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간다는 것
[詩가 있는 칼럼] 간다는 것
  • 이용대(시인)
  • 승인 2012.11.29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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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새벽 잠들어
입을 다문 시각에
철鐵 새가 뿌연 하늘을
힘겨운 듯 열고있다

구름 사라진 공중엔
지푸라기 하나 없는데
그곳에선 어느 것도 티끌 같은 점일 뿐
항로를 더듬으며 기웃기웃 흐른다

궤적을 지우면서
멀어져 가는 은(銀)빛 새
허허로운 바람 바다를
부표 없이 비행한다

뒤돌아보면 나의 길도 닮은 듯이 그렇다
딛고 선 이 계단마저
파도 거친 바다다.

<이용대 제4시집 ‘저 별에 가기까지’ 39쪽>

 
혈혈단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데 내일 일은 더욱 모른다. 다만 내일을 향하여 갈 뿐이다. 이른 새벽 먼 타국으로 가는 비행기처럼 앞길을 개척하며 가야 한다. 공기의 저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후의 변화에 적응하며 목적지를 바라보고 항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어느 순간에 난폭한 기류가 휘몰아칠지 모른다. 위험하고도 험난한 여정이다. 세상은 빈 하늘같이 넓고도 광활하다. 그 가운데서 나는 오직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풀같이 약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가 미리 함정을 알려 주지도 않는다. 늘 깨어 있어 스스로 정신을 바로 차리고 가야한다. 부표가 없다. 암초나 삼각파도를 잘 알아서 피해야한다. 어찌 하늘을 나는 비행기만 그렇겠는가.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자리도 세파가 밀려오는 해변이다. 이 행로를 헤치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돌고 돌아 온 굽이가 멀어 뒤돌아 갈 수는 없다. 주저앉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이 길은 늘 혼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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