯했다. 마치 중세시대를 걸어본 듯한 느낌이랄까?

코발트빛 바닷물과 해안절벽
코발트빛 바닷물과 해안절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