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눈발이
갈대들을 축인다
외투를 입고 있던
언덕 위의 측백나무
어깨를 꾸부린 채 부처를 닮아가고
뻣뻣한 왕대도 머리를 수그린다
쏘다니던 바람이
찔레덩굴에 걸려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그 안에서 잠든다
홍수로 허물어지고
불타다만 솔밭은
상처 난 부위를 하얀 수건으로 가린다
무제한 공급되는 가루약을 뿌리면서
황사로 삭은 지붕마다
붕대로 칭칭 감는다
나도 심리치료를 받으려
문밖으로 나선다.
<이용대 제4시집 ‘저 별에 가기까지’ 98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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