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 ⑬] 세 번째 아이의 이의
[삼강만평(三江漫評) ⑬] 세 번째 아이의 이의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2.12.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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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 모 후보가 세 번째 아이에 한해 무료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특정 유권자에게 어떤 실리를 가져다줌으로써 어떻게 선거의 표밭과 연결될 것인가는 천박한 문제이고, 필자는 좀 더 깊은 의의를 생각해 보았다.

아이를 셋 이상 낳으면 인구 중에 젊은 층의 비례가 커지므로 인력 시장이 그만큼 활력이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나라의 인구가 불어난다. 국토는 좁고 인구가 많은 한국인데 이제 인구가 또 불어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장원하게 보면 엄청난 불행이 아니겠는가? 우려와 근심을 자아낼 사안이기도 할 것 같다.

원래 인구가 많음은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것뿐이었다. 지난 세기 제국주의 열강이 중국을 침략하던 때 중국은 동아병부(東亞病夫)로 불렸다. 심지어 감기가 유행해도 중국에서 건너온 병이라고 몰아붙였을 정도이다. 30여 년 전 서방국가가 ‘중국은 인권이 없다’, ‘출국의 자유도 없다’라며 중국을 폄하할 때 등소평이 ‘한 1억쯤 미국에 보낼 터이니 받아주겠느냐’고 말해 미국을 당황하게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필자가 1987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모택동과 중국공산당, 그만하면 대단하다. 10여 억 인구를 먹여 살렸으니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구는 부담거리였다. 중국의 각 도시, 특히 북경은 인구를 줄이려 온갖 방법을 다해 타지방 사람의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인구가 많다는 개념의 의미가 점점 변하고 있다. 인구가 많음은 그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걱정거기가 아니라 구매자가 그만큼 많으므로 돈더미가 큰 시장이라는 것이다. 후진타오가 각종 국제회의에 참가할 때 많은 나라의 지도자가 후진타오와의 단독 회면을 바라는 것은 후진타오가 예뻐서가 아니라 13억의 시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국을 외면할 수 없는 원인도 13억 시장 때문이리라.

유럽 프로축구 팀과 미국 프로농구 팀에 중국선수가 활약하는 데는 다른 의미가 있다. 중국TV는 이 팀들의 경기를 반드시 중개방송하며 중국인들도 그 경기의 관람을 선호한다. 중국선수 몇 때문에 13억 중국인의 이목을 끌므로 선수의 수준을 떠나 광고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중국선수를 쓸 만하지 않은가! 한국의 프로 팀들도 수준을 차치하고 중국 선수를 몇 명만 쓰면 한국 상품의 중국진출에 엄청난 천문학숫자의 효과를 볼 수 있겠다 생각된다.

지금 중국정부는 극빈 인구가 많은 서부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생의 차원에서 당연히 그 지역을 개발하여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의의가 있다. 즉 서부의 5억 인구를 생필품소비자의 부담거리로부터 상품구매자로 격상시켜 중국의 내수시장을 넓히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유럽 전체 인구를 훨씬 초월하는 13억 인구 모두가 고수준의 상품구매자로 되므로 국제무역이 없이도 국가의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한 국가의 경제는 인구 8천만 명의 내수시장만으로도 든든해질 수 있다는데 13억 인구임에랴!

1992년 중국-한국항공기운행이 정식 시작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해선 운행권한을 따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였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상해선 운행권한을 따고 대한항공은 아쉽게 심양선으로 밀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 심양선이 상해선보다 매상이 엄청나게 높았던 것이다.

돈 많은 상해이지만 인구 1천여만에 불과하고 돈 적은 동북이지만 인구 1억이므로 결국은 돈이 인구에게 진 셈이다. 동북삼성은 인구 1억 이상에 기초시설이 좋고 지하자원도 풍부하며 교육 정도도 중국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구매력도 중국에서 중간 수준 정도는 된다. 한국 관청 나리, 회사 사장님들이여! 부자동네 중국의 동남연해지구만 바라보지 말고 인구가 많은 동북삼성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

‘20-50국’이란 개념이 있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20K, K는 1천), 인구 5천만 명(50M, M은 100만)을 동시에 달성한 나라를 뜻한다. 국제사회에서 1인당 소득 2만 달러는 선진국 문턱의 기준이고, 인구 5천만 명은 대국의 기준이다. 한국은 2012년 6월 23일 오후 6시 일본·미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에 이어 세계 7번째로 ‘20-50국’ 클럽에 진입했다. 이 소식을 들은 중국동포들은 한동안 격동을 금할 수 없었으며 자호감(自豪感)에 벅찼다.

그러나 한국이 곧 ‘20-50국’ 클럽에서 밀려나가게 된다. 지금 한국인들이 아이를 낳기 싫어하며 인구가 줄어 머지않은 장래에 5천만 명보다 엄청나게 적어진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제는 셋 이상의 아이에 대해 무료교육뿐만 아니라 병역 면제 등 더 많은 혜택을 주어 인구를 증가시켜야 한다. 앞으로 남북이 통일되어 1억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인, 전 세계가 괄목하고 바라보는, 정말 대단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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