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56] ‘삿갓에 도롱이 입고’와 ‘달맞이꽃’
[우리 시조의 맛과 멋-56] ‘삿갓에 도롱이 입고’와 ‘달맞이꽃’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4.03.28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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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삿갓에 도롱이 입고
- 김굉필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중(細雨中)에 호뫼 메고
산전(山田)을 흣매다가 녹음(綠陰)에 누어시니
목동(牧童)이 우양(牛羊)을 모라다가 잠든 날을 깨우나다

김굉필(金宏弼, 1454~1504): 조선 전기 유학자로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귀양살이와 은둔생활을 하는 동안에 궁궐의 조정을 멀리하고서, 한가롭게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 읊은 시조이다. 삿갓에 도롱이 입고 가는 비 내리는 가운데 호미를 둘러메고 김매는 농부의 모습과 나무 그늘에 누워 풋잠이 든 농부와 우양을 몰고 가는 목동을 목가적으로 연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며, 짧은 글 속에 작자의 감각적인 묘사가 나타나 있고, 벼슬을 떠나서 전원생활에 만족하는 심정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 현대시조

달맞이꽃
- 장청 

능선에 얹은 시선 저녁노을 배웅하고 
땅거미 내려올 때 피어나는 저 꽃 좀 봐
조용히 쪽문을 열고 걸어오는 외씨버선

장청(張靑, 1941~2014)은 1975년 시조문학으로 문단에 나온 시인이다. 자연 친화적 작품으로 서쪽 언덕바지에 눈길을 두고 넘어가는 저녁놀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둠의 그림자가 서서히 밀려드는데 “다들 조용히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밤을 맞아 피어나는 저 꽃 달맞이꽃 좀 보게나. 꼭 조용히 쪽문을 열고 살포시 걸음걸이 하는 정숙한 여인네 모습같이 곱고도 아름답다”고 하고 있다. 외씨버선은 동양적 여인의 대명사이다. 이 쪽문은 옛집 구조로 볼 때 여인이 거주하는 안채와 남정네가 거주하는 사랑채 사이에 내놓은 은밀한 문이다. 이로 볼 때 고운 자태의 여인이 밤에 살며시 사랑채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달맞이꽃으로 환치하여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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