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㉗] 빅데이터와 사생활 침해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㉗] 빅데이터와 사생활 침해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12.18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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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 시대는 기본적으로 RFID 기술을 근본으로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지능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하는 사물인터넷 세상을 의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RFID가 눈에 보이거나 소프트웨어적으로 확인 가능한 CCTV나 이메일 감시보다 지능적인 감시망인 ‘빅 브러더’의 세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성 때문이다. 정보인권 침해 여부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RFID 태그가 일상에 파고들기 때문이다. RFID에 의한 일상의 혁명이 인간들에게 편리함만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무선 시스템의 가장 큰 취약점이 여기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개인 정보 보호, 해킹과 같은 문제이다. 현재는 PC와 스마트폰 해킹만 걱정하는 단계이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TV·자동차·쓰레기통 등 모든 사물이 해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황당하지만 무인자동차로 운전하는데 누군가 해킹해 운전자를 이상한 목적지로 데려갈 수도 있다. 해커가 인터넷이 연결된 냉장고를 해킹해 냉장고 문을 꽉 닫은 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고, 인터넷이 연결된 가정의 온도 조절기를 최대치로 높여 돈을 주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할 수도 있다.

개인 정보 보안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월마트가 100대 납품업자에게 납품 상자와 운송 팔레트에 고주파 태그를 부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부터 비롯했다. 이는 진열대의 재고 상황을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손쉽게 파악하려는 것으로, 물건이 모자라는 것을 컴퓨터가 감지하면 자동으로 생산자에게 주문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기업들은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영리한 진열대’를 앞 다퉈 도입했고 자동화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인력감축을 꾀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밀려났다.

월마트의 경영 측으로서는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내용이었지만 문제점은 곧바로 제기되었다. 가장 심각하게 지적된 것은 개인을 철저하게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예로 백화점에서 RFID 태그가 달린 의복을 한 개라도 사면 색깔과 치수, 스타일, 가격 등의 정보가 카드사나 백화점의 고객 관련 데이터베이스에 고스란히 저장되는 것이다. 특히 일부 기업에서는 외부에 보이는 태그와 달리 제품 깊숙한 곳에 태그를 암암리에 부착해 소비자들이 구매 뒤 포장제를 버려도 태그 정보를 판독할 수 있도록 하여 원성을 받았다.

이런 정보가 회사의 판촉을 위한 데이터로만 사용되면 큰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겠지만 이들 정보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이를 RFID 범죄라 부르는데 명품 족들이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표적이다. 범죄자들은 판독기를 해킹해 소비자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뿐만 아니라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학자들은 이런 개인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계산대를 지나면 기능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건이 팔리면 태그에 입력된 정보가 자동적으로 삭제되도록 스위치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이런 주장에 반박한다. 태그 정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바코드와 다르지 않으므로 굳이 RFID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식료품에 부착한 태그에 입력된 정보를 없애면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경고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지폐에 삽입된 태그가 기능을 못 하면 폐지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3년부터 보안 및 프라이버시 위험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운전면허증에 RFID 사용을 금지했다. 그런데 RFID의 문제는 사물인터넷의 근본 문제를 적절하게 예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 보안 문제는 RFID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인터넷이 추구하는 빅데이터 자체가 원천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의 RFID가 직결되는데 이곳에서 주로 빅데이터로 설명한다.

한국에서 아마존, 교보문고, 알라딘 등 인터넷테트워크를 사용하여 책을 구입하는 경우 하단부에 추천도서가 올라온다. 그런데 이때 추천도서는 일괄적인 것이 아니라 로그인한 회원마다 달리 나타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인터넷 서점은 과거 고객이 구매한 장르, 클릭한 장르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사물인터넷을 주도하는 빅데이터가 단지 거대한 데이터를 축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렵게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이 빅데이터가 갖고 있는 잠재가치라 볼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산업부문, 특히 제조업에서 개발·조립 비용의 50%, 운전자본의 7% 절감을 기대할 수 있고, 공공부문으로는 2010년대 초반 미국 헬스케어 분야에서 연간 3,000억 달러, 유럽에서 연간 2,500억 유로의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서 빅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① 과거 데이터 분석으로 미래의 수요 및 리스크 추정.
패션기업 ‘자라(ZARA)’는 전 세계 환경정보, 품목별 특징과 전시위치, 판매실적 등을 실시간 집계하여 매장·품목별 적정재고를 산출하고 이를 주문 가이드에 이용한다.
미국 ‘T-mobile’은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리스크를 경감시켰다. 다른 통신사로 옮긴 고객이 사전에 보였던 특유 이용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고객 이탈을 사전에 감지한 후 선제적으로 고객의 구미에 맞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다. 그 결과 이탈고객 수가 시스템 구축 전의 절반으로 낮아졌다.

② 고객의 무의식적 니즈 발견
소비자의 일상이 담긴 정보에서 경쟁사 혹은 고객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패턴의 니즈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하라스 호텔(Harah's Hotel)’은 매년 3,00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의 행동패턴을 분석하여 카지노 주 고객층이 관광객이 아닌 평범한 지역주민임을 파악했다. 그러므로 관람객 대신 이들 지역주민을 유치할 수 있는 가족오락공간을 호텔 안에 설치하는  맞춤형 마케팅으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③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인구통계학적 분류와 맥락기반의 분류를 통해 개별 상황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사인  ‘태그드 닷컴(Tagged.com)’은 사용자 1억 명의 데이터로 고객의 친구 및 대화상대까지 파악하여 실시간 개인맞춤형 데이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서점의 도서추천시스템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형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이다.

④ 비용절감
미국 운송업체 ‘UPS’는 기술투자비의 상당 부분을 빅데이터 관련 연구에 투입하고 있는데 목표는 적절한 부품 교체로 차량 고장을 최소화하며 배송 지연을 줄이고 차량 유지비를 절감시키는 것이다.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은 장비에 유입되는 제품의 순서를 조합해 최적화된 공정일정을 세워 생산시간의 10%를 단축했다.

문제는 빅데이터를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점이다. 이는 RFID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다름없다는 점이다. 바로 개인정보침해다.

엄밀한 의미에서 빅데이터는 대량의 개인정보를 통해 이를 가치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빅데이터가 취급하는 내용 자체가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오픈소스한다고 해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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