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단오를 통해 본 한중 문화교류의 가능성
[대림칼럼] 단오를 통해 본 한중 문화교류의 가능성
  • 강설금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객원교수
  • 승인 2023.07.27 10:1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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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은 오래된 문명국이다. 근대 이전부터 두 나라의 지배 세력은 이성에 기반한 합리적 사상체계를 신뢰했으며, 교육을 중시하고 시험을 통해 관료를 선발해 국가를 운영했다. 전통사회에서는 드문 사례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며 양국은 제국 열강의 먹잇감이 되는 비운을 겪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나 한국과 중국은 다시 국력을 회복해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지위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서구를 모방하던 단계에서 스스로 새로운 모델을 창조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은 G2로 부상하며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야 할 만큼 성장했다. 두 나라는 강국의 배려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 그들과 경쟁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 과거 열강의 식민지였다가 국제적 리더 국가로 성장한 사례가 없는 가운데, 두 나라는 스스로 그 사례를 창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재해석과 고유의 정체성 찾기는 생략할 수 없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서로에게 묻고 배울 수밖에 없다.

두 나라는 경제교역 규모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크며 상호 의존적이다. 2019년 한국이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는 중국으로 1,362억 달러에 이르며, 2위인 미국의 733억 달러와 3위 베트남의 481억 달러를 합친 것보다 크다. 같은 해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 역시 중국이다. 중국에 있어서도 한국은 큰 교역국이다. 한국은 중국의 2019년 상반기 수출국 3위이며, 수입국 1위이다. 양국은 수교 이후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속 가능한 문화산업의 교류는 일방적 공급과 소비가 아닌, 쌍방 간의 주고받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양국 국민들 사이의 동질감과 우호감이 형성되며, 외적 요인에도 유지되는 문화적 교류와 연대가 가능하다. 전통문화는 양방향 문화교류를 시작할 때,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양국은 유교 문화를 주류로 하는 전통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문화적 동질성 찾기의 큰 자산이다.

강릉단오제의 제의는 한민족 고유의 무속과 중국으로부터 유래한 유교 문화가 융합되어 발전해왔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의 오월제가 가지는 기복적 성격이 축제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강릉단오제는 한민족의 수용성과 고유성의 융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역시 유교식 제의와 유희를 결합한 형태로 전승되는 중국 호북성 자귀현 단오풍습과의 비교 연구와 교류는 한중 양국의 심도 있는 문화교류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이웃 나라에서 진행된 두 축제의 같고 다름을 비교하는 것은 한중 문화교류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서 필자는 양국의 대표적인 단오제인 강릉단오제와 자귀현 단오풍속을 비교하고자 한다. 한국에는 강릉단오제, 경산자인단오제, 전주단오제, 순창단오제 등 여러 단오제가 계승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 강릉단오제는 역사가 오래되고 민의 참여도가 높은 단오제로 꼽힌다. 강릉단오제는 1967년 1월 16일 국가 지정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다. 1994년에는 전국의 향토축제 가운데 10대 민속축제로 선정됐으며, 2000년대 초에는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한국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그리고 2005년 11월 25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됐다.

중국의 경우 4대 단오절이 존재한다. 양자강 유역의 호북성 의창시 자귀현 굴원 고향 단오풍속(屈原故里端午習俗), 호북성 황석시 서새신주회(西塞神舟會), 호남성 멱라시 멱라강변 단오풍속(汨羅江畔端午習俗), 강소성 소주시 소주단오풍속(蘇州端午習俗) 등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서 자귀현 단오풍속은 굴원의 고향에서 전승되는 중국의 대표적인 단오절이다. 다른 지역의 단오절은 보통 음력 5월 5일 하루만 명절로 보내지만, 자귀현 단오절은 음력 5월 5일부터 5월 25일까지 20일간 행해진다. 강릉단오제도 음력 4월 5일부터 음력 5월 7일까지 30여 일간 행해지는 축제로, 양자를 비교할 경우 한중 양국의 단오풍속을 풍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개최 시기가 5월이라는 점, 목적 지향적 제의와 유희의 구조로 이루어진 축제라는 점에서 양자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강릉단오제와 자귀현 단오풍속은 이름은 유사하지만,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서로 다른 행사다. 전자의 전승 역사는 변화와 수용이라는 특징을 보이며, 후자의 전승 과정은 초기의 원형에 충실함을 특징으로 하며, 전통의 복원·재현에 치중한다. 현재의 모습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전자는 민 주도의 종교적 색채가 강한 모습을 보이며, 후자는 관 주도의 오락성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다.

강릉단오제는 제천의례를 원류로 하는 한민족의 고유 풍속 가운데 하나이며, 내용상 생업의 풍요와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풍제(祈豐祭)에 속한다. 한국의 부족국가 시대에 행해지던 5월 축제와 고대 강릉 지역에서 행해지던 농경축제 무천(舞天) 등의 전통이 융합되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것이 강릉단오제이다.

중심 신격의 변화는 강릉단오제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고대 5월 축제의 중심 신격은 최초(마한)에는 태양신이었으며, 삼국시대에는 조상신으로 바뀌었다. 고려시대부터는 지역 연고의 인격신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중심 신격이 문헌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조선시대부터이다. 1600년경 당시에는 김유신을 대상으로 제를 지내고 있었으며, 영조 무렵(1762)에는 범일 스님이 중심신격으로 자리잡은 것이 확인된다. 모두 강릉과 관련이 있는 성공적인 인물이다. 숙종 시기에 와서는 호환을 당한 강릉의 정씨가의 딸이 추가됐다. 범일 스님과 정씨 여인은 국사성황과 국사여성황이 되어 단오제 기간에 부부의 연을 맺는다.

축제의 이름에서 강릉단오제의 외래문화에 대한 수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민족은 5월 축제를 신라 시대에는 ‘수리’라 불렀고, 고려 이후에는 ‘수리’와 ‘단오’를 함께 사용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단오’라는 절기 용어가 한민족의 고유 축제에 적용되고 정착한 것이다.

강릉단오제는 유교와 무속이 결합된 종교성이 강한 축제이다. 4월 5일에서 5월 7일까지 30여 일 동안 부정굿을 시작으로 무려 아홉 번의 유교식 제사와 20여 차례의 굿을 병행한다. 모두 29차례의 종교 행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단일 행사로 이처럼 많은 종교의식을 치르는 경우는 한국 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에서 전래한 유교와 한국 고유의 무속이 어우러져 하나의 지향점을 추구하는 모습은 강릉단오제의 수용성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변화와 수용 과정을 거치면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풍요로운 생업과 사람들의 안녕이라는 축제의 목적이다. 강릉단오제의 큰 특징인 변화와 수용성은 어쩌면 일관된 목적이 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형태의 유연한 변화와 외래 요소의 수용 그리고 일관된 기복(祈福) 지향성, 이것은 한국인들의 문화적 특성일 수도 있겠다. 이 부분은 추후 한국과 중국의 다른 단오제들을 비교하면서 더 고찰할 부분이다.

자귀현 단오풍속은 전국 시기 초나라의 비극적 인물인 굴원을 위로하는 위령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강을 끼고 있는 자귀현 지역에는 고대에는 용왕제 등 수신제(水神祭)의 풍습이 있었으며, 이 지역의 인물인 굴원이 사후에 격상되는 과정을 거쳐 한(漢)나라 시기부터 중심 신격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심 신격에 변함이 없다. 축제의 제의는 유교식이며 초나라의 분위기를 복고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강릉단오제는 한국의 다른 민속축제와 마찬가지로 민 주도로 전승되고 축제를 진행한다. 법률도 민간의 개인과 단체를 전승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와 지자체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민간단체인 강릉단오제보존회가 지정문화재 행사를 주관하고, 역시 민간단체인 강릉단오제위원회가 다양한 유희 부분을 담당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민 주도의 전승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다. 전통을 매개로 민의 공동체성을 발휘하는 것이 한국의 전통문화 전승 방법의 특징이다.

자귀현 단오풍속은 전통시기와는 달리 중국 정부가 주도한다. 정부는 국민 단합에 주목하면서 적극적으로 축제 진행에 개입한다. 최대 오락거리이자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용선 경기도 정부가 중심이 되어 조직한다. 자귀현 단오풍속은 정부가 축제를 매개로 인민의 결속력과 공동체의식의 향상에 핵심역할을 한다.

한국과 중국은 전통시대로부터 문화교류 상대국이며, 유교문화를 근간으로 높은 수준의 문명을 이룬 나라들이다. 두 나라 모두 근대 시기에 제국에 의해 몰락했다가, 최근에 국력을 회복하고 있다. 양국은 국제사회의 리더로 안착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과거 식민지 국가 가운데 도달한 적이 없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리고 두 나라의 경제적 상호 의존도는 절대적이라 할 만큼 성장해왔다. 한중이 서로를 배제하고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한 국가의 문화적 성숙은,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경제적 성장의 동인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다행히 풍부한 전통문화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이를 창조적으로 계승할 역량 또한 갖추고 있다. 전통문화를 매개로 한 양국의 교류는, 자국의 전통문화 발전을 심도 있게 만들고 상호 간의 문화적 이해와 우호에 기여할 수 있다.

강릉단오제와 자귀현 단오풍속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의 구조, 유희, 전승 방식에 있어서 같고 다름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는 두 단오제의 교류와 공동 연구는 자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문화적 경험과 삶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필자소개
북경대학교 학사(철학), 성균관대학교 석사(동아시아학), 서울대학교 박사(중어중문학)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객원교수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시간강사
저서: <고급 중국어>(공저), <(고등학교)전공 기초 중국어>(공저)
강설금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객원교수

강설금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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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3-07-27 22:19:54
(일본에서는 천황). 그뒤 한국에 주권.학벌없는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점쇠가 세운 마당쇠 僧대학). 그 뒤 서울대에 대중언론에서 눌려온 새로생긴 일제강점기 초급대 출신대나 기타의 비신분제 대학들.@일제강점기 강제포교된 일본 신도(불교), 불교, 기독교는 주권없음. 강점기에 피어난 신흥종교인 원불교등도 주권없음. 그러나 세계사로 보면, 가톨릭이라는 세계종교는 너무 세계인에 일반화되어서, 국사적개념과 병립하여, 세계사적 개념으로, 동아시아 세계종교 유교의 일원인 한국에서, 국제관습법상 세계종교 가톨릭의 자격으로 예우하는게 적절함. 일본식 개념으로, 일본 국지신앙인 일본 신도(일본의 국교), 불교, 기독교의 위상을, 한국에 적용할수는 없음.

윤진한 2023-07-27 22:19:14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국사 성균관(성균관대)나라. 조선.대한제국 유일무이 최고 교육기관 성균관의 정통승계로, 6백년 넘는 역사를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 최고(最古,最高)대학. Royal 성균관대. 세계사의 교황반영, 교황윤허 서강대는 국제관습법상 성대다음 Royal대 예우. 두 대학만 일류.명문대임. 해방후 조선성명 복구령으로, 유교국가 조선의 한문성명.본관등록이 의무인, 행정법.관습법상 유교나라 한국. 5,000만 한국인뒤 주권없는 패전국 불교 Monkey 일본의 성씨없는 점쇠 僧(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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