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태산가
- 양사언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재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양사언(楊士彦, 1517년~1584년)은 조선의 문신·서예가이다. 호는 봉래(蓬萊)로 안평대군, 김구, 한호와 함께 조선 전기 4대 명필 중 한 사람으로 초서체 제일이었다. 이 작품은 천하제일이란 태산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하늘 아래에 있는 산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까닭이 없건만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태산이 높아서 그 산은 오르지 못한다고 하며 오를 생각조차 하지도 않고 포기하더라는 시조로 부단한 노력을 하면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는 교훈을 가진 작품이다. 부지런한 면학(勉學) 정신과 끈질긴 면려(勉勵) 정신이 깃들어 있다.
* 현대시조
맷돌 타령
- 송귀영
육신(肉身)을 비비다가 아픔도 부딪치고
한 바퀴 돌때마다 어금니를 갈고 있어
삐거덕 장천(長川)을 갈아 고운 목청 남길건가
송귀영(宋貴永, 1940~)은 1966년 중앙일보에 시조, 국제신문에 시가 당선된 시인으로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이다. 맷돌을 인간화하여 표현한 작품으로 숫 맷돌 위에 놓인 암 맷돌을 어처구니(맷손)로 돌릴 때 서로 부딪침을 비빈다고 하였으며 어금니는 맷돌에 파놓은 홈이 서로 엇갈리며 내는 소리를 어금니를 간다고 표현하였다. 맷돌의 역할을 통하여 인간사의 고단함을 보여주고 있다. 장천(長川)은 주야장천(晝夜長川)의 준말이고 고운 목청은 갈려 나온 곡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낮밤 없는 삶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맷돌을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아픔을 겪으며 억척스럽게 산다고 하였다. 이렇게 낮밤 없이 억척으로 사는 것은 삶에 좋은 결실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시인은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