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강 칸타타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평화의 합창’
[기고] 한강 칸타타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평화의 합창’
  • 최영철(음악평론가)
  • 승인 2011.12.18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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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우리 삶과 생명의 젖줄이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기적으로 바라보는 강이다. 숱한 역사의 언덕을 구비 구비 흘러 온 강에는 삶과 전설, 사랑과 전쟁, 분단의 비극과 슬픔, 그 역경을 딛고 일어선 민족 魂(혼)이 옹골차게 흐르고 있었다.

지난 8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0여명의 출연진이 펼친 大(대) 敍事詩(서사시) ‘한강 칸타타’는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가슴을 감동으로 출렁이게 했다.

오케스트라의 서곡이 울려 퍼지면서 잔물결의 정선 아리랑 테마를 승화시킨 한강의 주제 선율은 강물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이 되어 흘렀다.

“생명의 푸른 물결 일어나 한줄기로 흐르고, 환희의 깃발 평화를 노래하리라”

노래의 곡들은 돌에 새긴 시간의 아픔인 듯 되살아나 가슴을 흔들었다. 전편에 일관성 있게 흐르는 주제 선율은 작곡가의 손을 거치며 강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눈부신 환생이었다.

그렇다. 지하철로, 철교로, 그저 외관의 강변 풍경이 아니라 우리가 바쁘게 살아오면서 잊고 지낸 한강의 정신성을 올올이 걷어 올린 어머니의 두레박 샘물 같았다. 큰 기침하는 아버지의 땀 배인 숨결과도 같았다. 모처럼 시원하게 가슴을 활짝 열어 준 우리 음악의 참맛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기악 오케스트라 음악만 들었을 때 알 수 없었던 강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원천의 힘이 칸타타에 들어 있었다. ‘칸타타’ 란 형식이 아니면 이 장대한 서사시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라는 점에서, 근래 들어 가히 한국 칸타타 최상의 성공작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작품 구성도 탄탄했다. 국악과 양악기의 결합, 정가와 성악, 판소리와 합창, 대금과 태평소, 거문고 등의 합작을 통해 우리 정서의 깊은 곳을 그려낼 수 있었고 이를 감동으로 전환시키는 흐름의 다양성도 갖추었다.

평론가 탁계석의 대본은 친근하게 강을 감싸 안으면서도 각 주제의 테마를 시로 잘 승화시켜 작곡가 임준희의 악상과 하나가 되어 각 부분 곡의 캐릭터를 분명히 해주었다.

청중 반응 또한 다른 서양 작품에서는 미처 느낄 수 없는 시원한 소통이 있었다. 공연장 문을 나서며 한 관객은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맛보았다”고 했고, 또 어느 관객은 “한강 의 멜로디가 입에 감돈다며 귀로 들었지만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선연하게 나타나 미래 榮光(영광)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동안 우리는 연말, 연시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이나 헨델의 ‘메시아’를 송년 음악회의 주 레퍼토리로 해왔지만 이제 우리 작품이 나온 이상 ‘한강 칸타타’로 청중을 확보해나가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극장 로비에서 만난 국제공연문화교류회 양평수 회장은 “지금까지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수백회의 해외 교류음악회를 개최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작품은 우리가 해외에 가지고 나갈 한국정서의 眞品(진품)이라며 국가브랜드는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750만 전 세계 우리 교포와 한류문화로 우리나라를 선망하는 나라에서 연주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받아들인 서양음악에 대한 답례도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 대부분의 名曲(명곡)은 태어날 때부터 명곡이 아니라 완성도를 위해 지속적인 다듬음과 관객이 접할 수 있도록 공연을 확대시켜 나가면서 명작이 되는 법이다.

칸타타 한강은 강의 태동에서 리듬감에 찬 합창에 이어 삶과 전설에서 아우라지 처녀, 두물머리 사랑, 뱃노래 등에서 우리 민속의 현대 감각이 물씬했고, 3부 판소리의 절규는 전쟁의 비극으로 객석은 숙연함과 눈가를 적시는 감동이 젖어 내렸다.

4부의 어린이 합창이 부른 평화의 메시지는 밝고 환한 희망의 메시지 전달이었고, 제 5부 ‘아라리 한강’은 솔리스트와 합창 피날레에서 이 칸타타의 절정을 맛보게 했다. 독립된 곡으로 6. 25 전쟁 기념일이나 광복절, 신년음악회, 송년음악회에서 레퍼토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연인 만큼 2장, 3장 등에서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의 부조화를 보이거나 성악가들의 음정이 고르지 못한 부분이 더러 나타났지만, 전체 흐름에서 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영상 기법을 채용하거나 연출을 가미해 한강 칸타타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다양한 콘텐츠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합창 역사가 꽤 오래되었지만 오세종 지휘자의 서울시합창단에서 비로소 大作(대작) 하나를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올해 클래식 창작 분야의 가장 큰 결실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려 공연 기회를 확대하는 일이다. 창작자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정부의 국가보훈처, 해외동포재단, 국제교류재단, 해외문화원 등이 긴밀한 협조를 통해 우리의 자랑 한강을 세계에 알려야 할 것이다.

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진 명곡 하나의 가치는, 여느 시대의 정치나 지도자의 영광을 뛰어 넘는 것이기에 깊은 관심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외환은행이 한강 칸타타를 고객 사은으로 선물한 것 역시 우리 기업의 문화 참여 방식을 바꾼 점에서 혁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땀 흘려 탄생시킨 한강 칸타타가 세계로 흘러가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 모습을 형상화하는 글로벌 한강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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