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㊱] ‘사랑 모혀 불이 되어’와 ‘고추잠자리’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㊱] ‘사랑 모혀 불이 되어’와 ‘고추잠자리’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3.06.24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사랑 모혀 불이 되어
- 무명씨

사랑 모혀 블이 되여 가삼에 푸여나고
간장 셕어 믈이 되어 두 눈으로 소사난다.
一身에 水火相侵하니 살동말동 하여라

무명씨 작품으로 사랑의 열병으로 가슴이 활활 타 애간장이 다 녹아 눈물 되어 흐른다. 한 몸에 물과 불이 한꺼번에 침노하니, 살지 말지 모르겠구나 하는 시조로 비유도 묘하거니와 리듬도 은쟁반에 구슬이다. 가슴을 태우는 사랑의 불꽃, 애간장을 다 썩히는 슬픔의 눈물, 그야말로 한 몸에 ‘수화상침(水火相侵)’, 물과 불이 한꺼번에 침노하니, 살지 말지 모르겠구나. 몸과 마음을 다 바친 뜨거운 사랑과 그 아픔이 애절하게 표현된 시조이다. 살동말동 한 속에서도 낫고 싶은 생각은 없다. 벗어나고 싶지도 않다. 환자 스스로 치유되기를 원치 않기에 사랑으로 불치병(不治病)을 앓고 있다.

* 현대시조

고추잠자리
- 이정자

수숫대 머리위에 가을이 앉아있다
파아란 하늘 이고 사색하는 깊은 뜻은
유년의 풍경 속으로 젖어드는 시간이다.

이정자(李靜子1941~)는 경북 칠곡 출생으로 호는 자헌(慈軒)이고 1991년 시조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현재는 한국시조문학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시조단의 원로이다. 이 작품엔 유년을 회상하면서 자아의 정체성을 더듬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어느 날 수숫대 끝에 앉아 있는 붉은 고추잠자리를 보고 ‘가을이 앉아 있다’고 하여 가을이 도래했음을 실감하고 있다. 가을의 파란 하늘은 유독 높고 청아하여 사색에 잠기게 한다. 유년의 감정 흐름에 따라 자연의 순리에 젖어든다. 포근하고 아름다운 감성이 각박한 현대인의 삶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고추잠자리를 통하여 동심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