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통신] 보스턴에서는 학교 교무실이 없고 교사휴게실 운영
[보스턴통신] 보스턴에서는 학교 교무실이 없고 교사휴게실 운영
  • 김성혁(한미정치력신장연대 대표, 전 민주평통 보스턴협의회장)
  • 승인 2023.09.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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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혁(한미정치력신장연대 대표, 전 민주평통 보스턴협의회장)
김성혁(한미정치력신장연대 대표, 전 민주평통 보스턴협의회장)

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보스턴 가든 정원의 넓은 잔디와 만개한 꽃들 사이를 산책하며 주변을 살핀다. 미국 건국의 영웅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과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동상이 서 있다.

야외 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즐겁게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도로변 관광버스에서는 마이크를 잡은 안내원과 관광객들이 학생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옛말에 공감한다. 2023학년 배움터에 활기찬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치아 관리에 신경이 쓰여 치과를 방문하곤 한다. 치료를 받으며 좋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진료 과정에서는 3D 촬영 등의 최신 장비를 앞세우기보다는 일반적인 X레이 촬영이다. 하버드 출신 젊은 한인 치과의사가 양손에 기구를 들고 꼼꼼하게 치아를 살피며 치료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오래전 한국에서 어린 시절 만났던 치과 선생님 같은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과중한 교무행정 업무와 어려운 수업 과정으로 선생님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했다. 교내에서 벌어진 교사와 학생 간의 문제로 학부모의 민원이 원인이 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교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놀랍고도 안타깝다.

그러나 사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교육도시 보스턴을 찾는 한국의 일선 교육자들과 교육 행정 관리자들에게서 어두운 한국교육의 실태를 들은 바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사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가르치는 기쁨이 없고 학생들도 배우는 기쁨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는 좋은 교육 기재들이 있지만, 생기가 없고 교실에서는 배움을 갈망하는 열의와 역동성이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즐겁고도 활기차던 교실과 선생님들의 훈계와 가르침은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민감한 체벌의 경우에도 30% 정도는 억울한 경우였으나 그마저도 전체적으로 바르게 가르치려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올바른 교육정책을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기본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한다.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정책 지역으로 선정되는 보스턴을 포함한 매사추세츠주의 교육 방향은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기본 교육환경 조성에 있다.

9월 7일 보스턴의 각급 학교들이 개학해 활기찬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미셸 우 시장과 메리 스키퍼 교육감은 공동성명을 내며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하며 성공적인 새 학기가 되기를 기원했다.

미셸 우 시장은 실제적인 새 학기 복지정책을 제시했다. 모든 학생에게 아침과 점심을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각 지역의 농업인들과 협업하여 신선한 재료의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주변 지역의 여러 과수원에서 신선한 사과를 농장주들로부터 매년 수백만 개를 구입하기로 했다. 자신이 보스턴에 처음 와서 먹은 싱싱한 사과 맛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똑같은 감동을 학생들에게 주고자 한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먹는 음식의 칼로리도 조절한다. 가정에서 저녁에 음식을 잘 고루 섭취하지 못해도 학생의 하루 영양섭취 일정량에 충분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는 학부모들의 고충도 이해하고 도와주는 좋은 소식이다.

이처럼 시 당국과 교육 당국이 학생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선생님들도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본환경들이 조성되는 것이다.

오랜 기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선생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미국 학교에는 교무실이 따로 없고 은은한 커피 향이 있는 교사휴게실 같은 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학교나 교사들, 학부모, 지역업소 등에서 마련한 커피, 샌드위치, 간식 등이 마련돼 교직원들을 즐겁게 한다.

선생님들에 대한 이 같은 실질적인 배려는 각종 복지혜택과 보장된 임금협상 등과 함께 학생들을 잘 가르칠 힘이 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경직되고 건조하며 생기를 잃어가는 먼 곳의 교육현장 소식을 들으며 격려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학생 한 사람, 교사 한 사람 개개인들을 기쁘게 하는 교육의 현장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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