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⑪] 소독제의 대부 리스터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⑪] 소독제의 대부 리스터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08.0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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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제는 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막는 물질이란 뜻이다. 현재 많은 사람을 구하고 있는 항생제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보다 많은 사람을 구하고 있는 소독제에 대해서는 다소 무지하다.

항생제와 소독제는 말 이름처럼 다르다. 항생제는 박테리아만을 죽이는 데 반해 소독제는 박테리아를 포함하여 곰팡이, 바이러스 등과 같은 여러 세균을 동시에 죽인다. 또한 항생제는 온몸에 퍼져 있는 세균을 주사나 약으로 죽이지만 소독제는 손을 씻기만 해도 효과를 보이며 상처 또는 수술 부위에 바르기도 한다. 상처가 나거나 수술을 한 부위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쉽게 감염되므로 소독제를 쓰지 않으면 세균 수가 급격히 증가해 급성 염증과 패혈증이 생긴다.

다양한 소독제가 개발되고 활용된 곳은 전쟁터였다. 18세기에는 전쟁터에서 수술을 받다가 균에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죽는 병사들이 많았다. 외과의사 찰스 길만은 염증이 심한 병사의 손에 우연히 럼주를 쏟았는데 이후 그 염증이 빨리 나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유럽의 의사들은 술의 알코올 성분이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861년 미국의 남북전쟁에서도 많은 병사가 감염으로 사망했다. 당시 외과 의사들은 보통 손과 수술 도구 등을 물로 씻기만 했지 소독하지는 않았다. 수술 장갑 없이 맨손으로 평소 푸줏간에서 쓸 법한 앞치마를 두르고 수술을 했다. 그러므로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어 죽은 사람보다 의료 캠프에서 세균에 감염되어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1863년 외과의사 미들턴 골드스미스는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피부가 썩어들어가는 괴저 환자에게 브롬액이라는 약을 발랐더니 피부 조직이 더 이상 죽지 않았다. 그는 계속하여 브롬액으로 치료했는데 304명 중 단 8명만 사망했다.

조지프 리스터[사진=위키미디아 커몬스]
조지프 리스터[사진=위키미디아 커몬스]

18세기 마취제가 개발되어 수술은 성공했지만, 세균에 감염되어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코틀랜드 의사 조지프 리스터는 ‘발효와 식품 부패의 원인은 세균이다’라는 파스퇴르 논문을 읽은 뒤 수술에 의한 감염도 같은 원인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해 세균을 죽이는 소독제에 관심을 가졌다. 1865년 소년의 다리에 생긴 상처에 페놀액을 적신 붕대로 감아놓았더니 세균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6주 후 소년은 완전히 나았다.

수술 후 환자들의 사망 원인에 대해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매사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리스터는 불결한 병동에 떠도는 세균이 감염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당대에 리스터는 의과대학 학생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없었는데 20년 후 드디어 자신의 이론을 실험할 기회가 찾아왔다.

1861년 글래스고의 <왕립진료소>로 발령받은 리스터는 5년 동안 환자의 약 50%가 패혈증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자신의 가설을 실험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865년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질병이 공기 중의 미생물 즉 병원균에 의해 전염된다고 발표했다.

리스터는 곧바로 자신이 생각한 방부제 사용 실험에 착수했다. 리스터는 당시 악취 나는 하수구 정화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석탄산(페놀을 녹인 수용액)을 방부제로 선택했다. 페놀이 악취 나는 하수도를 청소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리스터는 1865년 8월 복합골절 환자의 환부를 석탄산으로 소독하고 다리에 부목을 대어 붕대로 감았다. 4일 후 붕대를 풀어보니 화농의 기미는 전혀 없었다. 그 후 방부제 도포를 계속하자 환부는 아물기 시작했고 골절을 당한 지 6주가 되자 환자는 완쾌되어 걸어서 퇴원했다.

인간의 피부는 매우 단단한 보호 장벽이므로 세균을 직접 피부에 발라도 대개의 경우 병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세균이 피부 장벽을 넘어서 인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철옹성과 같은 피부라도 상처가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처로 피부에 틈이 벌어지면 이 사이로 세균이 얼마든지 침입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처의 크기보다 상처에 닿는 것들에 어떤 균이 묻어 있는가이다.

리스터는 환부에 직접 닿는 물건을 소독해 가능한 한 상처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 병원에서는 이를 위해 두 가지를 병행한다. 소독과 멸균이다.

소독(disinfection)은 살아 있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물리화학적 절차이며 멸균(sterilization)은 살아 있는 미생물뿐 아니라 아포(포자)까지 제거하는 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사 맞기 전에 알코올 솜으로 피부를 닦는 것은 소독이며 수술용 메스를 고온고압기에 넣고 끓이는 것은 멸균이다. 보통 피부 소독에는 75%의 알코올이나 10% 포비돈-요오드용액(소위 빨간약)이 많이 이용된다. 알코올은 미생물의 단백질을 변성시키고 포비돈-요오드 용액은 미생물의 단백질뿐만 아니라 DNA의 구조까지 망가뜨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리스터의 청결 치료법은 그야말로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절단 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50%에서 15%로 급감했다. 수술진 의사들이 백색 가운을 입게 된 것도 그의 공이다. 혁신적인 청결 운동의 일환으로 병원에서 때가 묻으면 금방 눈에 띄는 백색 가운을 입었다. 환부를 감싸는 데 거즈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그의 공이다.

리스터의 방부 치료 가치를 최초로 인정한 국가는 독일로 1870~1871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때 독일의 외과 의사들은 처음으로 방부 치료법을 사용했다. 리스터는 1871년 9월 빅토리아 여왕의 왼쪽 겨드랑이에 난 커다란 종기를 절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왕실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 그날 여왕은 다음과 같이 일기에 적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장시간에 걸쳐 소름 끼치는 드레싱 치료를 받았다. 시의인 마셜 박사가 리스터 박사를 도왔고 붕대를 풀기 전과 드레싱을 하는 동안 살균을 위해 그의 위대한 발명품인 석탄산 분무기가 사용되었다.’

리스터는 1897년 남작이 되었고 1902년에는 그해에 제정된 메리트 훈위를 수여받은 12명 중의 하나였다. 그는 추후에 이 당시의 수술에 자부심을 갖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여왕의 몸에 칼을 댄 유일한 사람이다.”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에서 개발된 무균처리법은 박테리아를 소독하는 살균법과 달리 완전한 무균 상태에서 치료하는 것이다. 무균치료법은 우선 수술 전에 환자의 절개부위를 소독하고 나머지 신체 부분은 살균한 타월과 시트를 싼다. 수술진은 소독한 가운, 장갑,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술에 사용되는 모든 기자재는 화학적인 방법이나 열로 살균 처리한다. 현재의 병원에서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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