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키위와 양의 나라, 뉴질랜드 여행
[이계송칼럼] 키위와 양의 나라, 뉴질랜드 여행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4.02.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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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KIWI) 새는 공중을 날 줄 모른다. 왜 날지 못할까? 날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천혜의 환경에서 오랜 세월을 살다 보니 날개가 퇴화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상에 먹거리가 풍부해 굳이 공중까지 날아가 먹이를 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천혜의 환경을 가진 Kiwi 새의 나라 뉴질랜드를 여행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나라, Kiwi 새를 국조(國鳥)로 지정한 나라, 거대한 산맥과 빙설로 뒤덮인 산, 탁 트인 해안선, 맑고 푸른 호수, 광활한 초원에 소와 양들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풀을 뜯는 평화로운 모습은 한 편의 그림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Kiwi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먹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낙농 대국을 자랑한다. 대륙과 떨어져 있어 질병이 적고, 깨끗한 자연은 낙농업이 발달하기에 유리하고 적합하다. 광활한 들판에 널려있는 양의 숫자만 해도 550만 국민 숫자보다 5배나 많다. 양들은 넓고 넓은 목초지를 2~3개월마다 풀을 따라 옮겨 다니면서 자란다. 따로 사료를 만들어 먹일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양 가죽과 털, 고기, 우유 수출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 Fonterra가 우리의 삼성처럼, 뉴질랜드 경제에 주요 역할을 하는 우유 수출업체다.

농장 체험은 여행의 필수코스고 별미 중의 별미다. 3천 에이커 땅의 Agrodome 농장은 이미 1천만 명의 여행객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극장식 무대에 위에 사람처럼 좌정한 19종류의 다양한 양들을 바라보면서, 양털 깎기와 소젖 짜기를 체험한 후, 트랙터를 타고 농장을 누비며, 수십 종류의 양과 소, 사슴 등을 만난다. 그들을 쓰다듬으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여행객들은 모두가 어린애가 된다.

Kiwi란 이름의 또 다른 그들의 자랑거리가 있다. 뉴질랜드의 대표적 과일 Kiwi다. 모양이 Kiwi 새를 닮았다 해서 그렇게 명명되었다고 한다. 특히 뉴질랜드산 유명 브랜드 제스프리 Kiwi는 따뜻한 날씨 덕에 세계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신맛이 제대로 나는 Kiwi가 위장에는 더 좋단다.

Kiwi는 또한 뉴질랜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비하가 아니다. 뉴질랜드 자부심의 상징으로서 시민들 스스로 붙인 별칭이다. 그들은 서로를 비교하며 살지 않는다. 고급 브랜드 제품을 갖고자 하는 열망도 없다. 자연과 가정을 즐기는 소박한 삶을 만족하며 산다고 가이드는 말해주었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가장은 흔히 “키위 허즈밴드”라고 불리곤 한단다. 가족과의 생활을 소중히 여기는 착실한 남편에 대한 멋진 호칭이다.

뉴질랜드 원주민은 마오리족이다. 800년 전에 그들의 고향인 하와이를 떠나 카누를 타고 항해하다 이곳에 인간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착했다고 한다.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물론 정치력까지도 뉴질랜드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아주 부유한 편이다.

지열 활동이 활발한 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마오리 민속촌 ‘화카레와’ 구경 또한 아주 생소한 경험이다. 군데군데 간헐천을 눈으로 볼 수 있고, 땅을 만지면 온돌방 아랫목처럼 따뜻하다. 마을 곳곳에는 특유의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지열을 이용한 목욕탕, 돌멩이를 달궈 음식(항이 요리)을 만드는 화덕이 곳곳에 널려 있다. 마오리인의 무덤은 지상으로 높이 솟아 있다. 땅이 뜨거워서 시체를 묻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와이토모 동굴 구경 또한 아주 아주 신기한 체험이다. 높이 250m가 넘는 대성당 같은 홀 속에 반딧불이 서식한다. 동굴지하의 와이토모 강을 따라 보트를 타고 바라보는 수만 마리의 반딧불은 작은 은하계에 들어선 착각을 느끼게 한다. 세계 최초의 번지점프 센터는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멋진 구경거리다. 넓고 깊은 계곡을 이용해 만든 다리, 그곳에서 점프하는 간 큰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온몸에 짜릿한 스릴을 맛본다.

뉴질랜드 남섬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퀸스타운을 출발 74㎞ S자 모양의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국립공원 밀포드 사운드(협곡)까지 왕복 열 시간 버스 여행, 눈앞에 끝없이 전개되는 아름다운 호수와 거대한 산맥의 장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감동을 준다.

대자연 속 인간의 존재란 얼마나 미미한가? 인간은 결국 자연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뉴질랜드 여행이 다시 한번 이를 알려 주었다. 25년 전 이민을 왔다는 한인 여행 가이드는 “나는 이곳에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고자 왔다”며, 호수를 즐기고, 해안의 절경과 낚시를, Redwood의 삼림욕을 즐기는 삶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물질로부터의 초연히, 자연과 벗 삼아 숨 쉬고 사는 그가 행복해 보였다. 부러웠다. 그가 한 마디 더 붙였다. “여행은 눈과 귀, 마음을 열고 사람을 건지는 것”이라고…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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