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를 순방 중인 김황식 국무총리가 4일 오전(현지 시간) 파라과이의 한국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한국학교를 방문했다. 김 총리는 학교를 둘러본 뒤 학생들의 학예회와 재롱잔치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시청했다. 아이들은 한국의 전통무용과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고 한국 노래도 불렀다.
비디오 시청이 끝나고 인사말을 해야 할 김 총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지만 울음은 한동안 계속됐다. 김 총리를 수행한 총리실 직원들과 현지 교직원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잠시 후 김 총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국만리에서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가 합심해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데, 뜻을 모아 자녀들을 멋지게 키워나가신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체성 유지와 함께 파라과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도 재외동포, 특히 한국학교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992년 문을 연 이 학교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76명이 재학 중이며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교민과 현지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교민들이 자녀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이 학교에 보내는 것”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 총리는 이어 교민간담회에 참석해 “어렵고 고단한 가운데 초등학교를 훌륭히 운영하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의 학예회 장면을 보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토로했다.
1962년 한국과 수교한 파라과이는 1965년부터 한국인 농업이민을 받아줬다. 지금까지 파라과이를 거쳐 간 한인은 약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현재 5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파라과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350달러에 불과해 교민들도 대부분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총리는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에 외국에 나가 고생한 사람들에게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김 총리는 지난해 9월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파독(派獨) 광원과 간호사 이야기가 나오자 “그들의 임금을 담보로 차관을 얻고 그것을 종잣돈으로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는데 그 사람들을 잊을 수 있겠는가”라며 눈물을 보였다.
김 총리는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13일 파독 광원과 간호사로 일하다 귀국한 20여 명을 총리 공관으로 초대해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