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판사가 정치선언문을 썼다
[시론] 판사가 정치선언문을 썼다
  • 전대열<대기자>
  • 승인 2011.12.13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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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는 참으로 눈뜨고 봐주기 어렵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왜 그다지도 돈에 홀려 자신을 망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완전무결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히 순진무구한 사람도 없다. 뭔가 조금씩 부족하고 모자란 데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탓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직 부족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갖겠다고, 더 큰 것을 챙기겠다는 욕심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데 있다. 공직자들의 범죄는 직책과 계급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다.

비록 계급은 낮더라도 직책상 그 사람 아니면 처리할 수 없는 경우 엄청나게 큰 범죄로 발전한다.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엄청나게 많은 뇌물을 받는다. 계급이 높은 사람은 직책을 가진 부하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뇌물을 받고 범죄자가 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무겁게 처벌된다. 부정부패를 척결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그들의 중벌에 동의한다. 역대 정권 하에서 많은 공직자들이 수뢰죄로 처벌받았지만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중독현상이다.

황금만능 세상에서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관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萬事兄通’으로 일개 보좌관에게 10억 가까운 돈을 줬다. 뒤늦게 대통령의 형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4년 빨랐어야 했다. 집안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그 일가친척과 가족은 죽어지내야 한다.
 
그러질 못해서 역대 대통령들이 줄 망신을 당했다. 박연차와 이국철 그리고 부산저축은행에서 돈 먹은 사람들이 굴비처럼 엮여 들어갔지만 용케 빠진 이들 중에서 이번에는 대통령의 4촌 처남이 걸려들었다. 그동안 얼마나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을까.

명예를 생명으로 생각한다면 미리 자백하는 용기를 보이는 게 훌륭한 태도다. 지금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비리와 정치지도자들의 파벌싸움에 진절머리를 낸다. 법이 존재하고 있어도 이미 무용지물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최루탄테러가 감행되어도 피해자인 국회의장과 서무처가 눈만 멀뚱거리고 있다. 이런 판에 누가 감 놔라, 배 놔라 하겠는가. 벤츠여검사는 또 무엇인가. 한 나라의 검사가 변호사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뇌물까지 받았다니 옛날영화 뒷골목 깡패와 여검사의 로맨스만도 못하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해 묵은 밥그릇싸움에 영일이 없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직 부처이기주의만 내세운다. 사법부는 수장(首長)이 바뀌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판사들의 하극상이 극심하다. 판결문을 통하여 정치선언문까지 발표되었다.

판결문으로만 말한다는 판사가 진정 마음속으로 감춰뒀던 진심을 털어놨는지 몰라도 일반시민의 입장에서는 어리벙벙해진다. 인천지법 부장판사 최은배는 FTA에 대한 소견을 페이스북에 올려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운운하며 한 차례 말썽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전교조교사 7명에 대한 판결을 통하여 파장을 키우고 있다.

이 사건은 “공무원인 교사들이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실정법 위반에 관한 것이었다. 판사는 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판결은 사건의 종말이다. 수많은 당사자들은 판결문 하나에 울고 웃는다.

무죄선고를 받으면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유죄로 판결나면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수도 있다. 그래서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들은 자신을 가둔 검사는 미워하지만 판사에게는 일말의 기대를 건다. 판사 말 한마디에 죽고 산다.

이번 판결도 1심 형사공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사건인데 행정소송을 맡은 최은배가 “정부에 반대하는 정당에 후원금을 납부한 것에 대해 이뤄지는 징계는 정권 반대자에 대한 탄압으로 비쳐져 시민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침해로 오도될 수 있다”는 논지로 이를 뒤집었다. 게다가 “여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과는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똑같은 범법행위라도 여야를 차별하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게 진정 ‘판사’의 생각이란 말인가.

또 돈 냈다고 징계하는 건 헌법상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위헌이라고 단언했다. 위헌에 대해서는 헌재에 맡겨야 한다는 법률의 기본조차 망각한 처사다. 아예 맘먹고 사회적 파장을 야기하겠다는 태도다. 공무원이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일을 금지한 것은 관권의 정치개입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정권 하에서 극심한 관권개입을 보아왔다. 자유당은 이로 인해서 4.19혁명을 유발했다.

내무부장관 최인규는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실행했다는 이유로 사형집행을 당했다. 공무원이 정치자금을 낸다는 것은 관권개입을 공공연하게 실행하는 지름길이다. 자기가 자금을 댄 정당에게 유리하게끔 관권이 악용될 수 있는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관공서가 국회 못지않은 싸움판으로 더럽혀진다. 우리는 결자해지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사람은 최은배다. 스스로 잘못된 판결임을 인정하고 취소하는 게 어떨까. 그것이 정상적인 법치국가 구현을 실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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