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술을 취게 먹고
- 정태화
술을 취게 먹고 두렷이 않았으니
억만(億萬)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희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餞送)하리라
정태화(鄭太和, 1602~1693)는 호는 양파(陽坡), 시호는 충익(忠翼)이다. 효종 때 영의정을 지내고 저서에 양파유고(陽坡遺稿)가 있다. 이 시조는 술을 취하게 먹고 여럿이 둥글게 둘러앉았으니 오만 걱정거리가 ‘나는 떠나가오’하고 작별인사 하는구나. 아이야 잔 가득 부어다오. 떠나는 억만 시름에게 술을 주고자 한다는 시조로 술로 모든 시름을 물리치고자 하는 심정이 담겨 있다. 시름을 인격화하여 벗처럼 생각하는 해학이 멋스럽다. 낙향하여 벗들과 더불어 술 마시는 심경을 노래하고 있다.
* 현대시조
목련
- 정희경
우리 엄마 축 처진 젖무덤이 지고 있다
말라 버린 유선이 누렇게 지고 있다
빈 젖을 밤새워 빨던 보릿고개 그 봄날
정희경(鄭熙暻, 1965~)은 대구 출신으로 2008년 전국시조백일장, 2010년『서정과 현실』신인작품상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목련은 봄꽃들 중에 가장 우아한 꽃이다. 이를 어머니에 접목하여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시들어가는 모습을 화려했던 목련이 시드는 것으로 보고, ‘보릿고개’ 시절에 훌쭉한 빈 젖을 빨리던 어머니를 회상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목련은 많은 이들이 노래했는데 이를 어머니 빈 젖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특이하고 독창적이어서 놀랍다. 절제된 감정으로 가슴 아픈 사연을 목련을 통하여 표출하여 보여주고 있다. 매우 함축적인 울림 깊은 시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