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⑦] ‘가마귀 눈비 맞아’와 ‘종달새와 할미꽃’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⑦] ‘가마귀 눈비 맞아’와 ‘종달새와 할미꽃’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5.1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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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가마귀 눈비 맞아
- 박팽년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박팽년(朴彭年, 1417-1456)은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호는 취금헌(醉琴軒)이다. ‘까마귀는 본디 검기에 눈비 맞아 희게도 보이지만 본디 모습대로 검구나. 밤에 비치는 밝은 달빛이 밤이라고 하여 어둡겠느냐. 임금님을 향한 한 조각 붉은 마음은 변하지 않고 지키겠노라.’ 하는 시조로 단종 복위를 꾀하다 옥중에 갇혀 자신의 본심을 밝힌 작품으로 단종에 대한 의리를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다짐을 보이고 있다. 초장에서 까마귀가 눈비를 맞아 잠깐 희게 보일 때도 있지만 결코 그 본색을 바꾸지는 않다고 하고, 중장에서 밤에 빛나는 밝은 달은 밤이라고 해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야광명월은 자신의 마음이요 밤은 세조가 빼앗은 조정을 말한 것이다. 종장에서 단종을 향한 충성심은 변할 수가 없으니 절개를 지키다 죽겠다는 결의로 마무리하고 있다.

* 현대시조

종달새와 할미꽃
- 정완영

어제 밤 실실 단비 산과 들을 다 적시고
새 아침 하늘 문 열고 종달새 비, 비, 비 읊은
그 언덕 할미꽃 하나 고개 들라 함이라

정완영(鄭椀永, 1919~2016) 시인은 현대문학(1960)과 조선일보 신춘문예(1962)로 문단에 나와 전통적 서정을 노래한 시조계의 거장으로 호는 백수(白水)이다. 이 작품은 초, 중, 종장이 과거, 현재, 미래의 의미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초장은 어젯밤 일이고, 중장은 현재의 일로 비, 비, 비는 자연의 비(雨)와 종달새 소리의 이중적 의미를 가진 시어로 하늘 문을 여는 매체인 동시에 종장의 할미꽃을 고개 들게 하는 미래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가 온 다음 약동하는 생명체들의 모습이 간결하게 잘 나타난 작품이다. 시조는 겉 가락과 속 가락이 서로 어울려 모름지기 풀고 조임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이 그 한 예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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