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울다’는 ‘소리’ 또는 ‘진동’과 연관되어 있는 말입니다. ‘울리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아이를 울리는 것도 있고, 가슴을 울리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말의 ‘울음’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제1부, 우리말과 깨달음 중에서)
어느 날 수학의 용어를 보다가 ‘나누기’라는 어휘에 서 마음이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나누기’는 어떤 것을 작은 것으로 쪼개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크기는 작아지고, 숫자는 많아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누기는 매력적입니다.(제3부, 한국어와 한국 사회 중에서)
지난주에 성균관대에 초빙교수로 계시는 전헌 선생님을 뵈었는데, 퇴계 선생은 인간의 행복과 우주를 이해하는 열쇠가 감정의 자기 이해라고 하였다는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저는 퇴계 선생의 말씀에서 우리말 형용사를 떠올렸습니다. 한국어에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발달한 것이 우연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제2부, 우리말과 세상을 보는 눈 중에서)
한국어 어휘를 탐구해 온 조현용 교수(경희대학교 한국어 교육)의 신작 ‘우리말, 가슴을 울리다’(도서출판 하우, 352쪽)가 출간됐다. ‘우리말, 가슴을 울리다’는 ‘우리말 깨달음 사전’, ‘우리말로 깨닫다’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저자가 다루는 어휘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현용 교수는 ‘울다’가 ‘울리다’, ‘울림’ 등의 단어와 맺는 관계를 통해 ‘진동’과 ‘파장’과의 연결고리를 드러낸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한자어도 저자의 풀이를 통해 보면 더 깊은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조현용 교수는 ‘문화(文化)’의 한자를 들여다보며 영어 ‘culture'를 번영하는 말로 왜 ‘글월 문’에 ‘될 화’가 쓰였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의문에서 출발한 사유는 ‘문화(文化)’는 ‘평화의 다른 말’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가 닿는다. 그는 ‘정보(情報)’는 ‘지식이 아니라 감정을 아는 것’이라거나 ‘학습(學習)’은 ‘틈만 나면 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우리말, 가슴을 울리다’는 우리가 쉽게 쓰는 어휘들을 흥미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게 한다.
“우리말에는 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틀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말은 우리가 둘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조현용 교수는 책 머리말을 이렇게 장식했다. 재외동포와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한국어 어휘교육 연구’, ‘한국어 교육의 실제’, ‘한국인의 신체언어’ 등의 책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