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섭섭했는데…. 이젠 잊었습니다”
횡성의 성우리조트에서 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표성용회장이 말을 이었다. 2010 세계한인회장대회를 마치던 날이었다.
바로 전날만 해도 이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에서 온 조선족 회장단들은 섭섭함에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각 지역에서 온 회장들이 만찬후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조선족 동포 대표들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일본민단, 아중동한인회총연합회, 대양주한인회총연합회,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유럽한인회총연합회,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 중남미한인회총연합회 등 각 한인회 총연합회가 지역별로 단상에 올라 사진을 찍었다.
재외동포재단이 이들의 단합을 위해 각 총연합회의 이름을 불러 사진을 찍도록 한 자리였다. 미주총연은 산하 연합회별로 여러 팀이 나눠서 찍었다, 산하 회장단 50여명이 참석한 재중국한국인회도 두팀으로 갈라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호명을 당하지 않은 그룹이 있었다. 중국에 있는 200만 조선족 동포들을 대표하는 조선족 회장단이었다.
“다른 데는 다 부르면서 우리는 부르지 않았어요. 재중국한국인회를 부를 때 나가볼까 망설였지만 혹 우리를 마지막에라도 따로 부를까 해서 안 나갔지요”
이렇게 말하는 표회장은 전날 만났을 때만해도 재외동포재단에 대한 섭섭함으로 감정이 격앙돼 있었다.
“우리를 초청해놓고, 깜박 잊어버린 거지요. 200만 중국 조선족 대표들인 우리를 들러리 세우자고 부른 것도 아니고… 실무자들이 실수를 한 거지요”
대승적인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잊기로 하자고 조선족 동포 대표들이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조선족 동포 회장단은 모두 20여명.요녕성기업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표성용회장이 대표단 단장과 같은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 참석한 조선족 대표들이 대부분 기업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횡성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에서 오신 분들이 공동의장을 추인하는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항의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에 있는 우리는 서로 회장을 하지 않으려 해요. 회장이 봉사하는 자리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회장들이 민족을 위해 봉사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양 출신으로 올해 57세인 표회장은 82년 철을 늘여 철사를 만드는 철강회사를 연 것을 시작으로, 기업을 발전시켜 지금은 심양지역 제1의 재부를 자랑하는 조선족 기업인으로 떠올라 있다.
그가 경영하는 신성그룹 산하에는 철강회사와 부동산개발회사, 채석광산, 비닐수지공장, 과학실험실 등이 있다.
<이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