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㊸] ‘내 마음 버혀내어’와 ‘어떤 가난’
[우리 시조의 맛과 멋㊸] ‘내 마음 버혀내어’와 ‘어떤 가난’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3.09.30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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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내 마음 버혀내어
- 송강 정철

내 마음 버혀내어 별달을 맹글고져
구만리 쟝텬(長天)의 번다시 걸려 이셔
고온 님 겨신 고테 가 비최여나 보리라

정철(鄭澈1536~1593): 윤선도·박인로와 함께 3대 시인으로 꼽히는 정치인이다. 호는 송강(松江), 시호는 문청(文淸)이다. 이 작품은 우울한 마음을 베어내어 별과 달을 만들어 저 높고 푸른 하늘에 번듯이 떠서, 그리운 님(선조 임금)이 계시는 곳을 훤히 비추어 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송강의 우국충정을 역력히 읽을 수가 있다. 우의적 표현 수법이 사용되었으며, 자신의 마음을 베어내어 하늘에 걸린 달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매우 기발한 시적 착상이라고 할 수 있다.


* 현대시조

어떤 가난
- 박재두

가난도 때 오르면 영화보다 사치롭고
한 고개 넘어서면 극락 같이 열린 하늘
그 하늘 별 뜨는 가난, 맨발로 우러러 서리

박재두(朴在斗, 1936~2004): 통영 태생, 1965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나온 시인이다. 이 작품은 가난을 소재로 썼는데 보통 가난은 생의 아픔을 동반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쪼들림과 아픔을 뛰어넘은 가난의 속기(俗忌)를 벗어버린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생활 속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내어 가난을 극락 같이 열린 하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 비록 가난하지만, 그 가난을 호화롭게 여기는 초월의식을 느낄 수 있다. 허허함 속에 별처럼 빛나는 그의 가난은 오히려 눈부시고 끝없는 아득함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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