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샌디에이고 박물관의 특별전시회
[Essay Garden] 샌디에이고 박물관의 특별전시회
  • 최미자 재미수필가
  • 승인 2024.03.1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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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8일부터 금년 3월3일(일요일)까지 발보아 공원에 있는 국립 박물관에서 한국의 색채화(Korea In Color) 전시회가 있었다. 신문기사를 보고 꼭 가려던 참이었는데, 겨우 끝날 무렵에 한 지인이 알려주어 단체 투어에 끼어서 보았다. 오래 미국에 살면서 종종 홍대출신 원로 교민(김창송 부부) 이 운영하던 다운타운의 CJ화랑을 통해 한국의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나는 만나곤 했었다.

보슬보슬 비가 오는 주말이었다. 박물관 건물 양쪽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바라보며 사진을 찍던 나의 가슴도 뿌듯했다. 한국의 자존심과 역사 그리고 위상을 알릴 수 있는 어떤 작품들이 와 있을까. 매점에 들어가 전시회도록을 사려고 물으니 지난달에 모두 팔려버려 한권도 없다고 했다. 좀 넉넉히 인쇄 좀 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전시장으로 향했다. 표를 사서 중앙 홀에 들어서니 김상돈의 <상여> 조각품이 놓여있다.

1층 전시장 오른쪽 방으로 들어가니 벽면을 가득 채운 <호랑이> 한 마리가 매화고목과 함께 우리를 맞이했다. 민화 전문가의 수제자로 이름을 날린 성파스님이 2012년에 그린 작품이란다. 또 김종학이 2006년에 그린 10폭의 <모란> 병풍은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해설자는 설명했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을 통한 화가의 상상력에 빠져본다.

코로나 유행병 동안에 마스크를 끼던 답답함을 표현했다는 이흥덕의 <지옥도>도 현란하다. 바단 천에 그린 병풍 스타일의 <책걸이>는 익숙한 것들이지만 언제 보아도 좋다. 프랑스에서 살며 오래전 백건우와 윤정희 씨를 북한으로 보내려다 실패한 납치 사건으로 유명해진 고 이응노 화백의 <홀려>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날아갈 듯이 힘이 있는 우리 글자 한글 서체가 예술로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박생광의 1985년 작품 <샤머니즘>, 삼성의 후계자인 고 이건희의 수집작품 중에 하나라는 <무릉도원>은 앞에 서서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1934년생인 팔순 작가 이숙자의 2000년 작품인 <백두산> 앞에서는 하얀 백설이 나의 숨을 멈추게 하는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대작이다. 박대성(1945년생)의 섬세한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우리 시대 이야기여서인지 애틋해진다. 5살 어린 나이에 북한 공산당원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한 충격과 가난을 이겨내며 독학으로 화가가 되었다니 얼마나 장한 그분의 삶인가.

반면에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또 지나친 부모의 과잉교육으로 고생을 전혀 모르고 자라는 요즈음 아이들은 어떻게 예술적 창의력을 키우고 있을까. 미래의 예술가들이 궁금해진다. 시간이 부족해 나는 더 많은 작품들을 다 보지 못했고 기억도 못 하겠지만, 안내를 따라 다시 로비에 있는 <상여> 조각품 곁으로 갔다. 2019년부터 두 해에 걸려 만든 작품이라는데 작가의 이름표도 안 보였다.

밑에 받쳐놓은 스테인리스 카트도 눈에 거슬렸다. 하얀 천으로 테이블보처럼 덮어두었더라면 더욱 품위가 있는 작품으로 돋보일 터인데 말이다.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작가는 수많은 아기자기한 조각들로 층층이 쌓아 올리며 상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아쉬웠다.

아무튼 후원을 해준 한국 정부와 로스앤젤레스의 문화원에 감사한다. 또 앞으로 엄선된 작품으로 대한민국 문화계를 알리는 이런 행사들이 자주 해외로 나들이 해주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네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Ⅱ>(202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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