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을까?
[이동호의 미래세상] 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을까?
  • 이동호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 승인 2020.03.09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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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잠을 못 자는 것도 병이다

한 사람은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밤새 이리뒤척 저리뒤척 잠을 못 이룬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한쪽이 안쓰러워 안절부절못한다. 왜 잠 못 이룰까? 이런 상상도 해본다. 밤새워 잠 못 이루는 게 지금 세상이 바뀔까 봐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세상대로 살아갈까 봐 일수도 있다. 이런 상상은 지금의 우리네 삶의 풍속도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 하여튼 숙면을 못 하는 것은 현대인이 갖는 병이 되어버렸다. 잠 못 드는 이유 6가지를 가정해 봤다. 과도한 스트레스, 긴 노동시간과 긴 학습시간,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는 사회적 환경, 늦게까지 TV 보는 것,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로 꼽아 봤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위해서도 잠에 대해 연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잠 못 이루는 라이프스타일

세계 여행을 하면서 어느 나라에서든 자정 넘어서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 풍경을 우리나라만큼 많이 보기가 쉽지 않다. 잠 잘 시간에도 불야성을 이룬다는 것은 야간 가게들과 24시간 영업점 등 '올빼미족'을 위한 편리한 서비스가 늦은 시간 잠들기로 숙면에 방해가 된다. 사교육과 공교육을 포함한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직장인 노동시간도 마찬가지다. 주 40시간 근무제(초과근무까지 52시간)가 도입되면서 회사에 머무는 절대 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는 그대로여서 회사에서나 집에서 야근한다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집에서 습관적으로 늦게까지 TV 보기,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은 숙면과 눈 건강에 치명적인데 많은 사람이 가볍게 여기고 쉽게 행동한다.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수면 부족은 우리 몸에 고스란히 부채로 남는다. 이른바 수면 부채다.

수면 장애는 건강의 파산 선고다

수면 부채가 일정 기간 이상 누적되면 우리 건강은 파산하고 만다. 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을 어른들에게 자주 들으며 성장해 왔다. 현대 직장인들이 주말에 몰아서 자도 여전히 몸이 피곤한 것은 수면 부채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관상동맥질환, 당뇨, 비만 위험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치매 등 주요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약 50만명을 넘어섰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성인 10% 이상이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고 3명 중 1명은 일생 한 번 이상 수면장애를 경험했다. 흥미로운 것은 수면 부족도 위험하지만 정상 수면시간보다 오래 잘 경우에도 당뇨,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매일 규칙적으로 잠들고 깨면서 적정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만성적 수면 부족은 국가 경제의 손실이다

학생도 직장인도 아이 키우는 엄마도 '자고 싶어도 잘 시간이 없다'고 호소한다. 늦게 잠드는 생활 패턴에 따라 충분히 자야할 영·유아 수면시간까지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광역버스 기사들은 대부분 하루 14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고 이 중 17시간 이상 근무자도 상당수 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도 12시간 이상 근무로 피로 누적과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특히 17시간씩 근무하는 의료진이나 운전자들은 1초에서 10초씩 이어지는 '미세수면(졸음)'에 빠지게 되는데,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만성적 수면 부족은 국가경제 손실로 이어진다. 졸음운전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하고, 수면장애에 따른 진료·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산업재해로 연결되기도 한다.

수면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뜬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수면 시간이 6시간24분으로 OECD국가 중 가장 적게 자는 나라이다. 직장인들은 툭하면 야근이고, 학생들은 한밤중까지 학원행이고, 많은 사람이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놓고 잔다. 이 또한 수면방해다. 이런 우리들의 일반적인 수면환경 속에서 적정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면 수면 환경을 최대한 통제하고 낮에 잠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수면을 유도해 짧은 시간 깊이 자게 하는 보조기구가 출현한다. 수면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최첨단 융합기술과 결합해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 산업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맥킨지는 2021년까지 수면산업이 연평균 약 5.1% 성장해 2021년이면 849억달러(약 95조원) 규모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PMR에 따르면 '수면 보조기술·글로벌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보조산업에는 치료제(처방약·일반의약품·생약), 수면 무호흡기, 수면연구소, 수면보조 디바이스, 기능성 매트리스와 베개 등이 포함된다. PRM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글로벌 수면 보조산업은 663억달러 규모였다. 내용을 보면 매트리스, 베개 등 기능성 침구 시장이 315억달러(47.5%), 수면 무호홉 기기 시장 178억달러(26.8%), 의약품 94억달러(14.2%)이었다.

수면산업 풍속도

필립스는 헤어밴드처럼 머리에 쓰고 자는 것 만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슬립'을 내놨다. 캐나다 소프트웨어 회사 이프노스가 개발한 '릴랙스 멜로디스'앱은 기기 센서가 뇌파를 분석해 뇌 활동에 따라 다양한 귀뚜라미·바람·물 소리 등 '백색 소음'을 들려주면서 수면과 긴장 완화를 도와 빨리 깊이 잘 수 있도록 실제 숙면에 도움을 준다. 이 꿀잠 도우미 앱은 전 세계적으로 3000만건 이상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요즈음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중심가에 점심시간에 낮잠 프랜차이즈 카페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지고 수면 마스크도 등장했다. 2018년부터 수면무호홉증 치료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시장이 급팽창했는데 의료기 렌탈 사업이 성업하고 있는 게 그 사례이다. 잠자리 습관 분석해 숙면 돕는 수면환경관리사 자격증이 신설되고 수면장애 치료 전문의도 각광 받는 시대가 되었다.

건강한 삶을 이어 가려면

중동 출장을 갔을 때 상인들이 아침에 8시에 문을 열어 낮 12시에 닫고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4시에 다시 나와 상점을 열어 영업하고 저녁 8시에 문을 닫는 게 일상인 것을 봤다. 1990년대 중국의 공장을 방문했는데 11시 반이 되니 공원들이 집으로 돌아가 식사와 낮잠을 해결하고 오후 1시 반에 다시 공장으로 나와 오후 작업을 하는 것을 목도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낮잠을 잔다는 것이다. 지금도 중국 사무실에서는 낮 시간 점심을 해결하고는 꼭 낮잠을 사무실 책상에서 해결하는 게 일상생활이다. 우리와는 다른 풍경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국가적으로 '낮잠 자기 운동'이라도 하면 어떨까 싶다.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은 안대와 노이즈 캔슬링(외부 소음을 차단해 주는) 이어폰, 안대면 귀마개라도 챙겨 직장 내에서 15분에서 20분 동안 낮잠 자는 풍속이 일반화했으면 어떨까 싶다.

하루 8시간은 자야 건강에 좋다고 한다. 수면 부족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유아발달기에 잠이 모자라면 육체적 성장이 더뎌지고 청소년기에는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는 진단한다. 서울대 이경민 인지과학연구소장은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조금 배우고 깊게 자야 배운 내용이 오래 남는데 우리는 많이 배우고 조금 자느라 뇌가 정보와 경험을 재정리할 시간이 없다. 수면 시간은 크게 뇌가 고갈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초저녁 잠'과 기억을 강화하는 '후반기 잠'으로 나타나는데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후반기 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초기 저주파 수면으로 4시간 동안 뇌가 에너지를 충전한 뒤 나머지 렘수면 4시간 동안 학습 내용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8시간은 자는 게 좋다"고 이 소장은 추천한다. 하루 8시간은 자야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이 소장의 이야기는 우리네 성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을까?"라는 주제에 대한 대답은 "스스로 낮 동안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8시간은 자자"로 실천하면 수면부채는 나에게 사라질 것이다.

필자소개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중국 쑤저우한국상회 고문
중국 쑤저우인산국제무역공사동사장
WORLD OKTA 쑤저우지회 고문
세계한인무역협회 14통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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