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12] 죽방 멸치
[아! 대한민국-212] 죽방 멸치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2.10.01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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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멸치는 조려 먹거나 볶아 먹거나 쌈 위에 올려 먹거나, 그 자체로 먹는 것도 맛이 있지만, 특히 국이 없으면 식탁이 차려지지 않는 한국인의 식문화에서는 국물의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음식 재료다. 멸치로 그 맛을 내는 멸치국수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삼시 세끼 없어서는 안 될 식품 중의 하나가 멸치다. 명절에 선물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식품 가운데 하나이다.

멸치의 고장은 뭐니 뭐니 해도 남해안이다. 삼면이 바다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멸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남해이다. 남해 그 가운데서도 거제섬과 남해섬이 특히 유명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버지 김홍조 옹이 정치하는 아들을 뒷바라지하면서 아들의 친지들에게 돌린 것이 거제 멸치요, 멸치 가운데 비늘이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채로 비싸게 팔리는 것이 남해 죽방멸치다. 멸치 음식으로는 남해대교를 지나 달리다 보면 나오는 남해군 지족면의 ‘우리식당’을 많은 사람이 최고로 친다.

남해대교를 지나서부터 죽방멸치 어장이 펼쳐진다. 이 지역만의 전통어업 방식으로 잡는 멸치가 바로 남해 죽방멸치다. 남해 죽방 어업은 5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물살이 빠르고 좁은 물목의 조류가 흘러들어오는 쪽에 길이 10m 안팎의 참나무 기둥 수백 개를 박아 V자형으로 울타리를 만든다. 밀물 때 바닷물과 함께 밀려온 멸치가 썰물 때 이 V자형 울타리 안에 남게 되는 원리를 이용해 멸치는 잡는 방식이다. 울타리에는 그물이 처져 있고, 통로 끝에 불룩한 통발이 설치돼 있어 멸치가 그 안으로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이렇게 잡은 멸치는 남해 죽방멸치라고 하는데, 남해군 지족해협 23곳에 이런 죽방렴이 설치돼 있다.

최근 남해 지족 해협에 있는 죽방렴 어업이 해양수산부의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GIAHS) 등재 신청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세계농업유산은 유엔식량기구가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농업 시스템과 생물 다양성과 전통 농어업 지식 등을 보전하기 위해 2002년부터 운영해 온 제도다. 2020년까지 22개국 63개의 세계농업유산이 등재돼 있다. 한국의 농어업으로 완도, 청산도의 구들장 논, 제주 밭담, 하동 전통차, 금산의 전통 인삼 등 농업 분야 4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어업 분야에서는 제주 해녀 어업이 2018년 12월,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 어업이 2020년에 등재를 신청했고 현재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남해 죽방렴 어업은 역사적 차별성과 우수성, 자연 생태적 가치 등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2015년 12월 21일 ‘국가중요어업유산’ 제3호로 지정된 상태다. 앞으로 GIAHS 기술위원회의 서류 평가와 현장 방문, 세계중요농업유산 집행위원회 심의 등 추가 절차를 거쳐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다. 만약 등재된다면, 남해 죽방렴 멸치잡이는 지역관광 활성화는 물론, 독보적인 멸치잡이 형태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기존 4개의 세계농업유산과 현재 심의 중인 2개의 세계농업유산과 함께, 남해의 죽방렴 멸치 어업이 5천 년 농경문화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한반도에서 개척한 독창적인 농업 시스템으로 인류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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