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옥에 흙이 무더
- 윤두서
옥에 흙이 무더 길가에 바려시니
오느 니 가느 니 다 흙만 녀겻도다
두어라 흙이라 한들 흙일 줄이 이시랴.
윤두서(尹斗緖, 1668~1715)는 조선 후기 문인화가, 호는 공재(恭齋)이다. 윤선도의 증손으로 정선, 심사정과 함께 조선 후기의 삼재(三齋)로 꼽힌다. 사후에 가선대부 호조참판에 추증되었다.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려두었더니 오가는 이가 흙으로만 여긴다만 걱정마라 흙이라 한들 흙일 리가 있겠느냐는 시조로 옥석동쇄(玉石同碎) 즉 옥과 돌이 다 불에 탄다는 뜻으로, 옳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의 구별 없이 함께 멸망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인데 초 중장은 이 말과 상통한다. 이 작품은 겸허한 처세관으로 현인은 아무리 초야에 묻혀 있어도 알 사람은 알아 알려지게 되니 겸손한 삶을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 현대시조
네 생각
- 권오신
눈 감아도 환해 오는 기억의 무궁한 늪
숱한 사람들을 밤새껏 맞고 보내다
네 차례 네 차례에서는 한참 맘이 설렜다
권오신(權五信, 1946~)은 안동 출신으로 아호가 현산(玄山)이다. 1979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장을 지냈다. 눈 감아야 우주를 볼 수 있다는 아이러니 말이 있다. 이는 눈 감으면 무한한 상상력이 발동하여 무한한 생각의 세계가 펼쳐지기에 시인은 이를 ‘기억의 무궁한 늪’이라고 하였다. 또한 만남의 소중함을 알기에 ‘한참 맘이 설렜다’고도 하였다. 우리는 무수한 만남을 통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나간다. 눈 감아도 환해 오는 기억의 무궁한 늪을 열면 함께 오래 머무르고 싶었던 사람도 있고 하루 빨리 잊고 싶은 사람도 있다. 스쳐 지난 이런 세월 속에 아직도 한참 마음 설레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인간은 나이다 들어도 생각은 늙지 않는다. 늘 젊고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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