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세계 공통 인사법
[김재동칼럼] 세계 공통 인사법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1 13: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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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pandemic) 이전에 악수는 누가 뭐래도 세계 공통 인사법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의 보편적 인사법까지 바꾸어놓을 뻔했다. 다행히 바이러스가 점차 적으로 수그러들면서 악수로 인사하는 사람이 다시 늘고 있다. 얼마 전 처 고모부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으로 오신 80대 지인과 악수로 인사를 했다. COVID-19 이후 거의 3년 만에, 어쩌면 영영 못 할 것 같았던 악수를 말이다. 나는 악수를 할 때 손아귀에 힘을 적당히 주는 편이다. 그분과 나는 서로 손아귀 힘이 엇비슷했다. 손맛으로 보아 그분은 백세까지 무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악력(握力)이 노년층 건강과 장수에 중요한 이유는 몸 전체의 근력을 측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나는 악수할 때 손에 힘을 빼고 맥없이 하는 사람보다, 자신 있게 상대의 손을 잡고 흔드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 악수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악수할 때는 반드시 일어서서 상대방의 눈을 보며 하는 것이 좋다. 왼손잡이 일지라도 악수는 오른손으로 해야 한다. 최근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악수를 한 바이든 대통령의 노 룩(The no-look handshake) 악수가 정치권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악수 예절에서 상대의 눈을 보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고대 바빌론에서는 신성한 힘이 인간에게 전해지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왕이 성상(聖像)의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오른손으로 하는 인사법을 장수들에게 가르쳤다. 중세 기사들은 칼을 차고 다녔는데 적을 만났을 때 오른손으로 칼을 빼 들어서 적의를 표했다. 하지만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 때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잡았다. 그것이 악수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에, 신빙성의 무게가 실린다.

지금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인들은, 모르는 사람과 마주치면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활짝 펴는 인사를 한다. 이처럼 오른팔을 드는 이유는 상대방과 싸울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수는 악의가 없음을 보여주는 행동으로, 한국에서도 고려 시대나 조선 시대에, 손에 무기를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추측한다.

미국과 한국의 악수 문화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미국의 악수는 동등하며 수평적이다. 미국에서는 악수할 때 손아귀에서 힘을 빼고 흐느적거리듯(dead fish handshake) 가볍게 하는 악수는 최악이다. 혹시 내가 반갑지 않아서인가? 성의가 없네, 무례하네, 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악수를 힘차게 하는 만큼, 반갑고, 좋은 인상을 주고 싶고, 성의를 다하고 있다는 표시다. 힘있게 악수하면서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눈을 마주치고 미소짓는 것이 미국식 좋은 악수 예절이다.

반면 한국은 악수에서도 상하 관계가 뚜렷하다. 수직적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기 전에 손을 내미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한국의 군대에서는 이렇게 배운다고 한다. 상급자가 악수를 청할 수 있고 하급자는 그것을 받는데, 이때 하급자는 반드시 손에서 힘을 빼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악수를 청한 사람이 흔들고 싶은 만큼 흔들고 아랫사람은 그냥 수동적으로 응대해야 한다. 상관이 멈추면 그때 멈추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로버트 브라운, 리더십 연구가는 악수의 유형에 따라 심리적인 성격을 구분하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손이 아플 정도로 꽉 쥐는 악수는 타인에 대한 지배욕을 드러내며, 왼손을 상대방의 손 위에 얹는 경우는 빨리 친해지려는 성향을 지닌 사람으로 분류된다. 상대를 자기 쪽으로 당기며 악수하는 경우는 자기 뜻대로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강한 사람으로 보았다.

브라운 역시 가장 모범적인 악수는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적당하게 힘을 주어 2~3회 손을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신경 과학 저널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악수를 할 때 인간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수할 때 뇌의 사회성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에서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을 멀리하는 신호도 보낸다고 한다.

악수하는 시간을 너무 오래 끌면 상대방이 불편해할 수 있다. 반면에 너무 빨리 악수를 끊으면 무례해 보이거나 상대에 대한 무관심으로 보일 수 있다. 이에 영국의 한 조사 기관은 가장 적절한 악수 시간으로 2초에서 3초 사이를 제시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악수 문화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인간들의 공통 인사법으로 사용되었던 악수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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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환 2022-10-25 05:36:26
살면서 사랑하면서 가는 인생에 여행길애
두눈을 마주하면서 다정하게 꼭잡는 두손
살아서 숨쉬는 생기있는 초롱초롱한 눈빛
진여아 누님께서 먼곳 유타까지
발걸음을 하셨군요 두분 강녕하시길요ㅎㅎ

진여아 2022-10-21 18:47:40
저녁 준비하다 말고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된장 뚝베기 같은 구수한 단편글 한편을 맛깔 나게 읽었습니다.건강도 잘 챙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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