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⑰] ‘어리고 성긴 가지’와 ‘고향서정 6’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⑰] ‘어리고 성긴 가지’와 ‘고향서정 6’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10.01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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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어리고 성긴 가지
- 안민영

어리고 성긴 가지(柯枝) 너를 밋지 아녓더니
눈ㄷ기약(期約) 능히 직혀 두세송이 퓌엿고나
촉(燭) 잡고 갓가이 사랑헐 제 암향(暗香)좃차 부동(浮動)터라

민영(安玟英, ?~?)은 조선 후기의 가객으로 스승 박효관과 함께 <가곡원류>를 편찬한 이이다. 이 작품은 매화의 은은한 향기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어리고 성긴 가지를 지닌 매화의 연약한 모습을 의인화하여 표현했는데, 어린 매화가 꽃을 피우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차가운 눈 속에서 두세 송이의 꽃을 피운 매화의 그 대견함에 영탄과 반가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촛불을 켜고 가까이서 애정 어린 눈으로 매화를 바라보며 그 아취(雅趣)와 그윽한 향기에 매료되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설중매(雪中梅)의 강인한 의지 및 자연의 섭리와 질서에 대한 경탄이 나타나 있다. 선비가 추구해야 할 자세를 ‘암향부동’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 현대시조

고향서정 6
- 김광수
 
흙 묻은 호미 놓고 땀 밴 웃옷 벗어두고
느티나무 그늘에서 오수(午睡)에 깊이 든 이
꿈에선 어느 영토에 맹주로나 앉았을까

김광수(金光洙, 1938∼2021) 시인은 197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나와 정통시조를 일군 분으로 이 시조는 호흡이 길지 않은 단시조로 초, 중장에서 한여름 땡볕 아래 호미로 논밭의 풀을 매다가 흥건히 땀이 밴 삼베 등걸이 웃옷을 벗어놓고 느티나무 밑에서 낮잠을 즐기는 시골 고향 사람들의 그리운 모습을 펼쳐 보이고, 종장에서는 현실로는 더없이 고달픈 존재이지만 꿈에서나마 당당한 영주의 모습으로 앉았을 것이라는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유유자적하는 농촌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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